박근혜 김정은 비판 비교 2

논술작문 2012. 7. 20. 21:16

 당신의 몸뚱어리는 그저 유전자의 탈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옥스포드대 리처드 도킨스 박사는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여러 데이터들과 과학적 근거들을 가지고 전개하는 그의 이론은 다윈 이후 진화생물학계가 전진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 유전자와 닮은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퍼뜨리고 존속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그의 이론은 여러 논란 속에서도 수많은 증거들을 바탕으로 학계의 정설로 자리잡아 가는 중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박정희의 최대목표는 박근혜를 만드는 것이고 김정일의 목표는 김정은을 만드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김정은을 만드는 건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의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국가권력의 정점에 서려는 두 사람에겐 그 아버지들의 권력의지가 유전자를 타고 이어지고 있다. 혈연이란 이름으로 그들을 관통하는 건 유전자를 비롯한 여러 유산들이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 두 독재자의 자식이 그 아버지의 자리를 승계하면 안 된다는 비판은 마땅히 아버지와 자식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장 원초적인 연결고리인 유전자는 자식에게 외모를 물려준다. 김정은은 아버지를 닮음과 동시에 놀랍게도 젊었을 적 김일성을 닮았다. 닮은 외모는 그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활용해 내부를 결속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이미지 정치는 어릴 적 아버지 곁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가녀린 딸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는 박근혜에게서도 나타난다. 닮은 외모를 통해 아버지의 이미지를 차용하려는 시도는 아무런 업적 없이 권력을 얻으려는 두 자식의 한계를 반증한다. 능력의 검증이 아닌 과거 지도자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두 사람에 대한 비판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타당하게 들린다.

 

  유전자 수준을 넘어 자식들에게 남겨진 것은 재산이다. 박근혜는 아버지로부터 정수장학회를 비롯해 육영재단, 영남재단 등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이 김정일로부터 천문학적인 재산을 물려받았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 재산이 독재체제 하에서 불법적으로 축적되었거나 인민의 피땀을 착취한 결과라는 데 있다. 이런 재산으로 호의호식한 두 사람의 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산 외에도 아버지가 남긴 것은 그의 추종세력이다. 김정은을 후계에 옹립한 것은 김정일 체제의 핵심인물이었던 장성택과 최룡해 등이며 그들은 현재 김정은이 제창한 유훈통치의 상징적 인물이다. 문제는 박근혜의 추종세력이 상당수 군부독재에 결탁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박근혜가 독재자가 될 위험은 없다고 하나 추종세력과 현재의 불통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 우려할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칫 독재 추종자들에 의해 세워진 정부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아버지에 대한 그녀의 평가요구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아버지의 독재가 구국의 결단이었다는 그녀의 발언은 우리의 우려가 공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아버지들은 자식들에게 사회적 지위 또한 남겼다. 김정일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하고 죽기 전부터 권력이양의 정지작업을 함으로써 북한 최고 지도자 지위를 직접적으로 상속했다. 비록 권력을 직접 상속받는 것은 아닐지라도 박근혜 또한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 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간접적 권력 승계의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본질적으로 박근혜와 김정은의 권력에 대한 접근방식은 다르지 않다. 모두 아버지의 유산과 후광을 이용한 것이며 자신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은 사람이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능력을 인정받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는 불공평하다. 문제는 양 체제의 법과 제도가 두 사람의 권력승계 시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선택은 국민의 결정에 달렸다. 우리 삶의 절대적 기반인 국가마저 죽은 독재자의 유산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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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김정은 비판 비교 1

논술작문 2012. 7. 19. 16:35

우리는 흔히 여론을 선동하는 행위를 일컬어 여론을 조장한다고 한다. 조장(助長)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맹자가 그의 제자 공손추와 정치에 대해 얘기하다 나온 일화에서 유례됐다. 중국 송나라에 성격이 급한 농부가 살았는데 그가 보기에 그의 논의 벼가 너무 더디게 자라는 것이었다. 이에 불만을 품고 있던 농부는 어느 날 묘책을 냈고 논에 있는 모든 벼를 엄지 손가락 한마디만큼씩 위로 뽑아 당겨주었다. 농부가 늦은 저녁에 집에 들어와 자랑스레 이 얘기를 하자 농부의 아들은 깜짝 놀라 서둘러 논에 가보았지만 벼들은 모두 말라 죽어 있었다. 농부의 기준에서 조장은 벼가 빨리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었으나 벼의 입장에서는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이처럼 자기 기준으로 섣부르게 남을 재단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최근 박근혜를 겨냥한 독재자의 딸 대통령 불가론과 김정은에 대한 3대세습 비판 또한 자기 기준으로 섣부르게 남을 재단하는 여론의 조장이 아닐 수 없다.

 

근대 자연법 사상은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자유를 전제한다. 이러한 자연법의 원리에 따르면 ‘~해도 된다가 기본이 되며 ‘~하면 안 된다가 예외가 된다. 이러한 예외는 각 사회가 동의하는 방식과 절차에 따라 정당성을 얻어야만 인정된다. ‘독재자의 딸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김정은의 3대세습은 안 된다등의 주장은 모두 각각 사회가 정하는 준거 틀에 따라 그 정당성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감정적인 여론선동이나 우리와 다른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닌 자연법적 기준 위에 각 사회가 가진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비판이 요구된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헌법은 그 목적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실질적 합리성에 덧붙여 법이 목적달성을 위해 제대로 만들어져 있고 개인이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절차적 합리성은 획득된다. 실질적 합리성과 절차적 합리성이 모두 확보될 때 개인의 행위는 사회가 동의한 준거 틀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이 그 가치실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제헌 이후 60여년 역사가 잘 보여주기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은 박근혜 개인에 대한 법적인 판단에 따른다. 헌법은 개인의 참정권을 보장한다. 40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박근혜는 대선출마가 가능하다. 헌법 13 3항은 모든 국민이 자기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좌제에 대한 헌법상의 금지는 아무리 독재자의 딸이라고 해도 그녀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박근혜가 아버지에게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생각을 핑계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야권의 주장을 무력화한다. 헌법적 판단에 비추어 볼 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상대 대권주자에 대한 폄훼에 불과하다.

 

민족해방, 계급해방, 인민해방을 목적으로 하는 통치이념인 주체사상도 북한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로서 실질적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 고수해 오던 인민민주주의 헌법이 1972년에 사회주의 헌법으로 개정되면서 수상체제가 주석체제로 전환되었다. 이는 주석 독재체제를 북한 헌법이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독재는 공산주의 사상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로부터 파생되었으며 사회주의 혁명 완수를 위한 그들 나름의 합리적 절차로 여겨진다. 독재에 대한 법적인 인정은 존재하지만 권력세습에 대한 견제장치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기에 김정은의 3대 세습에 대한 법적인 하자는 없다. 혹자는 권력세습이 사회주의 이념과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회주의는 정치제도가 아닌 경제적 사회구성체의 문제이다. 지금껏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북한체제에 대한 섣부른 비판은 '조장'이 될 수 있다.

 

나의 기준으로 남을 멋대로 재단하고 비난하는 것은 오만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시대정신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한국에서 과거를 독재라고 비난하는 것은 당시의 시대정신을 무시한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근거로 다른 체제를 비난하는 것 또한 다른 가치들에 대한 무지로부터 나오는 아집에 불과하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존하며 경쟁하자. 정말 나쁜 것은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만약 정말 박근혜가 대통령감이 아니라면 대선에서 낙마할 것이고 김정은의 3대세습이 정당하지 않다면 북한 내부의 반발에 무너질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말고 각자 나름의 방식이 있음을 인정하자. 사회의 발전이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라는 것을 잊지 말고 모든 시도들이 더 나은 사회건설을 위한 것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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