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시어지 망한 것도 통신사 보조금 때문?

IT이야기 2014. 3. 23. 18:10




애플 제품의 국내 최대 판매점인 ‘컨시어지’가 문을 닫는 것은 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 보조금 관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SK텔레콤의 직원은 13일 “컨시어지가 망한 것은 애플 제품의 점유율이 줄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컨시어지는 SK텔레콤의 형제회사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사업체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는 운영체제(OS)를 공유하기 때문에 한 부문의 타격이 다른 쪽으로 전염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점유율 하락이 아이패드 등 관련 제품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이 직원은 “아이폰 점유율 하락의 원인이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판매 장려금 지급 때문”이라며 “제조사가 장려금으로 지급한 돈이 통신사의 보조금에 얹어져 소비자들에게 지급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보조금 관행이 고착화된 한국 시장이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외산폰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이번 컨시어지의 사업철수에서 보듯 보조금 관행이 단지 이동통신 3사의 밥그릇 싸움에서 그치지 않고 유관산업에도 영향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보조금이 스마트폰, 태블릿PC는 물론 충전기, 케이스, 이어폰 등 관련기기 산업도 좌우하게 된 것입니다.


보조금의 또 다른 문제는 혁신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제품을 혁신하기보다는 보조금을 늘려 당장 물건을 팔겠다는 전략은 해외 기업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과거 아이폰이 등장해 해외시장을 평정했을 때, 폐쇄적인 국내 시장에서 삼성은 악명높은 옴니아를 팔고 있었죠.


보조금 관행에 익숙치 않고 국내업체에 비해 협상력도 낮아 보조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외산폰이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면, 소비자의 선택 폭도 좁아집니다. 결국 소수 국내 업체들이 판을 치는 시장은 담합이 횡행하는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제품 혁신의 인센티브도 사라지게 됩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경+ 201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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