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UHD 방송이 오후 3시8분에 시작된 이유

한국경제 2014. 4. 11. 18:29


2014.04.10. PM 03:08.

지난 10일 오후 3시8분 세계 최초로 UHD 방송 상용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UHD 방송은 HD 방송보다 네 배 이상 선명한 영상과 생생한 음질로 차세대 방송산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서비스입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4 디지털케이블TV쇼에서 세계 최초 ‘케이블 UHD 상용화 선포식’을 열고 전용채널 유맥스를 통해 UHD 방송을 송출했습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국내외 케이블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한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방송 시작 시간이 오후 3시8분이라는 것. 뭔가 정시로 딱 떨어지지 않는 이 어정쩡한 시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기자라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죠. 기자들 사이에서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의 대답을 듣고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죠.

“장관님께서 축사를 하시고 송출 스위치까지 이동하는 시간까지를 고려한 것입니다."

오후 3시 정각 선포식 시작. 사회자의 참석자 소개(2분) + 최문기 장관의 축사(5분) + 최 장관을 포함한 VIP들의 송출 스위치까지의 이동시간(1분) = 8분.

세계 최초 UHD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는 이벤트는 장관의 일거수 일투족을 중심으로 짜여졌습니다. 협회 관계자에게 오늘의 주인공이 UHD 방송인지 최 장관인지 물었으나 들어오는 대답은 “알면서 왜 그러세요”였죠.

또 다른 문제는 축사에서 발생했습니다. 최 장관의 축사 도중 사회를 보던 아나운서가 장관의 말을 끊고 “장관님, 시간이 부족하니 짧게 해주시죠”라고 말한 것. 3시8분에 송출 스위치를 누르는 퍼포먼스를 통해 방송의 시작을 알리도록 시나리오가 짜여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 장관에 맞춰져 있던 시나리오가 최 장관의 행동을 제약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당황한 최 장관은 작심하고 준비해온 축사를 서둘러 끝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장관 보좌진 측에서 아나운서가 장관의 말을 끊은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한 것입니다. 안그래도 미래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케이블TV방송협회 입장에선 뒷맛이 개운치 않은 행사가 돼버렸습니다.

제목 ‘오후 3시8분’의 미스터리 영화는 이렇게코미디 영화로 끝나게 됩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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