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프리카 투자 늦으면 후회"

한국경제 2013. 10. 14. 10:18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사진)가 11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아프리카 개발을 서두르는 동안 한국만 뒤처진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아프리카 새시대 포럼’ 초청 강연에서 “아프리카는 자원이 풍부하고 인프라 수요도 많은 반면 한국은 교통 통신 건설 등 인프라 기술이 뛰어나고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호보완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눈부신 경제발전 경험을 가진 한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인프라 개발 참여 등을 늘려야 한다”며 “특히 한국의 연기금이 아프리카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한국은 물론 미국조차 빈곤 탈출의 초기 단계에서는 해외 원조를 받았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의 리더로 부상한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지고 아프리카 원조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극도로 빈곤한 마을이 어떻게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이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었다”며 “새마을 운동을 응용해 아프리카의 마을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삭스 교수는 폴 크루그먼, 로렌스 서머스와 함께 세계 경제학계의 3대 천재로 꼽힌다. 하버드대 수석 졸업 및 최연소(29세) 정교수 임용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으로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MDG는 가난·기아 퇴치, 교육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유엔의 개발원조 프로그램이다.


삭스 교수는 최근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과 디폴트 우려에 대해 “미국 정부 셧다운이 만약 디폴트로 넘어간다면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겠지만 디폴트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과거에도 몇 차례 발생했고 마치 몇 년 전 방송한 TV 쇼가 재방송되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이 워싱턴 드라마를 박진감있게 지켜보고 있어서 협상이 바로 타결되지는 않겠지만 마지막까지 싸우다 결국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의회는 2011년 8월에도 부채 한도 증액 협상에서 디폴트 시한을 하루 앞두고 막판 극적인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삭스 교수는 라이벌인 서머스가 탈락하고 재닛 옐런이 Fed 의장에 지명받은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옐런은 40년 전 내게 거시경제학을 가르쳐준 스승”이라며 “정직함과 시민을 섬겨야 한다는 신념을 갖춘 동시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Fed 부의장을 지내는 등 이렇게 준비된 Fed 의장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제프리 삭스의 재미있는 인맥



폴 크루그먼, 로렌스 서머스와 함께 세계 경제학계의 3대 천재로 불리는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지난 11일 국회에서 만났습니다. 삭스 교수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가진 ‘아프리카 새시대 포럼’ 강연에서 한국이 아프리카 개발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재밌는 것은 삭스 교수의 흥미로운 인맥입니다.


하버드대 수석 졸업 및 최연소(29세) 정교수 임용 기록을 보유한 삭스 교수는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으로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개발원조 프로그램인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깊습니다.


이날 강연에 앞서 사회를 맡은 이재영 의원(새누리당)은 지난해 세계은행(WB) 총재 후보였던 삭스 교수가 김용 전 다트머스대 총장에게 밀린 것에 대한 위로로 강연의 시작을 알렸는데요, 삭스 교수는 이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물론 내가 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월스트리트 출신이 아닌 경제 개발 전문가가 총재가 돼서 개인적으로 기뻤다”고 털어놨습니다.


삭스 교수의 한국과의 인연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1980년 하버드대 교수가 됐을 당시 ‘한덕수’라는 한국인이 내 첫 학생이었다”며 새내기 교수 시절을 회상했는데요, 그 학생이 바로 나중에 주미대사를 거쳐 국무총리가 된 한덕수 전 총리입니다. 삭스 교수는 “내가 가르친 학생이 커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랑스러웠다”고 말해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강연 말미의 질문시간에 저는 삭스 교수에게 조금은 짖꿎은 질문을 했습니다. 바로 미국중앙은행(Fed)의 차기 의장 자리에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낙마하고 재닛 옐런 Fed 부의장이 지명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었죠. 삭스 교수와 서머스 전 장관이 세기의 라이벌로 꼽힐 뿐 아니라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루머가 오랫동안 있어왔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실제로 하버드대 정교수였던 삭스가 2002년 컬럼비아대로 이직할 당시 동료교수였던 서머스와의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삭스 교수는 제 질문에 한참 동안 웃더니 “옐런은 40년 전 내가 하버드대 학부생일 때 내게 거시경제학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이라며 옐런과의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옐런은 “정직함과 시민을 섬겨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춘 동시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와 Fed 부의장을 지내는 등 경험도 풍부하다”며 “이렇게 준비된 Fed 의장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서머스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옐런에 대한 찬사를 쏟아냄으로써 우회적으로 속내를 비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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