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로 만든 달걀' 세계 갑부들이 반했다

스타트업 2014. 3. 26. 10:51


‘땅에서 자라는 달걀’에 세계 최고 부호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달걀 대체재 산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서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식품기업 햄튼크릭푸드는 17일(현지시간)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이 이끄는 벤처캐피털 호라이즌벤처스 등으로부터 23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310억달러(약 33조원) 자산가로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 회장은 이전에도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에 초기 투자해 상당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이 밖에 세계 최대 부자인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기술고문, 피터 시엘 페이팔 공동설립자, 제리 양 야후 공동설립자, 비노드 코슬라 썬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설립자 등 쟁쟁한 사업가들이 햄튼크릭푸드 투자에 참여했다.


햄튼크릭푸드는 2011년 조시 테트릭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식품기업으로, 황두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인조 달걀 ‘비욘드에그(beyond eggs·사진)’로 주목받고 있다. 비욘드에그는 콜레스테롤이 포함돼 있지 않고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살모넬라 등 감염성 질병 걱정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과 채식주의자 사이에서 환영받고 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닭장에서 비인도적으로 닭을 사육할 필요도 없다. 맛은 달걀과 같거나 오히려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과학기술잡지 파퓰러사이언스가 지난해 이 업체에 혁신대상을 준 이유다.


투자자들이 비욘드에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장점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생산비가 기존 달걀 대비 48% 저렴해 경제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빵이나 쿠키 마요네즈 등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할 경우 상품 가격은 낮추면서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몇몇 식품 제조업체에 비욘드에그를 공급하던 햄튼크릭푸드는 최근 대형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과 계약을 맺고 인조 달걀 마요네즈 ‘저스트마요’를 납품하며 미국·영국 소매시장에도 진출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설비 투자 비용이었다. 투자자를 물색하던 테트릭 CEO는 우연한 기회에 리카싱 회장을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리카싱을 찾아간 테트릭은 비욘드에그의 장점을 역설한 끝에 1550만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비노드 코슬라와 제리 양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아 총 2300만달러를 확보했다. 테트릭 CEO는 “이 돈으로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햄튼크릭푸드에 있어 리카싱의 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그가 중국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달걀 생산량의 38%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테트릭 CEO는 “중국 각지에서 AI가 발생해 달걀의 위험성이 높아진 지금이 중국 진출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중국 농부들과의 상생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황두 등 인조 달걀 제조에 필요한 작물을 재배할 경우 이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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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아이슬란드 경제, 비트코인 기술로 회생 실험

비트코인 2014. 3. 24. 16:58



아이슬란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가상화폐 공중 투하 작전이 시작됐다.


1990년대부터 금융산업을 키워 6%대 경제성장률과 4만달러가 넘는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하던 아이슬란드 경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한순간에 몰락했다. 이후 아이슬란드 정부는 국부 유출을 우려해 폐쇄적인 외환정책을 펴왔는데 이에 불만을 가진 개발자들이 직접 만든 가상화폐 오로라코인을 앞세워 경제 회생 실험에 나섰다.


아이슬란드 기업가이자 개발자인 발데르 오딘슨이 이끄는 개발자팀은 25일부터 33만 아이슬란드 국민에게 오로라코인을 무료로 배포한다. 국민들의 자발적 사용을 유도해 독자적인 화폐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오로라코인은 비트코인 리플 라이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약 1300억원) 기준 4위의 가상화폐로 비트코인과 유사한 기술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국민 1인당 지급되는 오로라코인은 31.8개로 약 38만원의 가치를 지닌다.


아이슬란드 정부의 외환 규제는 국제무역과 해외투자는 물론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위축시켰다. 오딘슨은 “지난 5년간 정부는 모든 외환을 중앙은행에 적립하도록 강제했다”며 “수익금을 환급받지 못할 위험성 때문에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 규제가 국민의 복리를 저해한다”며 “돈을 찍고 관리하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발권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점은 비트코인류 가상화폐의 특징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송금할 수 있는 오로라코인을 이용하면 굳이 외환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국제무역과 외국인 투자를 늘려 아이슬란드 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최종 발행량이 미리 정해져 있어 물가 상승에 의한 화폐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50여년간 아이슬란드 크로나화는 물가상승으로 99.5%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4. 3.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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