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대 대통령 3명 이름 사용 작문

논술작문 2012. 4. 13. 13:07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사십 대 초입에 들어선 여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입가에 엷게 띤 웃음도 그대로였다. 그녀는 아직 나를 알아채지 못했다. 동창회라고 모인 한정식 집 유리문 밖에서 안을 훑어 본다. 학창시절 친했던 동기 몇 놈들과 그들의 아내들이 보였다. 어김없이 그녀도 그 곳에 약속처럼 앉아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눈웃음을 지으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옆으로 그녀의 남편이자 나의 친구인 태우가 보인다. 그는 그녀의 옆에서 멀뚱히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이 춥다. 하지만 선뜻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런 대화소리도 소리 없이 내려와 쌓이는 눈 밑에 묻혀버린다. 밖이 춥다.

그 날도 눈이 오는 추운 밤이었다. 그녀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정희 선배와 함께 시내에서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맞고 있었다. 그 둘은 우리 동네에서 널리 알려진 연인이었다. 잘생기고 뭐든지 잘했던 정희 선배와 그녀는 제법 잘 어울렸다. 모두가 그녀를 연모했지만 누구나 그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선배는 그녀를 혼자 놓아 두고 길을 건너 빵집에 들어갔다. 그녀는 혼자 남아 눈을 맞고 있다. 나는 학원 창문 밖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눈이 되어 그녀의 어깨 위로 내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정희 선배가 다시 나온다. 횡단보도 앞에서 길 건너의 그녀를 보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뛰어온다.

그것이 정희 선배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는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그 트럭을 이미 보고 있었다. 피하라고 소리를 지를 수도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들키기 싫어서였을까? 정희 선배가 그렇게 떠나고 그녀의 눈은 텅 비어버렸다. 먹빛 눈동자만이 언제든지 굴러 떨어질 듯 보였다. 그녀의 옆의 빈자리는 휑했고 내게 그 자리는 너무나 커 보였다.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가고 싶다.

눈이 오지 않아 더 춥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독서실에서부터 그녀를 따라 나왔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와 함께 걸었다. 달도 별도 잘 보이지 않는 밤 가로등마저 깜박거리는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멀리 덜컹거리는 전철소리만이 여전히 시간이 가고 있단 걸 내게 알려주었다. 그녀 집에 가까운 골목 어귀였을까.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미끄러지듯 빠져 나간다. 그녀의 살결을 느끼는 순간 묘한 전율이 느껴졌다. 그녀의 어깨를 잡고 전봇대에 밀쳤다. 그 때까지 아무 말 없던 그녀가 그제서야 왜 이러냐며 내 손을 뿌리친다. 오기가 생긴다. 나는 팔로 그녀의 목을 감싸 입을 맞추고 혀로 그녀의 입술을 더듬는다. 약하게만 보였던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나를 밀쳐내고 화난 얼굴을 하고 집으로 도망친다.

그게 그녀와 내가 함께 했던 마지막 날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되었고 그녀는 광주에 남게 되었다. 십년쯤 지나고 친구 태우로부터 청첩장이 왔다. 헛웃음이 나온다. 그녀의 결혼소식이었다. 결국 결혼식에 가지 못했다. 그 뒤로 그네들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춥다. 눈이 온다. 그날처럼 눈이 되고 싶다. 문을 밀고 들어 선다.

“야~ 전두환! 이놈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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