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봄 (논제-봄소식)
사건은 아무런 단서도 없이 마무리 됐다. 공군 헌병단 소속 특별수사관으로 파견된 내가 군산 헌병대에 도착해 수사에 착수한지도 2주가 다 되어가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한 병사의 의문의 자살. 일년이면 너댓번은 맡는 사건이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같은 막사를 쓰는 병사들에 대한 취조에도 별다른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류민혁 일병. 평소 말이 별로 없는 내성적인 성격에 감수성이 예민했던 병사. 하지만 헌병대 내에서도 특별히 갈등이 있지도 않았고 시키는 일이 있으면 별 무리 없이 잘 해내던 평범한 사병이었다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기대했던 부검결과마저 자살이라는 사실 외에 특이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짓기로 했다. 부대 지휘관인 강소령은 자기보다 계급이 훨씬 낮은 나의 비위를 맞추느라 애를 썼고 어서 내가 부대를 뜨길 바랐다.
책상을 정리한다. 그 동안 쌓여있던 파일들을 박스에 넣고 테이프로 봉한다. 사건은 부적응 병사의 단순 자살로 마무리 되었다. 상부에서는 어쩐 일인지 사건을 빨리 마무리 하고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무언가 미심쩍다. 병사들도 지휘관도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겉으로는 여느 부대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육감적으로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 짐을 챙겨 차 트렁크에 싣고 강소령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나선다. 중대장실 앞에 들어서는 내게 김지훈 상병이 급히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진중현 병장이 류민혁 일병을 성추행 하는 것을 '봄'. 새로운 '소식'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진병장은 지속적으로 류일병을 성추행하고 심지어 성관계를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뭔가 실마리가 잡혀간다. 다른 병사들을 소환해 진 병장과 류 일병의 관계에 대해 집중추궁 했다. 처음에는 당황해 하던 병사들이 신변보호를 조건으로 사건의 전말을 실토하였다. 진중현 병장은 수차례에 걸쳐서 류민혁 일병에게 성행위를 요구했고 그 요구를 거부할 시 잠을 재우지 않는 방법으로 괴롭혔다. 구타는 물리적인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헌병수사에 대해 통달해 있는 헌병대 병사들은 직접적인 구타 외에도 여러 가지 가혹행위 수단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구조적으로 묵인되고 있었다.
진중현 병장은 구속되었다. 한 명의 내부고발자에 의해 생긴 균열은 견고한 성벽 같던 헌병대의 침묵을 무너뜨렸다. 김상병의 용기 있는 증언 뒤로 다른 병사들의 증언이 우후죽순 이어졌다. 군내 동성애는 엄격히 금지되며 성폭력은 엄중하게 처벌된다. 류일병의 죽음에 대한 책임으로 진병장의 죗값은 무거울 것이다. 헌병단으로 돌아가기 전에 김지훈 상병을 마지막으로 만났다. 악수를 나누는 그의 낯빛이 어둡다. 그의 눈빛은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깊이 침전시키고 있었다. 슬픈 눈. 절친했던 후임병을 잃은 병사. 그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막사 뒤에서 떠나기 전 마지막 담배를 꺼내 문다. 부유하는 연기. 그 사이로 흙에 거의 묻혀있는 검은 잿더미가 보인다. 불태워진 유언장. 수사반이 도착하기 전, 진중현 병장이 유기하려 했던 것일까. 거의 불타 모든 내용을 알 순 없지만 일부는 알아 볼 수 있었다.
[ 그 놈은 어쩔 수 없었어. 그 일로 날 버리지마. 제발... 사랑해. 정말 견딜 수 없어…. 지훈이 네가 날 그런 눈으로 보ㅁ ]
'논술작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섹스, 2020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논제-올림픽) (1) | 2012.07.03 |
---|---|
백설공주 (논제 - 현대판 백설공주) (0) | 2012.04.30 |
교육과 TV의 관계에 대해 논하라 (0) | 2012.04.16 |
장왜와개론 (논제- 000개론) (0) | 2012.04.13 |
닥치고 벗어! (논제- 닥치고 00) (0) | 2012.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