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논제] 朴.文.安 이 만났다.
2000피트 상공. 수송헬기 밖으로 바람이 매섭다. 밑으로 멀리 여의도 광장에서 한참 행사가 진행 중이다. 8월 북한의 도끼만행 사건. 그리고 특전사의 보복작전. 북의 도발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1976년. 올해부터 국군의 날은 공휴일로 지정됐고 여의도광장에서는 대규모 열병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한 병사가 낙하 준비를 서두른다. 낙하산 줄이 꼬이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버클을 확인한다. 문재인. 가슴팍에 그의 이름이 날카롭게 새겨져 있다. 낙하를 준비하는 그의 표정이 비장하다. 못 다 이룬 민주화의 열망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의지가 그의 눈빛에 뒤섞인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내가 가는 길이 정녕 국가를 위한 길인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기장의 사인이 떨어지자 그는 창공을 향해 몸을 던진다.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내 한 몸 던지리라’
“조국 근대화의 방패가 돼 주신 국군 장병 여러분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국군 기수단의 제식과 의장대의 ‘받들어총’ 구호가 공중에 터진다. 각군 사관생도들의 열병과 사열이 끝나고 하늘에선 공수특전 부대원들의 낙하시범이 이어지고 있다. 목련이 떨어질 때가 이렇던가. 흰 낙하산들이 무리 지어 땅으로 내려온다. 낙하를 끝낸 대원들은 신속히 낙하산을 정리한다. 대통령이 영애 박근혜와 함께 친히 특전대원들을 맞으러 단상에서 내려왔다. 도끼만행 사건에 대한 보복작전 성공 때문이었을까. 대통령은 특전대원 한명 한명에게 악수를 청했고 근혜는 옆에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구국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북괴의 전횡을 응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혜의 말에 목례로 답하던 재인의 눈이 매섭게 그녀의 눈과 부딪힌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충돌.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은 박근혜가 발길을 돌리면서 끝이 났다.
철수는 부산에서 학교 대표로 행사에 참여했다. 병사들이 도열해 있는 광장 바로 뒤에서 바라보던 철수에게 근혜가 다가왔다. 대통령은 사열대로 돌아갔지만 근혜는 시민들의 성원에 보답하려는 듯 십수명의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이 쪽으로 온다. 근혜는 철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학생은 어디에서 왔어?”하고 묻는다. “부산 중앙중에서 왔습니다.” 그의 조용한 대답에 그녀가 반색하며 말을 잇는다. “나도 대구출신인데 같은 경상도네? 대통령님이 좋은 세상 만들어 주실 테니 열심히 공부해서 조국의 역군이 되렴!” 말이 끝나자 그녀가 떠난다. 그 때 그녀를 수행하던 경호원들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완력으로 밀쳐내고 있었다. 철수가 그들의 억센 손에 밀려 넘어졌다. ‘그녀가 말한 좋은 세상이 이런 것인가’
그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 철수를 일으킨다. “사람이 먼저다. 열심히 공부해서 민주국가를 만들어주렴.” 한 손에 낙하산을 든 특전대원은 그를 일으켜 주고는 눈을 찡긋한다. 그가 떠나고 철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좋은 세상이 무엇인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인지. 민주적인 세상인지.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모두 이뤄진다면 정말 좋은 세상이 되는지. 만약 아니라면, 그 이후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머리 속이 복잡하다. ‘과연 그들 말처럼 공부만 하면 좋은 세상이 올까?’ 무릎에선 피가 흐르고 도로 위로는 탱크가 지나간다. 그는 군중 속을 빠져 나오며 중얼거린다. “see yo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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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표
“Please let me pass”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지금 파란 눈의 남자에게 애원하고 있다. “Sorry but I can’t”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무려 50배의 벌금. 피렌체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피에졸레 마을로 가는 버스에서 사건은 발생했다. 문제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던 내 버스표. 정류장 포스트에서 산 1유로짜리 버스표를 손에 꼭 쥐고 있던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승차한 검표원에게 당당히 승차권을 보여준 나는 벌금을 내라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표가 있는데 내가 왜!
그 자의 말은 이러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버스에 탑승하면 버스표를 펀칭기계에 넣어 표에 구멍을 뚫어야 한단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놀이공원에서나 하는 그런 일을 버스에서까지 해야 할 줄이야. 그러고 보니 버스 한 가운데에 요상한 기계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표가 있음에도 그 표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몰랐던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처음인 외국인 관광객에게 50배의 벌금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나는 이런 룰을 사전에 고지하고 홍보하지 않은 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표원은 자기도 어쩔 수 없다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드디어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I don’t have any cash now” 나의 당당함에 살짝 주눅이 들어 보인 그는 내 귀에 이렇게 속삭인다. “You can pay with credit card” …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표가 있어도 그 표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 표는 권리의 상징이다. 기차표, 비행기표 등은 돈을 주고 구입한 교통편의 이용권리다. 우표는 우편 서비스의 정당한 권리를 증명하며 화폐는 대표적인 경제권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 표를 소유한 것만으로 권리를 자연스레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표를 편지봉투에 붙이지 않고 편지봉투 속에 넣는다면 표를 제대로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 편지의 송달은 고사하고 소중한 편지가 분실되는 불상사를 맞으리라. 이렇듯 권리는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사람, 표를 적절히 사용하는 사람에게서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대선이 세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여 모두가 그 권리를 제대로 사용한다고 할 수는 없다. 선거에서 표의 제대로 된 사용은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을 충분히 비교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단지 미디어에 비친 이미지만으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 표를 던지기엔 결과에 대한 책임이 너무 무겁다.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욕하기에 앞서 그를 뽑은 이가 국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내 표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후보들의 정책을 면밀히 살피고 충분히 고민해 본 뒤에 투표하자. 잘 알아보지 않고 서투르게 표를 사용했던 피렌체의 부끄러운 기억이 대선에서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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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성범죄의 원인과 대책
몇 달 전 광화문 일대에서 ‘슬럿워킹’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캐나다에서 시작된 여성주의 운동으로 여성들의 옷차림 때문에 성범죄가 발생한다는 논리에 항의하기 위함이란다. 하지만 그 행사가 성범죄 예방에 어떠한 실효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내가 옷을 어떻게 입든 날 건들지마’라는 그들의 슬로건이 성범죄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야한 옷을 입었다 하여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당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우발적 성범죄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실을 무시하고 권리만 주장하는 그녀들이 헛다리를 잡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의 여성부가 이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페미니스트 중심으로 구성돼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편협한 것이 문제의 한 원인이다. 남성에 대한 이해 없이 여성 중심의 사상을 과격하게 내세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본능적인 성적 욕구는 해소하지 못하면 언젠가 폭발하기 마련이기에 이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부를 주축으로 2004년 발효된 성매매 특별법은 이를 원천적으로 무시한 측면이 있다. 법 시행 이전, 10만명당 12.7명이던 성범죄 피해자 수는 이후 36.9명까지 치솟았다. 당국이 의도한 성매매의 근절은 요원하고 더욱 음성화된 성매매만 낳고 있다. 금욕주의적 도덕론도, 여성주의적 이상론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성범죄자들을 분류해 보면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의 경성범죄에 비해 강간살해와 같은 강력성범죄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중-상류 계층은 돈과 지위로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반면 하류계층은 그 경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능력도 없는데 육체적 매력도 없는 사람이라면 만족할만한 성적 대상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존재했던 성매매 업소들은 특별법 시행 후 음성화되면서 가격이 더 올라간 경향이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이는 더 높은 장벽이 되고 그들의 성적 욕망은 왜곡되어 성범죄로 표출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공창제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성매매가 금지된 스웨덴의 성범죄율이 10만명당 63.5인데 반해 이미 공창제가 시행되고 있는 독일은 9.4라는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성매매가 여성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편협한 시각이 아니라 경제적 하류계층의 여성들을 성매매로 내모는 사회구조다. 먼저 보편적 복지와 각종 사회 안전망을 통해 사회구성원 누구나 인간적인 삶을 살게 하자. 경제적인 이유로 여성이 성매매에 나서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의 성매매는 합법화해야 한다. 자발적 선택에 의한 노동으로서의 성매매는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굳이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성범죄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라도 공창제의 도입이 고려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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