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같은 e북 만드는'북잼'

스타트업 2014. 4. 7. 09:20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꼽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뇌’ 등의 작품으로 인기를 얻은 그가 지난해 11월 신작 ‘제3인류’를 들고 한국을 방문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신작을 소개하던 그는 갑자기 태블릿PC를 들어 보이더니 “이 아름다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내 작품집”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책 디자인에 대해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가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자책 스타트업 ‘북잼’ 덕분이었다. 애초에 전자책 출판은 하지 않으려던 베르베르도 북잼이 만든 전자책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는 후문이다. 


무엇이 그의 생각을 바꿔 놓았을까. 조한열 북잼 대표(39)는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전자책 출판 방식이 대부분 글자의 나열에 불과했던 반면, 북잼의 전자책 포맷(BXP)은 종이책의 편집 디자인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에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책의 내용을 소비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책 자체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출판 시장이 미국 유럽과 달리 유독 책 디자인에 비중을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능도 탁월하다. 기존 전자책에서 보기 힘든 지도 배경음악 동영상 사진 등을 맥락에 맞게 제공하고 메모하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유하기도 지원한다. 


조 대표가 창업을 시작한 것은 2008년 인터큐비트라는 ‘온라인 콘텐츠 큐레이션(블로그 등의 온라인 콘텐츠를 선별해 보여주는 서비스)’ 업체를 세우면서다. 10년 경력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것은 시나리오 작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창업을 했으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여러가지 용역을 맡았는데 그중 하나가 전자책이었다. 그는 “작은 출판사에서 전자책 용역을 의뢰해 용역비로 2000만원을 불렀는데 깜짝 놀라더라”며 “나름 금액을 낮춰 불렀다고 생각했으나 출판업계는 생각보다 더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결국 조 대표는 전자책을 공짜로 만들어 주고 판매수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제’ 방식을 제안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한 달 만에 만든 ‘청춘을 뒤흔든 한 줄의 공감’이라는 전자책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2위에 올랐다. 조 대표는 “불법 복제에 익숙하던 소비자들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전자책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2011년 회사 이름을 아예 ‘북잼’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와 만화책 ‘열혈강호’ 등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2012년 내놓은 ‘세계문학전집’은 앱스토어에서 1위에 오르며 한 달 만에 매출 10억원을 달성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18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북잼의 성공에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기존 전자책이 서점 형식의 플랫폼 앱을 먼저 내놓고 그 안에 콘텐츠를 채워넣는 방식이었다면 북잼은 아예 단권의 책을 앱으로 만들어 파는 전략을 택했다. 조 대표는 “엄선된 콘텐츠를 완결된 형태의 앱으로 만들어 소장 가치를 높인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전자책 플랫폼은 출판사보다 플랫폼 자체의 브랜드가 강조된 반면 북잼 전자책에는 출판사 로고만 들어간다”며 “70여개의 출판사가 북잼을 선택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단권 앱으로 기반을 다진 북잼은 이제 플랫폼 업체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일단 그동안 출시했던 전자책을 테마별로 모아 전자책 마켓인 ‘클라우드 서재’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책갈피기능 등을 동기화시켜 여러 단말기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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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지도, 스터디할 카페 찾다 고대 기숙사서 창업

스타트업 2014. 3. 31. 23:55


2004년 스무 살의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친구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모아 놓은 조잡했던 사이트는 현재 12억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고려대 기숙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문주 대표(27)가 기숙사에서 창업한 대학생 스타트업 ‘모두의 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 지도 서비스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만 정작 내가 필요한 정보를 찾기는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콘센트를 제공하는 카페’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죠. 이처럼 ‘조건 중심 검색’이 저희 서비스의 차별점입니다.” 지난 28일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의 표정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조건 검색되는 이용자 참여 지도


지난해 4월 이 대표는 창업 관련 교양 수업을 들었다. 담당교수는 수강생끼리 팀을 짜고 다음 시간까지 창업 아이디어를 가져오라고 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소집된 팀은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기로 했다. 


문제는 마땅한 회의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 △밤 12시까지 문을 열고 △무선인터넷과 콘센트를 갖추고 있으며 △흡연이 가능한 △학교 주변의 △카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전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던 그는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다음날로 예정됐던 SK텔레콤 공채 최종 면접도 포기했다. 이후 컴퓨터공학과 김재용 씨(공동대표·26)와 함께 모두의 지도를 창업했다. 


모두의 지도는 카페 식당 술집 등을 중심으로 내가 원하는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를 찾아주는 앱이다. 이를 두고 이씨는 ‘맞춤형 지도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의 니즈를 살피기 위해 고려대생 150명을 조사해 조건을 추렸다. 이후 필요한 조건은 붙이고 잘 안 쓰는 조건은 빼면서 필터링 기능을 강화했다. ‘한식’ ‘양식’ ‘중식’ ‘맛있는’ ‘저렴한’ ‘양 많은’ ‘친절한’ ‘혼자 가기 좋은’ 등 제시된 36가지 조건 중 원하는 항목을 조합해 지정하면 적당한 장소를 찾아준다. 


정보의 신뢰성을 위해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는 필수다. 서비스 이용자가 특정 상점이 어느 조건에 해당하는지 분류하면 이 정보가 다시 다른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상점에 대한 후기를 남길 수 있고, 해당 장소의 사진을 찍어 올릴 수도 있다. 


○소비자 성향 분석 가능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 대표는 학내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소개글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한 달 만에 가입자가 3000명이 됐다. 


방학 동안 뜸하던 가입자 증가세는 3월 개강과 함께 회복되면서 하루에 100명꼴로 늘고 있다. 현재 가입자는 6000명 정도다. 고려대 주변 상권 정보로 시작했던 서비스는 인기를 얻으며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신촌으로 확대된 데 이어 4월 초에는 홍익대와 이태원, 가로수길로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하버드대를 기반으로 이웃 대학들로 영역을 넓힌 페이스북과 마케팅 방식이 비슷하다. 


모두의 지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왜'에 대한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조건으로 검색하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떤 상점을 왜 방문하는가'에 대한 답을 준다. 이씨는 "지도 위에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이 쌓이면 소비자들이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고, 이 정보를 사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잠재력을 눈여겨본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모두의 지도에 5000만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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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로 만든 달걀' 세계 갑부들이 반했다

스타트업 2014. 3. 26. 10:51


‘땅에서 자라는 달걀’에 세계 최고 부호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달걀 대체재 산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서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식품기업 햄튼크릭푸드는 17일(현지시간)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이 이끄는 벤처캐피털 호라이즌벤처스 등으로부터 23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310억달러(약 33조원) 자산가로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 회장은 이전에도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에 초기 투자해 상당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이 밖에 세계 최대 부자인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기술고문, 피터 시엘 페이팔 공동설립자, 제리 양 야후 공동설립자, 비노드 코슬라 썬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설립자 등 쟁쟁한 사업가들이 햄튼크릭푸드 투자에 참여했다.


햄튼크릭푸드는 2011년 조시 테트릭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식품기업으로, 황두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인조 달걀 ‘비욘드에그(beyond eggs·사진)’로 주목받고 있다. 비욘드에그는 콜레스테롤이 포함돼 있지 않고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살모넬라 등 감염성 질병 걱정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과 채식주의자 사이에서 환영받고 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닭장에서 비인도적으로 닭을 사육할 필요도 없다. 맛은 달걀과 같거나 오히려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과학기술잡지 파퓰러사이언스가 지난해 이 업체에 혁신대상을 준 이유다.


투자자들이 비욘드에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장점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생산비가 기존 달걀 대비 48% 저렴해 경제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빵이나 쿠키 마요네즈 등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할 경우 상품 가격은 낮추면서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몇몇 식품 제조업체에 비욘드에그를 공급하던 햄튼크릭푸드는 최근 대형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과 계약을 맺고 인조 달걀 마요네즈 ‘저스트마요’를 납품하며 미국·영국 소매시장에도 진출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설비 투자 비용이었다. 투자자를 물색하던 테트릭 CEO는 우연한 기회에 리카싱 회장을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리카싱을 찾아간 테트릭은 비욘드에그의 장점을 역설한 끝에 1550만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비노드 코슬라와 제리 양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아 총 2300만달러를 확보했다. 테트릭 CEO는 “이 돈으로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햄튼크릭푸드에 있어 리카싱의 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그가 중국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달걀 생산량의 38%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테트릭 CEO는 “중국 각지에서 AI가 발생해 달걀의 위험성이 높아진 지금이 중국 진출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중국 농부들과의 상생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황두 등 인조 달걀 제조에 필요한 작물을 재배할 경우 이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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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보드 - 신문은 이제 큐레이션 시대

스타트업 2014. 3. 23. 17:51




2010년 초 애플의 전성기를 이끌던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출시한 직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로앨토의 한 신생 벤처기업 사무실을 찾았다. 회사의 이름은 ‘플립보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에서 뉴스나 블로그 등을 잡지처럼 보여주는 모바일 기반의 소셜 매거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업체였다. 플립보드 직원들은 당시 서비스가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잡스가 혹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플립보드를 몇 분간 사용해본 잡스는 예상을 깨고 “내가 사용해본 소프트웨어 중 최고다. 기존 오프라인 콘텐츠 업체를 돕는 게 이 회사의 역할”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해 플립보드는 애플이 선정한 ‘올해의 아이패드 앱’으로 꼽혔다.


○신문은 이제 ‘큐레이션’ 시대


벤처 사업가였던 마이크 매큐 플립보드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에번 돌과 함께 2009년 플립보드를 설립했다. 시장에 콘텐츠는 넘쳐 흐르지만 막상 소비자가 관심있는 콘텐츠를 찾기는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기존 뉴스 콘텐츠는 각 언론사의 웹사이트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그날 생산된 뉴스를 한데 모아 뿌리는 유통 방식을 취했다. 오프라인 신문, 잡지를 단순히 웹으로 옮겨왔을 뿐 콘텐츠 대량 방출 방식을 버리지 못했다. 신문 기업들은 기사를 생산하는 데는 익숙했으나 이를 적절히 가공해 온라인으로 전달하는 법에 대해서는 미숙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매큐와 돌이 선택한 방식은 ‘큐레이션’이었다. 큐레이션은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작품을 수집하고 기획·전시하듯, 수많은 정보 중에서 가치 있는 것만을 골라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플립보드는 뉴스, 잡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수많은 온라인 콘텐츠 중 자기가 관심있는 것만 골라 구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용자가 정보를 찾기 위해 들이는 수고를 줄였다. 동영상 큐레이션 서비스 매그니파이닷넷의 창립자 스티븐 로젠바움은 큐레이션을 “인간이 수집·구성하는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게이트 키핑’을 큐레이션을 통해 구현한다는 것이다. 


현재 수많은 언론사가 플립보드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뉴욕타임스가 플립보드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는 등 플립보드는 2000개가 넘는 콘텐츠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플립보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현재 세계적으로 1억명이 플립보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하루 25만명의 신규 사용자가 유입되고 있다. 투자도 잇따른다. 2010년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등이 605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5000만달러를 추가로 유치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과정에서 플립보드의 기업가치가 2년 전보다 두 배 늘어난 8억달러(약 8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광고마저 아름다운 앱


플립보드의 또 다른 특징은 유독 ‘아름다움’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잡스가 이 앱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앱’이라고 치켜세웠던 이유다. 매큐 CEO가 서비스의 심미성을 위해 갤러리로 사용하던 건물을 사무실로 임대했을 정도다. 플립보드는 마치 잡지를 넘기는 것처럼 물 흐르듯 구현되는 사용자환경(UI)을 갖추고 있어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의 ‘맛’을 살렸다. 콘텐츠의 편집 방식도 오프라인 잡지와 유사한 방식으로 보기 편하고 아름답다. 신문 기사는 물론 페이스북, 링크트인 등 SNS의 글까지 잡지처럼 멋지게 보여준다.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은 “잘나가는 잡지나 신문도 웹사이트나 스마트폰에서 보면 그저 줄글의 나열 같았다”며 “신문 기사를 신문보다 예쁘게 보여주는 것이 플립보드의 존재 목적”이라고 말했다. 


플립보드의 아름다움 추구는 콘텐츠에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광고까지 아름답게 만든다. 알렉산더 부사장은 “사람들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인터넷 광고에 짜증을 내는 반면 패션잡지 광고는 보고 싶어한다”며 “광고도 콘텐츠의 일부로 여기고 볼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플립보드가 다른 유사 서비스와 다른 점은 기사를 읽기 위해 스크롤하는 방식이 아닌 잡지나 신문처럼 한장 한장 넘기며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같은 특징은 완결된 형태의 전면광고를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보여준다. 기존의 배너광고가 기사 중간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어 읽기를 방해했다면, 플립보드는 기사와 광고를 아예 분리시키는 방법으로 독자가 기사와 광고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자체적인 광고 사업부를 가지고 있는 플립보드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와 나눈다.


‘디자인의 벽’ 통해 아이디어 교환


플립보드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은 창의성을 북돋는 업무환경 때문이다. 플립보드는 창의적인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직급과 상황,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소통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사내에 카페를 설치해 직원 간 대화를 유도한다. 또 격의 없는 ‘산책회의’ ‘맥주회의’ 등을 열어 인턴사원부터 사장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무실 한쪽에 생긴 ‘디자인의 벽’도 소통을 늘리기 위한 방책이다. 한쪽 벽면에 차기 플립보드 앱에 적용할 각종 디자인 가안을 붙여놓으면 직원들은 벽에 붙어 있는 디자인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전달한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플립보드지만 최근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큐레이션 서비스의 미래를 밝게 본 페이스북이 플립보드와 유사한 서비스인 ‘페이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페이퍼에 대항하기 위해 플립보드가 선택한 전략은 ‘몸집 불리기’다. 플립보드는 지난 5일 CNN이 가지고 있던 라이벌 업체 ‘자이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가격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6000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4.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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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두뇌, 에버노트

스타트업 2014. 3. 23. 17:44




직장인 A씨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나 잠들기 직전 등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저장해 둔다. 노트북과도 연동될 수 있어 스마트폰으로 저장해둔 메모들을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다. 


A씨가 활용하는 것은 ‘에버노트’라는 스마트폰 앱. 비슷한 종류의 앱이 많이 있지만, 에버노트는 업무에 가장 효율적인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에버노트는 한마디로 노트 정리를 위한 메모 앱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가 서로 동기화가 되는 점, 손으로 글씨를 쓴 뒤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자동으로 글씨를 인식해 검색이 가능한 점 등 기존 메모 앱에 없는 편리한 기능 덕에 2~3년 전부터 학생, 비즈니스맨 등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개발한 회사의 이름도 에버노트다. 에버노트의 현재 사용자 수는 8000만명에 달하며 2012년 책정된 기업가치는 이미 1조원이 넘었다. 에버노트 측이 정확한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 내에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위터 이후 에버노트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기대되는 회사로 주목받는 이유다.


○‘두 번째 뇌’ 에버노트


에버노트를 설립한 필 리빈 최고경영자(CEO·40)는 러시아 출신으로 부모님은 둘 다 음악가였다. 아버지는 레닌그라드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리빈은 음악적 재능이 별로 없었고, 부모님은 그에게 음악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8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뉴욕에서 자랐으며 12세 때 처음 접한 컴퓨터에 푹 빠져 지냈다. 이때 그는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보스턴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지만, 비싼 등록금 탓에 중퇴한 뒤 1997년 보스턴에서 통신 서버 운용 프로그램 회사를 차렸다. 여기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면서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창업 3년째였다. 그는 좋은 조건에 회사를 판 뒤 두 번째로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보안 소프트웨어에 이내 흥미를 잃고 두 번째 회사도 팔아버렸다. 


리빈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2006년 세 번째로 에버노트를 창업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꾸 무언가를 잊어버린다는 것에 주목했다. 인간의 뇌는 한계가 있고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감퇴한다.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면 불완전한 인간의 뇌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겠다’는 어릴 적 꿈이 인간의 ‘두 번째 뇌’로 불리는 에버노트 탄생으로 실현된 셈이다. 에버노트는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고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와 스마트폰을 정말로 스마트하게 이용하게 해준다.


○스스로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라


에버노트는 다른 회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고집한다. 대신 ‘스스로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 것’을 강조한다. 리빈은 “직접 창업한 회사를 포함해 여러 회사에서 일하면서 ‘우리의 적이 누군가’에 집중했으나 이 전략은 거의 매번 실패했다”며 “성공한 이유도 실패한 이유도 적과는 별 상관없는 제품 자체나 시장의 변화였다”고 강조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에버노트는 광고도 붙이지 않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돈 버는 일도 하지 않는다. 리빈에게 이런 것들은 제품을 쓰기 싫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에버노트의 또 다른 강점은 대부분의 기능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에 60MB의 저장공간을 공짜로 준다. 그 이상 사용하려면 5달러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웬만한 사람은 60MB를 다 채우지 못한다. 


이 같은 운영전략 때문에 사업 초기 에버노트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자들로부터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그러나 리빈은 “처음에는 무료로 사용하더라도 소중한 기억과 자료들이 차곡차곡 쌓인 이후에 에버노트는 5달러를 넘어 수천달러의 가치를 갖게 된다”며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투자를 받지 못한 에버노트는 2008년 말 끝내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다음날 직원들에게 회사가 부도날 것이라고 말할 생각을 하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이루지 못하던 리빈에게 새벽 3시 무렵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스웨덴의 한 사용자가 “에버노트를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투자를 해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가뭄에 단비를 만난 리빈은 스카이프를 통해 불과 20분 만에 투자 계약을 맺고 50만달러를 투자받아 부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후 에버노트는 빠르게 성장해 여러 벤처캐피털로부터 수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오프라인으로 나온 에버노트


에버노트의 영역은 온라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에버노트는 지난해 9월부터 온라인 서비스와 연동되는 각종 오프라인 제품을 ‘에버노트 마켓’이라는 자사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3M, 몰스킨 등 오프라인 기업과 제휴를 맺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버노트 마켓에서 판매하는 공책에 필기하고 전용 스티커를 붙여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저장하면 스티커별로 필기 내용이 자동으로 분류·저장된다. 다양한 색상의 포스트잇에 메모하고 그 내용을 촬영하면 색깔별로 자동 분류되고, 회사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촬영된 필기 내용은 에버노트의 필기 인식 기능에 따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기사들도 버튼 하나로 깔끔하게 스크랩했다가 나중에 태블릿으로 검색해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백팩과 스캐너, 터치펜 등 에버노트와 연계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리빈은 “우리의 목표는 종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사람들이 더 스마트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에버노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통합하고 연계하는 라이프스타일 회사”라고 강조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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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저스와 로컬모터스

스타트업 2013. 10. 4. 09:43




2011년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청(DARPA)은 이례적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차세대 전투차량의 시제품 디자인을 공모했다. 전통적으로 군용차를 설계하는 것은 DARPA의 업무였지만, 민간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해 2월부터 한 달간 진행된 공모전에는 총 160개의 디자인 시안이 경합을 벌였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건 ‘로컬모터스’라는 무명의 작은 회사였다. 2008년 설립한 로컬모터스는 기존의 대량생산 체제 위주의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취향이 다양한 구매자들의 구미에 맞는 맞춤형 자동차 생산업체다.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존 로저스는 ‘XC2V’라는 전투차량 설계안을 출품해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전장에서 신속한 병력 수송과 부상자 구출에 사용되는 차세대 전투차량인 XC2V는 혁신적이고 탁월한 기능 설계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얻었다. 부상자의 손쉬운 후송을 위해 뒷좌석을 탈착식으로 만든 것이나, 앞·뒷자리 높이를 달리 만들어 뒷자리에서도 창문을 전후좌우의 경계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XC2V 시제품을 지켜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부가 세금 쓰는 방식을 바꿀 탁월한 군용차”라고 치켜세웠다. 로저스는 이때부터 개성을 중시하는 자동차 마니아층 사이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유년기부터 시작된 자동차 개발의 꿈


로저스는 유명 모터사이클업체 인디언모터사이클의 CEO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계와 엔진 등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특히 장난감 자동차 모델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 그는 프린스턴대 재학 중 실제 자동차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1995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뒤 중국의 의료 벤처기업을 거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다 해병대에 입대했다. 저격소대 지휘관으로 7년간 복무한 그는 이라크 파병 당시 동료 병사가 차량 사고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다시 자동차 제작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안전한 군용 차량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이때의 경험은 DARPA 공모전 우승작인 XC2V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로저스가 창업을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는 전역 후 하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밟던 무렵이다. 로저스는 섬유업계의 전설적인 성공모델로 인정받는 티셔츠 회사 ‘스레드리스’에 대한 강의를 듣다 미래의 사업모델을 구상하게 됐다. 스레드리스는 온라인 상에서 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을 연 뒤 공모전에서 수상한 디자이너에게 상금을 주고 이를 상품화하는 ‘크라우드소싱(대중을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 방식이다.


MBA를 수료하고 맥킨지 등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며 경영 감각을 익힌 그는 2008년 자동차 업체 로컬모터스를 창립했다. 대중이 기업의 제품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기존의 고루한 자동차 생산방식을 변혁해보자는 발상에 착안한 것이다. 


○온라인 마니아들이 공동으로 디자인


로저스의 경영철학은 ‘집단지성으로부터의 혁신’이다. 그가 만든 ‘로컬모터스 커뮤니티’ 웹사이트는 수많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아이디어 집합소다. 세계 각지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온라인 상에서 3차원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해 협업하면서 최적화된 디자인을 만든다. 로컬 모터스에 ‘세계 최초의 크라우드소싱 자동차 회사’라는 별명이 붙은 까닭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에서는 디자이너가 자동차를 디자인하면 설계도를 바탕으로 엔지니어들이 시제품을 만들고, 다시 디자인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로저스는 이런 절차를 간소화해 개발속도를 대폭 높였다. 스레드리스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자동차산업에 응용한 것이다.


로저스는 또 자동차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100% 능력이 발휘된다”며 “고용계약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일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바탕으로 그들의 재능을 살릴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신념으로 웹사이트에서 무급으로 일하는 수많은 인재들을 모을 수 있었고, 개발비용 또한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는 커뮤니티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참여 동기에 대해 “돈이 아니더라도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참여하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중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분야에서 여러모로 잔뼈가 굵은 경험자다. 로저스는 그중에서도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주목했고, 그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성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현재 로컬모터스 커뮤니티에는 2만50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로컬모터스는 이를 통해 6만개 이상의 자동차 디자인 시안을 보유하고 있다.


○성공비결은 ‘소규모 고효율’


로저스는 자동차 제작공정에서 ‘소규모 고효율’을 추구한다. 로컬모터스의 공장에는 컨베이어 벨트도, 조립로봇도 없다. 그저 조금 큰 차고 규모의 공장에서 12명의 직원이 수작업으로 차량을 조립한다. ‘마이크로 공장’이다. 자동차 제작은 수작업으로 이뤄지지만, 애초에 대량생산이 아닌 마니아들을 위한 맞춤형 소량생산에 집중하기 때문에 업무효율이 높은 편이다. 이마저도 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직접 공장에 들러 회사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자동차를 조립하는 형태다.


로저스는 수(手)작업으로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차를 만들고 싶어하는 마니아들의 수요를 노렸다. 부품도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의 제품을 다른 공장에서 조달하는 등 비용을 최소화했다.


 로저스가 로컬모터스에서 내놓은 첫 번째 모델은 사막 경주용 자동차 ‘랠리파이터’였다. 2009년 공개된 랠리파이터는 유명 자동차 프로그램 ‘탑기어’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며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로저스는 랠리파이터에 대해 “18개월 미만의 기간 동안 전 세계에 흩어진 500여명의 인원이 온·오프라인에서 협업해 만들었다”며 “제작기간이 일반 자동차업체의 25% 수준이며, 중량은 기존 차량의 40%에 불과하고 자본집약도는 100배 더 나은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랠리파이터 개발에는 한국인 디자이너 김상호 씨도 참여했다.


로저스는 “로컬모터스의 성공은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을 바탕으로 개발비용을 줄이고 상품을 시장에 빠르게 유통했기 때문”이라며 “미래 자동차 산업은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에 따라 물리적인 생산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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