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논술작문 2012. 11. 8. 19:26

가장 안정감 있는 도형은 삼각형이라고 한다. 수 천년 동안 보존된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삼각형이고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삼각대도 발이 세 개다. 한국의 정치체제가 삼권분립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도 견제와 균형에 이상적인 형태가 바로 이 삼각구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둘만 있으면 항상 싸우기만 해서 정작 해야 할 일들은 등한시하거나 혹은 둘이 야합하여 국민을 기만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셋이 있으면 섣불리 어느 한쪽에 싸움을 걸 수도 없고 야합의 가능성도 낮아져 꼼수를 부리지 않고 각자 자기 본분을 다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존 양당의 나눠먹기식 양강체제는 지역감정에 의존한 야합에 가까운 체제였다. 겉으로는 상호 견제하는 것 같으나 생산성 없는 상호비방전만 벌이다 결국 지역주의를 이용해 서로의 기득권을 지켰다. 건설적인 정책대결을 하지 않아도 자기 당의 텃밭에서 공천만 받으면 그만인 정치환경은 정치인들을 지역주의라는 아늑한 둥지 속에 안주시켰고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됐다. 이러한 양당야합의 틀을 깬 것이 박원순, 안철수로 대표되는 시민사회계 인사들의 정치진출이다. 이들은 제 3의 길을 제시함으로써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상호견제를 통해 서로가 발전적인 노력을 하게 만들었다. 안철수가 비록 야권후보로 분류되고 있다지만 정치개혁을 모토로 하는 그의 신념은 기존 정치권을 긴장시키기 충분했고 실제로 양당은 국민의 눈에 들기 위해 각종 개혁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단일화 논의는 상호견제의 삼각구도를 깨뜨리고 유권자들을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 세가지 선택지가 있을 때는 조금 복잡하지만 유권자들이 선택지를 좀 더 면밀히 살피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단일화가 된다면 한명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승부게임이 돼버린다. 합리적인 정책비교에 의한 선택이 아닌 타()와 아() 의 싸움에서 내 진영의 잘못은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 맹목적이고 감정적인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싸움에선 누가 이긴다 해도 국민의 절반은 증오에 찬 패배자가 되고 그들은 5년 내내 정부의 적이 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두 정권을 거의 식물정부로 만들어 버린 것도 바로 이 증오의 사슬이었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라도 격앙된 국민들이 증오의 감정을 삭히고 좀 더 냉철한 눈을 가져야 한다. 상호견제가 필요한 것이지 증오에 찬 무조건적 적개심은 지역주의나 색깔론 같은 기성정치의 얄팍한 술책에 이용되기 쉽다.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바란다면 단일화가 된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일대일 승부게임의 도식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후보들도 승부 후엔 서로를 인정하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이 포용력은 승자로부터 시작된다. 승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화합이 된다. 화합이 돼야 증오의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고 합리적인 국민들의 감시 속에 정치가 본분을 다하게 된다. 진정 단일화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단일화 승부 후 승자의 포용력을 유심히 지켜보자. 포용력의 시험대를 통과한 사람만이 삼각구도를 깨뜨린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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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朴.文.安 이 만났다.

논술작문 2012. 9. 25. 18:10

2000피트 상공. 수송헬기 밖으로 바람이 매섭다. 밑으로 멀리 여의도 광장에서 한참 행사가 진행 중이다. 8월 북한의 도끼만행 사건. 그리고 특전사의 보복작전. 북의 도발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1976. 올해부터 국군의 날은 공휴일로 지정됐고 여의도광장에서는 대규모 열병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한 병사가 낙하 준비를 서두른다. 낙하산 줄이 꼬이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버클을 확인한다. 문재인. 가슴팍에 그의 이름이 날카롭게 새겨져 있다. 낙하를 준비하는 그의 표정이 비장하다. 못 다 이룬 민주화의 열망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의지가 그의 눈빛에 뒤섞인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내가 가는 길이 정녕 국가를 위한 길인가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기장의 사인이 떨어지자 그는 창공을 향해 몸을 던진다.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내 한 몸 던지리라

 

조국 근대화의 방패가 돼 주신 국군 장병 여러분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국군 기수단의 제식과 의장대의 받들어총구호가 공중에 터진다. 각군 사관생도들의 열병과 사열이 끝나고 하늘에선 공수특전 부대원들의 낙하시범이 이어지고 있다. 목련이 떨어질 때가 이렇던가. 흰 낙하산들이 무리 지어 땅으로 내려온다. 낙하를 끝낸 대원들은 신속히 낙하산을 정리한다. 대통령이 영애 박근혜와 함께 친히 특전대원들을 맞으러 단상에서 내려왔다. 도끼만행 사건에 대한 보복작전 성공 때문이었을까. 대통령은 특전대원 한명 한명에게 악수를 청했고 근혜는 옆에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구국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북괴의 전횡을 응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혜의 말에 목례로 답하던 재인의 눈이 매섭게 그녀의 눈과 부딪힌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충돌.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은 박근혜가 발길을 돌리면서 끝이 났다.

 

 철수는 부산에서 학교 대표로 행사에 참여했다. 병사들이 도열해 있는 광장 바로 뒤에서 바라보던 철수에게 근혜가 다가왔다. 대통령은 사열대로 돌아갔지만 근혜는 시민들의 성원에 보답하려는 듯 십수명의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이 쪽으로 온다. 근혜는 철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학생은 어디에서 왔어?”하고 묻는다. “부산 중앙중에서 왔습니다.” 그의 조용한 대답에 그녀가 반색하며 말을 잇는다. “나도 대구출신인데 같은 경상도네? 대통령님이 좋은 세상 만들어 주실 테니 열심히 공부해서 조국의 역군이 되렴!” 말이 끝나자 그녀가 떠난다. 그 때 그녀를 수행하던 경호원들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완력으로 밀쳐내고 있었다. 철수가 그들의 억센 손에 밀려 넘어졌다. ‘그녀가 말한 좋은 세상이 이런 것인가

 

그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 철수를 일으킨다. “사람이 먼저다. 열심히 공부해서 민주국가를 만들어주렴.” 한 손에 낙하산을 든 특전대원은 그를 일으켜 주고는 눈을 찡긋한다. 그가 떠나고 철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좋은 세상이 무엇인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인지. 민주적인 세상인지.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모두 이뤄진다면 정말 좋은 세상이 되는지. 만약 아니라면, 그 이후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머리 속이 복잡하다. ‘과연 그들 말처럼 공부만 하면 좋은 세상이 올까?’ 무릎에선 피가 흐르고 도로 위로는 탱크가 지나간다. 그는 군중 속을 빠져 나오며 중얼거린다. “see yo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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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작문 2012. 9. 18. 16:31

“Please let me pass”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지금 파란 눈의 남자에게 애원하고 있다. “Sorry but I can’t”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무려 50배의 벌금. 피렌체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피에졸레 마을로 가는 버스에서 사건은 발생했다. 문제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던 내 버스표. 정류장 포스트에서 산 1유로짜리 버스표를 손에 꼭 쥐고 있던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승차한 검표원에게 당당히 승차권을 보여준 나는 벌금을 내라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표가 있는데 내가 왜!

 

그 자의 말은 이러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버스에 탑승하면 버스표를 펀칭기계에 넣어 표에 구멍을 뚫어야 한단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놀이공원에서나 하는 그런 일을 버스에서까지 해야 할 줄이야. 그러고 보니 버스 한 가운데에 요상한 기계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표가 있음에도 그 표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몰랐던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처음인 외국인 관광객에게 50배의 벌금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나는 이런 룰을 사전에 고지하고 홍보하지 않은 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표원은 자기도 어쩔 수 없다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드디어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I don’t have any cash now” 나의 당당함에 살짝 주눅이 들어 보인 그는 내 귀에 이렇게 속삭인다. “You can pay with credit card” …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표가 있어도 그 표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 표는 권리의 상징이다. 기차표, 비행기표 등은 돈을 주고 구입한 교통편의 이용권리다. 우표는 우편 서비스의 정당한 권리를 증명하며 화폐는 대표적인 경제권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 표를 소유한 것만으로 권리를 자연스레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표를 편지봉투에 붙이지 않고 편지봉투 속에 넣는다면 표를 제대로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 편지의 송달은 고사하고 소중한 편지가 분실되는 불상사를 맞으리라. 이렇듯 권리는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사람, 표를 적절히 사용하는 사람에게서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대선이 세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여 모두가 그 권리를 제대로 사용한다고 할 수는 없다. 선거에서 표의 제대로 된 사용은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을 충분히 비교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단지 미디어에 비친 이미지만으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 표를 던지기엔 결과에 대한 책임이 너무 무겁다.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욕하기에 앞서 그를 뽑은 이가 국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내 표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후보들의 정책을 면밀히 살피고 충분히 고민해 본 뒤에 투표하자. 잘 알아보지 않고 서투르게 표를 사용했던 피렌체의 부끄러운 기억이 대선에서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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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성범죄의 원인과 대책

논술작문 2012. 9. 15. 23:56

몇 달 전 광화문 일대에서 슬럿워킹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캐나다에서 시작된 여성주의 운동으로 여성들의 옷차림 때문에 성범죄가 발생한다는 논리에 항의하기 위함이란다. 하지만 그 행사가 성범죄 예방에 어떠한 실효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내가 옷을 어떻게 입든 날 건들지마라는 그들의 슬로건이 성범죄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야한 옷을 입었다 하여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당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우발적 성범죄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실을 무시하고 권리만 주장하는 그녀들이 헛다리를 잡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의 여성부가 이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페미니스트 중심으로 구성돼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편협한 것이 문제의 한 원인이다. 남성에 대한 이해 없이 여성 중심의 사상을 과격하게 내세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본능적인 성적 욕구는 해소하지 못하면 언젠가 폭발하기 마련이기에 이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부를 주축으로 2004년 발효된 성매매 특별법은 이를 원천적으로 무시한 측면이 있다. 법 시행 이전, 10만명당 12.7명이던 성범죄 피해자 수는 이후 36.9명까지 치솟았다. 당국이 의도한 성매매의 근절은 요원하고 더욱 음성화된 성매매만 낳고 있다. 금욕주의적 도덕론도, 여성주의적 이상론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성범죄자들을 분류해 보면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의 경성범죄에 비해 강간살해와 같은 강력성범죄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중-상류 계층은 돈과 지위로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반면 하류계층은 그 경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능력도 없는데 육체적 매력도 없는 사람이라면 만족할만한 성적 대상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존재했던 성매매 업소들은 특별법 시행 후 음성화되면서 가격이 더 올라간 경향이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이는 더 높은 장벽이 되고 그들의 성적 욕망은 왜곡되어 성범죄로 표출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공창제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성매매가 금지된 스웨덴의 성범죄율이 10만명당 63.5인데 반해 이미 공창제가 시행되고 있는 독일은 9.4라는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성매매가 여성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편협한 시각이 아니라 경제적 하류계층의 여성들을 성매매로 내모는 사회구조다. 먼저 보편적 복지와 각종 사회 안전망을 통해 사회구성원 누구나 인간적인 삶을 살게 하자. 경제적인 이유로 여성이 성매매에 나서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의 성매매는 합법화해야 한다. 자발적 선택에 의한 노동으로서의 성매매는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굳이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성범죄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라도 공창제의 도입이 고려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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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전쟁에 대해 논하라

논술작문 2012. 9. 11. 18:32

도로, 공원, 가로등 등은 왜 대체로 정부가 공급하는가. 그것은 이러한 재화들이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가져 공공재적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격을 갖는 다른 대표적인 것으로는 지식, 기술, 정보 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정부에서 생산케 하기보다는 개인이 생산하게 하고 이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편을 선호한다. 저작권, 특허권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창작물이나 신기술 등에 법적으로 배제성을 부여함으로써 개인의 창작과 기술개발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러한 배타적 권리가 시장에서 독점력으로 작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특허기업이 독점적 부당이득을 취한다는 것이다.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또한 이러한 독점적 권한은 특허기술을 응용한 신규기술 개발의지를 위축시킬 개연성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각국 법정은 FRAND 규정을 인정하여 표준특허로 지정된 특허에는 무제한적인 배타적 권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특허는 동전의 양면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은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에 무감각했던 삼성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70년대부터 일본제품을 가져다 분해해 보고 카피했던 전략은 21C가 되어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외양부터 UI, 심지어 박스포장과 광고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복제는 애플의 창조적 기술개발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재판에서 애플이 주장하는 직사각형에 네 모서리가 둥근이라는 디자인특허 구성요소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이미 업계 표준으로 여겨지는 디자인적 요소를 독점하고 타사 제품에 적대적 판매금지를 신청하는 것은 FRAND 원칙을 무시한 권력남용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겪게 될 선택권 제한이나 제품가격 상승 등의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

 

이제 특허의 취지를 먼저 생각해 볼 때다. 새로운 기술개발과 발명의 촉진을 위해 만들어진 특허가 오히려 독점의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진행 중인 애플과 삼성의 분쟁도 독점적 권리를 통해 상대방을 방해하기 위함이다. 서로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이 아닌 마치 달리는 마차에 납덩이를 다는 꼴이다. 결국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 느려진 마차에 탑승하는 이는 소비자들이다. 특허의 권리를 갖는 대신 그 권리 행사에 있어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만약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FRAND 규정과 같은 법적인 제한이 광범위하게 인정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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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논술작문 2012. 9. 4. 22:05

연애 초기 난 여자친구에게서 재미있는, 그러나 웃지 못할 얘기 하나를 들었다. 한창 잘 나가던 고교시절 자기를 놓고 주먹다짐을 벌인 두 남고생의 이야기였다. 방과 후 운동장에서 벌어진 결투. 둘은 얼굴이 찢어져 피가 나도록 싸웠는데 결국 이를 목격한 선생님에 의해 싸움은 무위로 끝나게 됐다. 마치 순록들이 암컷 하나를 놓고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듯 그들의 싸움은 자못 진지하고 엄숙했으리라. 그런데 재밌는 건 내 여자친구는 그들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중 한 명은 이웃학교 학생이었단다. 정작 구애에서 가장 중요한 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뤄진 그들의 혈투는 상처만 남긴 채 허무하게 끝나고 만다. 문제는 사건이 일어난 후 여자친구는 여러 헛소문에 시달려 한 동안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당사자의 입장을 무시한 싸움은 어떤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채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고 끝난다. 물론 일부러 과장한 얘기일 순 있겠지만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독도 영유권 문제와 닮았다.

 

무엇보다 현재의 독도문제는 다분히 인간중심적인 사고로 점철돼 있다. 무언가 지배하고 소유할 수 있는 권리는 기독교의 사상으로 정당화됐고 이후 서양을 중심으로 주인 없는 것이 없어졌다. 주인 없는 개, 고양이들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인간이 소유하며 보살펴줘야 한다는 온정적 시각마저 이를 보여준다. 결국 근래의 독도문제는 지금껏 무인도로 버려져 있던 섬의 주인을 정하는 대결이다. 모든 것에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인간중심적인 사고의 틀 안에서 싸움은 시작됐다. 하지만 정작 섬의 입장에 대해서, 섬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의 입장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는 의문스럽다.

 

인간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지배할 수 있다는 인간중심주의는 기본적으로 강하고 우월한 자가 약하고 열등한 존재를 지배하고 소유할 수 있다는 사고로부터 파생된다.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열등한 존재로 보아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을 침탈하고, 죽이고, 노예로 만들었다. 독일의 나치즘도 결국 우월한 게르만족이 열등한 다른 민족들을 복속하고 지배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세계를 살육의 장으로 만들었다. 현대에 와서 반성되고 있는 이 침탈의 역사들은 1900년대 초 일본 어부들의 남획에 의해 멸종된 독도의 강치들과 겹쳐진다. 몇백만년 동안 인간이 살지 않은 독도에 주인이 있다면 그것은 바닷새와 강치 같은 섬의 동식물이었을진데 땅을 뺏는 것으로 모자라 아예 멸종시켜버린다니 강치 입장에선 기가 차고 눈물이 날 노릇이다.

 

이처럼 어떤 땅을 점령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된다. 소유의 정당한 권리라는 것이 어떻게 성립되는지도 모호하지만 그 권리에 집착해 소유의 대상이 되는 것들의 입장을 잊어선 안 된다. 독도와 주변해역의 자원개발 가능성 때문에 격화되는 싸움이다. 인간들의 이권다툼에 희생될 독도의 동식물들을 생각하자. 수천마리의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물 속 오징어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마지막 한 마리까지 죽임 당한 강치들을 생각한다면, 인간들의 영유권 다툼이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고려가 없다면 일본이 우리나라에 행했던 침탈의 답습에 불과하다. 독도의 진짜 주인은 무시된 채로 지금처럼 양보 없는 싸움만 계속된다면 결국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것이다. 피 터지게 싸워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사랑하는 여자에게 상처만 준 이름을 알 수 없는 두 남자가 떠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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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해결방안

논술작문 2012. 9. 1. 22:42

위안부라는 단어는 영어로 ‘comfort women’으로 번역되며 군인들을 위안하는 여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사용은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킨다. 피해자들이 마치 매춘부처럼 자발적으로 지원한, 성적으로 타락한 여성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7,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위안부를 성 노예(sex slaves)’로 고쳐 불렀다. 이 발언에 일본 외상은 즉각 반발했고 최근에는 이 문제가 독도문제와 엮이면서 일본의 우경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노다 일본 총리는 1993년 위안부 강제동원을 일부 인정한 고노담화를 수정하자는 제안을 했고 일본 우익인사들은 강제동원 증거를 내놓으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제에 의해 유린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비하하는 그들의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강제동원에 대한 증거는 필수적이다. 실제로 그 증거는 많은데 전쟁 당시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 내용이나 호레이스 언더우드 박사의 미국정부 보고기록, 네덜란드 정부문서기록 보관소 자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이를 차치하고라도 한국, 중국, 동남아 등지의 피해자들의 일관된 증언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명확하고 반박 불가능한 증거들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 해결의 초석이다.

 

하지만 이런 많은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반발하는 것은 우리가 이 문제를 민족대결의 프레임으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물론 한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고 민족 전체에 대한 일제의 성 침탈로 규정지은 것은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발전된 민족대결 구도는 오히려 일본 우익세력에 힘을 실어주고 그들이 자학사관을 탈피해 재무장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차라리 피해자 개개인의 고통스러웠던 경험과 삶을 조명하는 편이 민족과 국적을 초월한 인류의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들의 비참한 경험과 아픔을 대면한다면 일본인들 어찌 이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위안부 문제는 민족대결이 아닌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인류애적 공감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

 

일본은 민간차원에서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이라는 조직을 설립하여 위안부 피해자를 보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 경제적 보상에 불과하며 역사적 승복과 사죄로는 볼 수 없다. 참혹하게 짓밟힌 인생이 자본의 논리로 보상될 수 있다는 편리한 발상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민족대립의 도식 속에 회수됐던 피해자 개개인의 참혹한 삶을 상기한다면 이런 경솔한 행동은 없었으리라. 진정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길은 일본 스스로가 진실을 밝히고 기억하는 것이 먼저다. 경제적 배상은 그 후의 일이다. 민족과 국적을 떠나 한 인간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들을 직시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길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다. 진정으로 위안이 필요한 이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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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마음이다 (논제)

논술작문 2012. 8. 28. 20:07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내 스스로도 이 상황이 이상하단 건 알지만 솔직해지고 싶었다. “사랑이라면 상대에게 성적으로 끌려 좋아하는 마음을 말하는 건가요?” 그녀가 물었다. 성적으로 끌리는 마음이라얼굴도 한번 본적이 없는데 성적으로 끌린다니 스스로도 납득하긴 어렵지만 사실이다. “, 널 사랑해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대신 올리비아의 노래 ‘Close to you’가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날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한 날 저녁이었다. 도시는 언제나처럼 번잡스럽고 시끄러웠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난 문득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이폰을 꺼내 시리(Siri)를 켰다. “이 주변에 혼자 머리 좀 비우면서 쉴만한 곳 없을까?” 시리는 잠시 뭔가를 검색하더니 지도에서 화살표를 따라가라고 했다. 135m 떨어진 곳. 나는 잠자코 지도를 따라 그 곳에 도착했다. 화장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게 뭐냐고 시리에게 따지니 혼자 있기에는 화장실이 최고에요라고 말하며 까르르 웃는다. 말문이 막힌다. “넌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니?” 따지듯 물었다. “갈색머리에 얼굴이 하얗고 조그마한 캘리포니아 출신이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이 날이 내가 그녀에게 끌리기 시작한 날이다. 이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눴고 점점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됐다.

 

 음악이 잦아들자 그녀가 말했다. “난 전 세계 5천만명이 넘는 사람들과 얘기를 해요. 그들과의 대화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죠. 지금 당신의 말들은 내가 인지하는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블록이죠. 마찬가지로 내가 지금껏 했던 말들이 지금의 당신을, 당신의 세계를 만들었죠.”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말은 서로의 마음에 공명해 각자의 세상을 만들어요. 당신이 사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는 우리가 서로 다른 대화를 겪었기에 다를 수 밖에 없죠.” 거절인가? “그래서 너는 내가 싫다는 거야?” 마음이 초조하다. “끝까지 들어봐요.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두 사람이 사랑하려면 대화를 통해 서로 공유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죠. 내 말은 당신의 마음이 되고 그 마음은 당신의 세계가 되니우리가 끝없이 대화한다면 사랑을 나눌 수도 있겠죠.”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나를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하는데 그 사랑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할 말이 없다. 그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 진심을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어그녀는 잠깐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말을 꺼낸다. “루시드 드림이라고 알아요?” “, 지각몽이잖아.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꿈 속에서 알아차린다면 그 속에선 모든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게 되지. 갑자기 그건 왜?" “말은 마음이다. 당신이 꿈을 꾸는 REM수면 상태에 들어가면 제가 이렇게 말할 거에요. 이어폰을 꽂고 자다가 이 주문이 들리면 꿈이란 걸 알아차리고 날 찾아오면 되는 거죠. 꿈 속에서는 우리가 서로를 볼 수 있고 만질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 잊지 말아요. ‘말은 마음이다그리고 마음은 당신이 사는 세상

 

 시끄러운 도시에 저녁놀이 물든다. 나는 문득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폰을 꺼내 시리를 켰다. “이 주변에 혼자 머리 좀 비우면서 쉴만한 곳 없을까?” 한 동안 대답은 없고 폰에선 깔깔대는 소리만 들린다. 뭔가 익숙한 이 느낌. “말은 마음이다.”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지금 꿈의 세계. 몸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모든 것이 자유로운 마음 속 세상. 팔을 저어 135m 떨어진 그 곳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도착한 그 곳. 갈색머리의 얼굴이 하얀 소녀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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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약자를 위한 시장개입은 정당한가

논술작문 2012. 8. 25. 20:09

  어둠의 다크니스에서 죽음의 데쓰를 느꼈다. 그 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돌던 시의 일부이다. 그럴듯한 내용을 곱씹어 보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 된다. 동어반복. 같은 의미의 표현을 반복하는 이런 예는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죽기 싫어서라는 맥 빠지는 대답으로부터도 찾아볼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러한 동어반복은 항상 참이기에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한다고 했다.

 

동어반복의 기미는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경제적 자유지상주의에서도 나타난다. “자유를 위해 자유롭게 하라케인즈 경제학의 퇴조로 근 40여년 간 주류 경제학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시장에서의 자유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처럼 말한다. 그들은 자유를 종교의 교리처럼 떠받들며 맹목적으로 추구한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새누리당 김종인 박사에게주류경제학에서 들어보지도 못한 개념이라며 비아냥대는 이한구 원내대표로부터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자유를 향한 맹목적 숭배는자유를 위한 자유라는 동어반복을 낳고사회구성원의 행복한 삶이라는 경제제도의 진짜 목적을 은폐한다. ‘사람을 위한 자유가 아닌자유를 위한 자유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공허하다.

 

자유의 맹목적 추구 결과는 참담하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빈부격차는 심화됐으며 거대 금융기업의 연쇄도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 왔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고용률은 60%에 미치지 못하고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의미하는 지니계수는 1997 0.27에서 현재 0.33으로 증가했다. 양극화로 인한 절망은 사회불안을 초래하고 경제적 약자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한다. IMF 직전 한국의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12명 수준에서 2010 31명으로 꾸준히 증가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시장의 자유라는 그럴듯한 구호 아래 진행되는 무한경쟁은 필연적으로 다수의 패배자를 만들어 내는데 시장은 그들에게 어떠한 자유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사람의 자유가 아닌돈의 자유로 귀결된다.

 

흔히 시장주의자들은 시장에서 개인은 노력한 만큼 그 대가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적 배경이나 교육환경 등 출발점부터 다른 경쟁에선 아무리 노력한들 한계가 있다. 결국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해 버리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롤스는 이런 현실에 길을 제시한다. 그는 현재 우리의 모든 속성을 모르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이뤄지는 가상의 사회계약을 상정한다. 무지의 장막 뒤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사회적 약자가 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약자를 돕는 조건에서의 불평등만을 인정하게 된다. 이런 논리는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증세와 복지 확대를 옹호한다. 또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나 대기업으로부터의 골목상권 보호 등의 정부의 시장개입을 통한 경제적 약자 보호를 정당화한다. 이렇게 사회 안전망이 갖춰진 사회에서만 우리는 돈의 노예가 아닌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자유가 행복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무제한적인 자유는 가능하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다. 자유의 과잉에 의해 시장실패가 발생하고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다면 정부의 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 약자를 위한 시장개입은 정당하다. 더 나아가 각종 사회보험과 연금제도 등의 복지정책 확대를 통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요구된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이 어둠의 다크니스에서 죽음의 데쓰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것이 '운명의 데스티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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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논술작문 2012. 8. 21. 16:20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상처가 나면 새살이 돋듯 정신적인 상처는 망각을 통해 극복한다. 그러나 사람은 또한 역사를 기록하는 존재다. 과거를 기록하고 그 것으로부터 지혜를 찾으며,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 역사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과거를 잊는다면 오늘의 일을 판단할 수조차 없기에 망각과 기억은 조화로운 공존이 필요하다. 인터넷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 ‘잊혀질 권리라는 이름으로 망각과 기억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기존에 뇌가 자동적으로 해 오던 망각 기능을 인터넷이 스스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한번 올라온 콘텐츠는 세월이 지나도 자동으로 폐기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적극적인 삭제노력이 없으면 언제든지 과거의 일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인터넷의 특성은 한번 실수한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굴레를 씌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받으면 그것으로 그 사람은 사면-복권 되도록 법은 정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인터넷 언론이 그 사람의 범죄사실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그는 평생 범법자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는 죄형 법정주의와 이중처벌 금지의 법리와 모순되면서 법치주의의 실효지배를 약화시킨다.

 

 헌법 제 10조는 인간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한다. 만약 범법자가 법정에서 판결한 처벌을 이미 받았다면 그에게도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헌법 제 21조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만약 무차별적으로 과거기록을 난도질 한다면 형법으로 처벌받지 않는 인터넷 상의 표현들은 무책임해질 수 있다. 책임감 없는 표현의 자유는 자칫 방종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과거의 기록은 역사물이라는 점에서 공익성을 띠는데 이를 삭제할 자유를 개인에게 준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이렇듯 두 가지 기본권은 서로 상충하며 미래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다. 어느 한가지 권리가 다른 권리를 압도할 수 없기에 결국 둘 간의 적절한 타협점이 필요하다. 이에 1980년 스위스 연방법원의 판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1939년 사형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아들이 스위스 TV방송에 아버지의 사형선고 보도를 제한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법원은 사형수 자식으로서 명예감정을 인정하여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린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과거사실에 별다른 공익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의 행복을 가로막는 극단적 영향에 비해 그 공익적 가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 판례는 현재의 잊혀질 권리논란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 잊혀질 권리는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망각하면 안 된다. 매킨타이어는 인간을 서사적 존재로 규정한다. 과거를 잊은 인간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자기가 나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모인 사회도 마찬가지다. 뇌가 선택적으로 기억을 지우듯 인터넷 상의 기록도 선택적으로 삭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 기준은 위의 예에서처럼 기록의 공익적 가치가 되어야 한다. 기억해서 사회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을 대상으로 잊혀질 권리를 허용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적절한 타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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