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논술작문 2012. 11. 8. 19:26

가장 안정감 있는 도형은 삼각형이라고 한다. 수 천년 동안 보존된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삼각형이고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삼각대도 발이 세 개다. 한국의 정치체제가 삼권분립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도 견제와 균형에 이상적인 형태가 바로 이 삼각구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둘만 있으면 항상 싸우기만 해서 정작 해야 할 일들은 등한시하거나 혹은 둘이 야합하여 국민을 기만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셋이 있으면 섣불리 어느 한쪽에 싸움을 걸 수도 없고 야합의 가능성도 낮아져 꼼수를 부리지 않고 각자 자기 본분을 다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존 양당의 나눠먹기식 양강체제는 지역감정에 의존한 야합에 가까운 체제였다. 겉으로는 상호 견제하는 것 같으나 생산성 없는 상호비방전만 벌이다 결국 지역주의를 이용해 서로의 기득권을 지켰다. 건설적인 정책대결을 하지 않아도 자기 당의 텃밭에서 공천만 받으면 그만인 정치환경은 정치인들을 지역주의라는 아늑한 둥지 속에 안주시켰고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됐다. 이러한 양당야합의 틀을 깬 것이 박원순, 안철수로 대표되는 시민사회계 인사들의 정치진출이다. 이들은 제 3의 길을 제시함으로써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상호견제를 통해 서로가 발전적인 노력을 하게 만들었다. 안철수가 비록 야권후보로 분류되고 있다지만 정치개혁을 모토로 하는 그의 신념은 기존 정치권을 긴장시키기 충분했고 실제로 양당은 국민의 눈에 들기 위해 각종 개혁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단일화 논의는 상호견제의 삼각구도를 깨뜨리고 유권자들을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 세가지 선택지가 있을 때는 조금 복잡하지만 유권자들이 선택지를 좀 더 면밀히 살피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단일화가 된다면 한명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승부게임이 돼버린다. 합리적인 정책비교에 의한 선택이 아닌 타()와 아() 의 싸움에서 내 진영의 잘못은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 맹목적이고 감정적인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싸움에선 누가 이긴다 해도 국민의 절반은 증오에 찬 패배자가 되고 그들은 5년 내내 정부의 적이 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두 정권을 거의 식물정부로 만들어 버린 것도 바로 이 증오의 사슬이었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라도 격앙된 국민들이 증오의 감정을 삭히고 좀 더 냉철한 눈을 가져야 한다. 상호견제가 필요한 것이지 증오에 찬 무조건적 적개심은 지역주의나 색깔론 같은 기성정치의 얄팍한 술책에 이용되기 쉽다.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바란다면 단일화가 된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일대일 승부게임의 도식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후보들도 승부 후엔 서로를 인정하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이 포용력은 승자로부터 시작된다. 승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화합이 된다. 화합이 돼야 증오의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고 합리적인 국민들의 감시 속에 정치가 본분을 다하게 된다. 진정 단일화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단일화 승부 후 승자의 포용력을 유심히 지켜보자. 포용력의 시험대를 통과한 사람만이 삼각구도를 깨뜨린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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