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VS구글) 스마트워치의 명품가치 흡수전략

IT이야기 2015. 3. 10. 16:54


"스위스 시계 산업은 위기에 처할 것이다."


지난해 9월 애플이 애플워치를 소개하기에 앞서 디자인을 총괄한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 부사장은 이렇게 호언했습니다. 스마트워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스위스 시계가 전복될 것이라는 자신감! 스위스 시계 업체들은 내심 가슴 조리며 애플워치의 등장을 지켜봤습니다.


당시 애플워치는 원형 프레임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각형의 프레임으로 나왔지만 기존 삼성 기어 시리즈 등 IT 기기 냄새가 진하게 나는 제품과 달리 산뜻한 디자인과 용두를 이용한 인터페이스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9일 드디어 애플워치의 사양이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9월에 비해 별다른 내용이 없자 국내 언론은 "혁신은 없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혁신은 없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내놓은 내용에 대한 세부사항을 밝히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애플워치의 용두를 이용한 인터페이스나 애플페이를 이용한 결제 시스템, 여러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등은 여전히 우리 삶을 바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패션은 OK, 명품은 글쎄?


진짜 문제는 스위스 시계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는 애플의 전략입니다. 시계산업은 이미 명품산업이 돼버렸습니다.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는 스위스의 명품 기계식 시계입니다. 현재 1000 스위스프랑(약 110만원)을 넘는 손목시계의 95%가 스위스산일 정도입니다. 스위스 시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판매량 기준으로는 2.5%에 불과하지만 매출 점유율로는 54%에 달합니다. 손목시계가 자동차와 더불어 남성의 자존심이 걸린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으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애플은 이같은 사실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애플은 1900만원짜리 애플워치 금장 에디션을 내놓는다고 선언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애플이 명품시장에 도전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5월 버버리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앤젤라 아렌츠를 리테일·온라인 판매 부문 수석부사장으로 데려온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버버리에서 디지털·인터랙티브 디자인을 맡은 체스터 치퍼필드를 영입했습니다. 앞서 2013년에는 이브생로랑의 CEO 출신인 폴 드네브를 영입했죠. 애플워치를 명품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입니다.


하지만 유명 디자이너 몇명 영입하는 것으로 명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명품시계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스위스 기계식 시계의 역사는 200년이 넘습니다. 스위스 시계의 가치는 손목의 운동에너지를 동력으로 쓰는 오토매틱 기계식 시계의 섬세한 기술만이 아닙니다. 핵심은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다져진 '명품의 아우라' 그 자체입니다.




▷시계산업의 핵심은 '기호가치'


명품의 가격이 턱없이 비싼 이유가 있습니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구별시켜주는 기능입니다. 평민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명품잡화를 착용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지위를 과시할 수 있고 스스로 우월감을 느낄 수 있죠. 이같은 기능으로부터 나오는 가치를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장 보드리야르는 '기호가치'라고 불렀습니다. 


경제학계에서는 재화의 효용을 근거로 수학적 분석 모델을 도입한 한계효용학파 이전에 줄기차게 나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제기한 물과 다이아몬드의 딜레마였죠. 분명 물이 인간에게 더 필요하고 가치있는 것 같은데 왜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더 비싸냐는 것이었죠. 가치론으로 들어가면 물의 사용가치가 다이아몬드보다 큰데 교환가치(가격)는 왜 거꾸로 나타나는가죠.


한계효용학파는 '한계효용'이라는 개념과 수요공급 곡선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물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많지만 다이아몬드는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어 가격이 높게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나요? 이 설명에는 정작 왜 다이아몬드 수요가 많은지에 대한 설명은 쏙 빠져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보드리야르의 기호가치입니다. 저는 물건의 가치(교환가치·가격)를 사용가치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사용가치와 기호가치의 합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재화의 효용은 대체로 사용가치로부터 발생하지만 명품과 같은 특정 재화의 효용은 사용가치보다 기호가치로 인해 결정됩니다. (참고로 기호가치는 남과 나를 쉽게 구분지을 수 있을 때 발생합니다. 명품이 대체로 패션잡화나 자동차 등에 집중되는 이유죠.)


명품시계와 물리적으로 완전히 같은 SA급 짝퉁의 가격과 진품 가격의 차이는 기호가치의 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짝퉁이라는 사실로부터 발생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소거한다면)



시계의 기능을 의미하는 사용가치와 달리 기호가치는 물리적인 생산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광고·마케팅 회사들이 멋진 모델과 전설적인 스토리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기호가치의 생산이 미디어를 통한 문화적인 방식을 동원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브랜드 가치는 기호가치와 상통합니다.)


결국 기호가치는 단시간 내에 자본을 쏟아붇는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가격만 높이는 방식으로 과시하기 좋아하는 일부 부자들을 노릴 수는 있지만 명품이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적어도 수십년 이상의 명성을 쌓아야 비로소 명품의 아우라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죠. 톰 포드 등 비교적 역사가 짧은 브랜드도 디자이너 개인의 명성과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애플이 가진 브랜드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명품시장에서의 명성은 IT 산업의 것과는 다릅니다. 애플은 명품산업은 물론이거니와 손목시계를 만들어본 경험도 전무합니다. 걸음마도 떼지 않은 아기가 마라톤 우승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죠.


▷개방적 OS의 필요성 - 구글 안드로이드웨어


스마트워치가 보편적인 생활방식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특히 가방에 스마트폰을 넣고 다니는 여성들은 알림 기능만으로도 유용하죠. 문제는 애플이 현재의 전략을 고수할 경우 애플워치와 기존 명품시계 중에 택일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시계는 왼쪽 손목에 차는데 여기에 스마트워치와 명품 시계를 동시에 차는 것은 우스꽝스럽습니다. 상황에 맞춰 번갈아 차기도 귀찮습니다. 결국 스마트워치와 명품 시계는 하나로 합쳐져야 합니다. 


애플은 스마트워치를 명품으로 만드는 방향을 택했고,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명품 시계에 스마트워치 기능을 도입하는 방식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미 프레드릭콘스탄트, 알피나, 파슬 등이 스마트워치 기능을 가진 기계식 시계를 출시했습니다. 세계 최대 시계 기업인 스와치 그룹은 올해 독자적인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시계 업체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기계식 시계의 기호가치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스마트워치를 만들 수 있을지입니다. 여기에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시한 기업이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이면서 오히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카이로스'입니다. 카이로스워치는 2가지 방법으로 명품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워치를 결합시킵니다.


△첫째는 기계식 시계의 유리를 투명 디스플레이로 만들어 평소에는 명품시계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터치할 경우 스마트워치로 전환되는 방식입니다. △두번째는 스마트워치 기능을 갖춘 시계줄(T밴드)을 이용해 기존 기계식 시계를 스마트워치로 바꿔주는 방법입니다. 가보로 내려오는 100년 넘은 시계도 스마트워치로 변신합니다. 이미 여러 시계 업체들이 카이로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카이로스가 물리적인 방식으로 스위스 시계업체에 살길을 열어줬다면 소프트웨어 방식으로는 구글 안드로이드웨어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산업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구글이 개방적인 OS로 기존 휴대폰 제조사에 살길을 열어주며 시장을 석권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19일 태그호이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를 적용한 기계식 시계를 연내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스마트폰과는 달리 기호가치가 중요한 시계 산업의 특성상 기존의 제조사를 이용하면서 플랫폼을 장악하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시계 산업의 기호가치 지키기


혁신적인 제품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바꿔놓음과 동시에 시장의 규칙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합니다. 애플워치가 혁신적인 앱들을 내놓는다면 마셜 맥루한이 말한 것처럼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는 보편적인 도구가 될 것입니다. 다만 명품의 기호가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힘으로 스위스 시계를 누른다면 자칫 시계 시장의 파이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명품 애호가라고 해서 명품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 1900만원짜리 애플워치 금장 에디션을 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반면 명품 라인에 해당하지 않는 애플워치 스포츠 등은 중저가 시계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장 시계줄이 대중성에 기반한 제품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명품시계를 차던 사람들이 스위스 시계의 기호가치 대신 애플워치의 혁신적인 사용가치를 선택한다면 600억달러에 달하는 기존 손목시계 시장은 급격히 쪼그라들 것입니다. 기호가치가 거세된 시계 시장은 사용가치 덩어리에 불과할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애플이 기존 명품시계 업체들을 포섭해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시계산업의 기호가치를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방식입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시계산업의 기호가치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시장의 다양성을 지키는 길이지요. 기호가치는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명가들이 각자의 개성과 기품을 자랑하며 겨룰 수 있을 때 자라납니다. 그런데 애플은 스마트워치에서도 특유의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전쟁에서 애플이 잘못된 길을 택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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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남아도는 심야전기로 가상화폐 강국 만들기

비트코인 2015. 1. 29. 16:12


야간의 전력은 남아돌고 있음.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함. 이 전력을 이용해서 대규모 이시리움 채굴을 하는 것임. 초기 투자비용을 제외하고는 상당량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됨. 그리고 한전에서 전기요금을 이시리움으로 받는다면 이시리움의 확산에 도움이 될 것임. 

한전은 단지 전기만 생산하는 것이 아닌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동하는 컴퓨팅 리소스 생산자가 될 것임. 전기와 가상화폐를 상호 태환하는 전략. 이시리움 시뇨라지의 상당부분을 한전이 가져올 수 있게 됨. 모든 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필요한 자원인 전기와 가상화폐와의 태환은 해당 가상화폐를 주도적인 화폐로 만들어줄 것. 

전기와 화폐는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음. 인코어드의 전력 계측 기술과 결합하면 전기와 화폐간의 거의 완벽한 태환이 가능해짐. 독점적인 전력 생산력을 가진 한전은 독보적인 발행력을 가지게 될 것. 한전이 핀테크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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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와 탐스의 공존 = 시장 효율화와 빈부격차 교정

IT이야기 2015. 1. 29. 13:56


< '기호가치' 지렛대로 자본주의 교정하기 >

유사 콜택시 '우버'는 놀고 있던 자동차를 공유한다기보다 운전자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김국현 미디어오늘 칼럼니스트는 이를 '일자리의 클라우드화'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다만 이 문제를 '저주'라고 표현했다.

반대로 나는 일자리의 클라우드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아야 한다. 그게 공평하다. 우버는 '공유경제'라는 명목 아래 노동력의 분배와 교환을 극단적으로 효율화한다. 비효율이 없어지고 나면 노동의 단위당 가치가 올라간다. 하향평준화 돼있던 것이 상향평준화한다. 이 과정에서 고용된 사람과 고용되지 않은 사람 간의 빈부격차는 늘어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선 사람들이 스스로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는 직능을 개발해야만 한다. 문제는 교육이다. 개인별 맞춤교육을 통해서만 비교우위를 개발할 수 있다. 현재의 대규모 매스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또한 교육의 클라우드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낙오한 사람들은 생기고 빈부격차도 심해질 것이다. 이 문제는 물리적인 생산력의 분배로 해결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정신적인 가치와 물질적인 가치의 교환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명예의 분배 방식을 화폐와 연동하는 것이다. 돈으로 계량화된 명예를 사고 그 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재단이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명예는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가치있다는 반론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돈과 명예를 교환하고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 명예를 위한 직업과 돈 많이 버는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이미 두 가치 중 선택하지 않은 가치를 기회비용으로 지불하고 내가 원하는 가치를 사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명품잡화를 사는 일이다. 고급 외제차를 사는 일이다. 돈을 써서 공천을 받는 것이다.

명예와 돈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가치를 보드리야르는 '기호가치'라고 했다. 남보다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가치다. 명품 가격의 대부분이 물리적 사용가치가 아닌 기호가치로 이뤄져 있다. 기호가치는 화려한 광고와 마케팅, 브랜딩 전략 등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저 럭셔리한 이미지가 아닌 돈많은 멋진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까지 배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쥬'의 이미지를 만들면 어떨까. 단순히 모델을 써서 화려하게 패션쇼를 하기보다 재단을 만들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행위로 멋진 이미지를 만들고 기호가치를 생성하면 어떨까.


기호가치가 물질적 사용가치와 다른 점은 재화와 사람의 일대일 관계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호가치는 나와 비교할 다른 사람이 있을 때 발생한다. 즉 사람들 간의 관계에 재화가 끼어들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명예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발생한다. 기호가치와 명예가 결합하기 쉬운 이유다. 단, 여기서의 명예는 명예 전반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자이면서도 가난한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친절함' '노블리스 오블리쥬'와 같은 명예다. 새로운 형태의 명예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관리해야 한다.

돈으로 산 명예가 기호가치가 되려면 1. 다른 사람들이 해당 명예의 존재를 인지하고 2.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구입한 명예를 인지하기 위해선 일단 눈에 잘 띄어야 한다. 기호가치 덩어리인 명품이 눈에 잘 띄는 패션잡화나 자동차에 집중돼 있는 이유다. 명예를 교환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이를 패션잡화에 주입하는 것이다.

구입한 명예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부자와 빈자의 가치교환이 실제로 일어나야 한다. 즉 명예를 판매하는 명품업체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수혜를 입은 가난한 사람들은 해당 명품을 걸치고 다니는 사람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별다른 보상 없이, 힘들게 모은 재산의 상당량을 뺏어가는 세금제도는 부자를 반발하게 만든다. 하지만 재분배에 대한 대가를 명예로 보상한다면 부자들도 재분배에 참여할 동기가 생긴다.

모든 재화에는 한계효용 체감이 발생한다. 전재산이 10만원인 사람에게 1만원은 매우 소중하지만 10조원의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하찮다. 가진게 돈 밖에 없는 사람은 돈 외의 다른 것을 추가로 갖기 원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원한다. 지금껏 시장에서 유통되는 재화나 서비스는 대부분 물질적인 것이었기에, 아무리 부자라도 명예와 같은 정신적인 가치를 사기는 어려웠다. 만약 명예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내고 명예를 살 것이다. 자신에게 돈을 주는 친절한 부자를 존경하는 것만으로도 생계에 도움이 된다면 빈자는 기꺼이 그럴 유인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를 위해 넘어야 할 몇가지 문화적 장벽이 있다.)

두 재화의 소비량 비율을 결정하는 상황에선 누구나 자신의 편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돈이 많은 사람은 명예를 늘리길 바라고, 돈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자신을 낮추는 정신적 행위를 통해 돈을 얻길 원한다. 모든 가치의 한계효용은 체감하기 때문이다.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시장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인 물질적 가치의 빈부격차 심화를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그 거래소 매커니즘에 가장 가까운 모델이 '탐스슈즈'다. 세계가 합심해 명품 재화에 매우 높은 세율의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제도적인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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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부작용 해결법은 '약정제 폐지'

IT이야기 2015. 1. 29. 13:27



조삼모사 호갱 버블 없애기

최근 피디수첩이 단통법의 문제점을 파헤쳤다. 나는 휴대폰 유통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약정제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정제가 없어지면 휴대폰 보조금으로 벌어지는 가격 차별의 문제 등이 해소될 것이다. 약정이 없어 언제 떠날지 모르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통신사들은 통신품질과 가격경쟁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보조금이 줄면서 휴대폰 판매량이 줄어 국내 휴대폰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사실이다. 현재 삼성전자 등 휴대폰 생산업체는 통신사를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보조금은 고스란히 출고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제조업체는 보조금을 마케팅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제조업체에게는 이같은 방식으로 세가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첫째는 출고가를 높여 고급 프리미엄 제품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 둘째 보조금을 통해 선심 쓰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켜 소비자들이 뭔가 이익을 보는 것처럼 만들어 판매를 촉진한다. 셋째 출고가를 높이고 보조금을 주는 방식은 매출을 부풀리는 좋은 수단이다.

결국 통신사와 제조사의 야합이 약정제에 기반한 보조금 지급이다. 약정제를 폐지할 경우 휴대폰 구입에 가격 장벽이 더욱 높아진다. 제조사는 자연히 값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제조사별 가격경쟁으로 단말기 가격이 저렴해질 것이다. 특정 통신사에 매여있지 않고 유심만 바꾸면 되는 자급제폰이 늘어날 것이다. 가격 장벽이 높은 것은 제조사가 휴대폰을 할부로 판매하면 된다. 이미 통신사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것을 제조사가 하면 된다.

사실상 현재 통신상품이고 단말기고 모두 약정제라는 굴레 속에 보조금을 이용한 조삼모사의 눈속임을 해왔다. 보조금을 제한한 단통법은 통신사 카르텔을 더욱 공고히 한다. 과점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과점의 이점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가격경쟁이다. 가격 경쟁 대신 마케팅 경쟁을 하는 것이 과점시장의 특징이다. TV를 틀면 통신사 광고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가격은 한번 내리면 올리기 힘들지만 마케팅 비용은 상황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문제는 마케팅 경쟁이 소비자의 편익 증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신사든 단말기 제조사든 품질 경쟁과 가격 경쟁이 필요하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야합 고리도 끊어져야 한다. 소비자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의 편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약정제를 금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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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본 휴가지 인기 1위는 '대천'

한국경제 2014. 8. 6. 09:57



올해 여름철 인기 휴가지는 어디일까. 한국경제신문이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업체 현대엠엔소프트와 함께 7월 한달간 ‘맵피위드다음’에서 목적지로 입력된 휴가지를 분석했다. 맵피위드다음은 현대엠엔소프트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으로 50만명 가량이 사용하고 있다.


 여름철 피서에는 역시 물놀이가 제격. 1위부터 4위까지 해수욕장이 싹쓸이했다. 대천 해운대 을왕리 경포대 등 전통의 해수욕장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광안리 속초 송정 등을 포함할 경우 20위권내 해수욕장이 9곳을 차지했다. 내륙에서는 워터파크가 대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용인 캐리비안베이와 홍천 비발디파크가 젊은이들과 가족단위 방문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해수욕장 틈바구니에서 전주 한옥마을이 5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전주국제영화제로 관광객이 부쩍 늘어난 전주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해 연중 인기있는 여행지로 떠올랐다. 이국적인 모습의 전주 전동성당은 사진찍기 좋은 장소로 꼽혔고, 독특한 초코파이로 유명한 63년 역사의 ‘풍년제과’는 전주 방문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섬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 휴양지다. 남이섬이 9위, 거제도의 '바람의 언덕'이 12위, 월미도가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이섬은 다양한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점이 인기요인. '이브의화원' '회전목마' 등 TV 드라마로 유명해진 바람의 언덕은 해안 절벽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남해 풍광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개장한 수원 광교호수공원도 수도권의 대표적인 피서지로 부상했다. 광교신도시의 호수공원 면적(202만5418㎡)은 일산호수공원의 두배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2014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1위에 오르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인정받았다. 


 항구도 인기 휴양지다. 주문진항과 소래포구항은 나란히 13위와 14위를 꿰찼다.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생선회와 조개구이 등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경주 안압지, 담양 죽녹원 등이 20위권에 포함됐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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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SA '한국민 감시'…정부 협조 가능성 높아

한국경제 2014. 7. 8. 23:37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세계를 대상으로 한 통신 감시에 한국 정부가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덴마크 일간 인포메이션은 6월19일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한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한국에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세계 33개국 정부가 NSA의 자국민 감시를 도왔다. 이 33개국은 기존에 알려진 NSA의 긴밀한 협력국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는 다른 범주의 느슨한 협력국이다.


 이들 정부는 'RAMPART-A'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NSA가 해당 국가의 광케이블 기간망에 감청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신 수집된 자국 국민의 정보를 공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기간망을 감청할 경우 전화 통화는 물론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 인터넷 채팅 등의 도청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2011부터 3년 동안 1억70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했다.


 공개된 문서에 33개국의 구체적인 명단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포메이션과 공조 취재한 영국의 온라인 매체 인터셉트는 글렌 그린왈드의 저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에 등장하는 33개의 NSA 협력국을 지목했다. 이 명단에는 일본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한국이 포함돼 있다. 그린왈드는 스노든과 함께 NSA의 실태를 최초 고발한 전직 가디언지 기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NSA의 정보수집 국가에 한국이 포함됐을 경우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도청 의혹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에 사실 여부 확인을 요청했다. 만약 정부가 NSA의 한국 감시를 돕고도 이같은 반응을 내놓은 것이 사실이라면 파장이 예상된다.


 공개된 기밀문서에 대해 기간망 관리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외교부와 주한 미국 대사관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 기사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70782391&intype=1

덴마크 인포메이션 기사 : http://www.information.dk/501280


영국 인터셉트 기사 : https://firstlook.org/theintercept/article/2014/06/18/nsa-surveillance-secret-cable-partners-revealed-rampar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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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의 이상과 비트코인

비트코인 2014. 7. 3. 20:32


아침에 목욕하다 떠오른 단상 (뭄바이 / 2014.07.03)

1. 대학 시절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인간 생명의 가치가 과연 무한한가'에 대한 의문을 단순히 수요공급 곡선으로 풀어보려 했다. 지구 상의 유한한 산소의 공급을 생각했을 때 수요자인 인간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가정을 도입할 경우 산소의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결국 산소의 시장가격이 형성되면서 인간 생명의 가격 또한 연계적으로 도출된다. 가치를 가격으로 판단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 생명의 가치는 무한한 종류의 것이 아니다. 물론 굳이 이런 상상을 하지 않아도 현실에서 인간의 생명은 그리 값지지 못하다. 인신매매를 봐도 그렇고 청부살인을 봐도 그렇다.

2. 노동가치론을 주장한 마르크스는 교환가치(가격)와 투하노동가치가 불일치하는 것을 관찰하고 곤혹스러워 했다. 결국 가치는 가격과 동일시 될 수 없다. 비단 사람마다 다른 주관적인 가치판단 때문만은 아니다. 주관적인 가치판단도 시장에서 특정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로 계량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마다 서로 다른 가치 판단을 하게 만드는 제도적 제한성에 문제가 있다. 바로 재산권이 보호되고 있는 사회에서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양적 차이다.

3. 당시 미시경제학을 가르치던 교수님께 이 문제를 가지고 찾아갔다. 교수님께서는 현재 주류 경제학파인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을 내게 일러주셨다. 바로 경제주체들의 지불의사와 지불능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당장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암환자는 병원치료에 대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지불의사를 가질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지불능력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마음같아서는 수백억원을 내고서라도 살고 싶지만 단돈 1000만원이 없어 퇴원을 결정하는 사람도 많다. 누군가에게는 하룻밤 술값에 불과한 그 돈 때문에! 바로 이 지점에서 공리주의와 시장주의의 괴리가 일어난다.

4.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장하는 공리주의. 공리주의 철학에 기반한 신고전학파의 효시 - 한계효용학파. 영국의 제본스, 오스트리아의 멩거, 프랑스의 왈라스가 저마다 한계효용에 기반한 경제 모델을 제시했다. 특히 왈라스의 수리모델은 스위스의 로잔느학파를 거쳐 일반균형이론으로 정립됐다. 문제는 일반균형이 완성된다 하더래도 지불능력과 지불의사 사이의 간극 때문에 공리주의의 목표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차선책으로서 시장주의가 그나마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사회 구성원의 지불의사와 지불능력의 간극이 넓어질수록 힘을 잃는다. 거시적으로는 빈부격차의 심화가 이에 해당하며 미시적으로는 명품 선호현상이 문제가 된다.

5. 위와 비슷하나 또 다른 문제로 화폐 자체의 한계효용 체감의 문제가 있다. 화폐 한단위를 추가로 갖게 될 때 느끼는 효용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땡전 한푼 없는 거지에게 만원은 대단히 큰 돈이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쾌감도 크다. 반면 1조원대 거부에게 만원은 있으나마나 한 돈이다. 하지만 신고전학파에서는 화폐의 한계효용에 대해 눈감아 버린다. 화폐는 중립적인 것이고 모든 사람에게 1원은 같은 가치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이론의 정립성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다. 신고전학파 경제모델의 근간을 흔드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양 속담에 '눈은 배보다 크다'라는 속담이 있다. 먹고싶은 것이 아무리 많아도 물리적으로 누릴 수 있는 쾌락은 한정돼 있다는 뜻이다. 돈이 너무 많아 어차피 다 써보지도 못하고 죽을 바에야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낫지 않은가. 부자의 작은 희생이 가난한 자의 큰 행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적어도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봤을 때 위와 같은 이유로 정당화된다.

6. 부의 재분배 과정에서 다시 한번 문제가 발생한다. 과연 누가 어떠한 권리로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말인가. 모두가 자본주의 사회에 내던져져 합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혹자는 모두에게 같은 환경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분명 일리가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일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유전자가 같은 클론들이 동일한 좌표상에 겹겹이 서있지 않는한 말이다. 기회의 불평등 문제는 분명히 해결하고 넘어갈 것이지만 보다 결정적인 것은 부자의 돈을 세금이라는 명목과 합법적인 물리력으로 가져가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는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인간의 생명을 인간 스스로 빼앗는 사형제도와 비슷한 종류의 철학적 허점을 가지고 있다. 관료들의 부패와 행정조직의 비효율성, 재분배를 명분으로 가져간 세금을 소수의 결정권자들이 제멋대로 집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이가 반대할 것이다.

7. 나는 적어도 사회제도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짜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리주의자다. 그리고 이 글은 공리주의의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에 다가가기 위해 쓰여지고 있다. 공리주의의 단점들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이 많겠으나 여기서는 일일이 논의하지 않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기존의 시장주의가 공리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지만 금융자본주의와 고도의 기술사회에서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는 금융자본주의의 한계를, 올초 페이스북이 20조원을 들여 인수한 왓츠앱은 초기술사회에 들어선 자본주의의 기형성을 보여준다. 불과 50명의 직원이 몇년만에 20조원을 만들어낸 사건. 누구에게는 영웅신화가 될 수 있겠으나 우리가 극단적인 빈부격차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증거임이 분명하다.  빈부격차가 늘어날수록 사회 전체의 행복도는 낮아진다.

8.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서 부의 재분배는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의 손을 거치는 재분배는 반발을 불러온다. 많은 시장주의자들은 또다른 철학적 기반으로 자유주의를 내세운다. 루소 등의 계몽주의 철학에서 나온 자연적 재산권 개념도 한몫 한다. 자기가 번 것은 자기 것이라는 믿음. 시장주의는 재산권을 신성불가침의 가치로 격상시켰다. 재산을 침해하는 것은 자유를 침해하는 것과 같다. 재산이 '자유'라는 강력한 가치와 융합하면서 시장주의는 그만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졌으며 또 그만큼 강력해졌다.

9. 그렇다면 이 재분배를 인간이 아닌 자연이 대신해준다면 어떨까? 인간은 비가 오고 눈이 온다고 해서 시위를 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재분배 과정도 인간이 중간과정에 개입할 수 없는 자연적인 제도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굳이 정부가 계좌추적까지 해가며 추징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말이다. 소득을 신고할 필요도 없으며 시스템은 소득과 자산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적절한 재분배 기여금을 떼어다 분배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알고리즘 시스템을 계량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모든 화폐는 전자화돼 있으며 부의 재분배는 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특정 공동체가 택한 알고리즘 안에서 계절 바뀌듯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10. 비트코인은 단순한 가상화폐가 아니다. 오히려 계약관계를 다루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담길 개방형 플랫폼이다. 비트코인에 특정 인증서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집문서 땅문서 주식 채권 등 수많은 증서를 전자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의 비트코인 시스템은 세금을 회피하고 자중손실을 최소화하는 중립적인 화폐로서의 길을 추구한다. 문제는 부의 재분배를 경시하는 화폐 시스템이 얼마나 지속가능하냐는 것이다. 여기서 재분배를 통해 발생하는 자중손실과 재분배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회 전체의 잠재적 효용손실의 크기를 비교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나는 부의 재분배가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이 각국 정부들과 마찰을 빚는 원인의 일부도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11. 나의 제안은 블록체인 등 비트코인의 기술적 장점 몇가지를 취사선택한 뒤 그 위에 자동화된 재분배 시스템을 얹는 것이다. 새로운 가상화폐 알고리즘을 짜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갖춘다. 화폐를 발행하고 통제하는 중앙은행도, 세금을 걷어 재분배하는 정부의 기능도 더이상 필요치 않도록 말이다. 물론 이같은 가상화폐 시스템은 비트코인처럼 세금없는 시스템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방안은 법적-제도적 합의다. 부의 재분배 기능이 들어있는 시스템이 민주주의적 합의 과정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특정 공동체의 보증을 얻는다면 충분히 할만한 싸움이다. 중기적으로 비트코인의 최대 문제는 화폐가치를 보증해줄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도 값어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널리 공유된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법정화폐에 적응한 현대인은 이 낯선 존재에 대해 쉽사리 믿음을 갖지 못한다. 비트코인의 아들이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박히지 않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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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방수제품 출시 봇물... 이유는?

IT이야기 2014. 4. 22. 18:38


방수 카메라, 방수 스마트폰, 방수 태블릿PC…. 최근 출시되는 정보기술(IT) 제품들이 저마다 ‘방수’ 기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예년엔 5월 말~6월 초 나오던 방수 제품이 올 들어 3~4월로 출시가 앞당겨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림푸스는 최근 수중 10m에서 방수되는 아웃도어 카메라 ‘STYLUS TG-850’을 이달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카메라는 방수 카메라 최초로 180도 회전이 가능한 틸팅 LCD를 탑재해 물놀이를 즐기면서도 셀카 촬영에 유용하다. 초당 60프레임의 풀HD 동영상 촬영도 가능해 수중 영상 촬영도 쉽다. 


 지난 11일 세계 125개국에 정식 출시된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도 수심 1m에서 30분간 방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갤럭시S4 액티브로 반응을 살핀 삼성전자는 비싼 스마트폰의 훼손을 우려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방수 기능을 갤럭시S5에 전면 채택했다. 


 소니코리아는 지난 3월 말 방수 태블릿PC ‘엑스페리아 Z2’를 출시했다. 수영장 욕실 등 수심 1.5m에서 30분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방수 성능을 자랑한다. 


 이처럼 방수 제품이 이른 시기에 출시되는 이유는 올해 유난히 봄이 짧고 무더운 여름이 길게 지속될 것이라는 일기예보로 물놀이용 방수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5월 초 황금연휴와 6월 초 지방선거~현충일 징검다리 연휴라는 특수성이 있어 해외여행 등 이른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방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두 번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이른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 많아 예년보다 방수 카메라를 앞당겨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방수 제품뿐만 아니라 방수 기술 기업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방수코팅 전문업체 아이림케이오는 방수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수심 1m에서 30분간 방수되는 방수코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수 기능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제조업체들도 올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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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전시회에서 삼성 모델들이 몸을 꽁꽁 싸맨 이유

한국경제 2014. 4. 17. 17:03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진영상 전시회인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17일 개막했습니다. 삼성전자 소니 캐논 니콘 등 주요 카메라 업체들과 프린터, 방송장비 업체 등이 참여해 뜨거운 반응을 모았습니다.


사진영상 전시회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늘씬늘씬한 여성 모델. 주요 카메라 업체 부스는 아리따운 모델들과 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올해 열리는 월드컵을 컨셉으로 치어리더 복장의 모델을 내세운 소니 부스는 그야말로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의 카메라 업체 부스가 시원시원한 차림의 모델을 앞세운 포토타임을 가졌습니다.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삼성 부스의 모델은 노출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사진기자들이 주요 카메라 업체 모델을 모아놓고 촬영할 때 삼성은 파란색 티셔츠를 정숙하게 차려입은 모델들을 내보냈습니다. 탱크탑 차림의 노출이 심한 다른 모델들 사이에서 확연히 눈에 띌 수 밖에 없었죠.


삼성 관계자에 물어보니 속내는 이렇습니다. 삼성은 지난해 3월 남아공에서 열린 삼성포럼에서 식기세척기 등을 홍보하기 위해 수영복 차림의 어린 댄서들을 동원해 춤을 추게 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선정적인 홍보로 인해 현지 언론의 뭇매를 맞았죠. 행사에 나온 여성 댄서들은 제품과 전혀 관련이 없는 데다 국민 80% 가량이 기독교 신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확대됐습니다. 이후 삼성은 ‘성 상품화’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이번 P&I의 삼성측 메인 모델마저도 노출 없이 꽁꽁 싸맨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비통한 사건 앞에서 최대한 정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삼성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한편 오늘 전시회에는 톱클래스의 모델이 총출동 했다고 합니다. 대충 둘러봐도 그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는데요^^; 예년에는 서울모터쇼와 P&I가 겹쳐 톱클래스 모델들은 대부분 모터쇼로 갔는데 올해는 일정이 겹치지 않아 P&I에도 올 수 있었다네요. 노동시장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모델료는 하락했습니다. 모터쇼와 P&I의 일정이 겹쳤던 지난해의 경우 톱클래스 모델의 시간당(포토타임 기준) 임금이 100~150만원을 호가한 반면 올해는 40~50만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전시회에는 올림푸스와 후지필름이 참가하지 않아 카메라 업체들의 모델 섭외가 한결 수월했다는 후문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경제신문의 유료 서비스 한경+의 콘텐츠입니다. 한경+에는 취재 뒷얘기를 다룬 흥미로운 기사들이 넘쳐납니다. 깊이 있는 정보와 지면으로 옮기지 못하는 내밀한 얘기들을 한경+로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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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결제라더니 '꼼수결제'? BC·국민카드 모바일 ISP 논란

한국경제 2014. 4. 15. 19:12


지난달 A씨는 휴대폰 요금 청구서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모바일 안전결제(ISP)’라는 항목으로 550원이 청구된 것. 3월에 이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언제 가입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해당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에 문의하니 “이미 지난해 1월 가입해 지금껏 매달 550원씩 요금이 부과됐다”고 설명했다. 몇 달째 한번도 쓰지 않은 서비스라며 항의했지만 “본인이 직접 가입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모바일 ISP’로 인한 피해자가 늘고 있다. 모바일 ISP는 휴대폰에서 신용카드 결제 시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매번 입력하지 않고 미리 설정한 ISP 인증서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결제대행사(VAN) ‘브이피’가 제공하고 비씨카드와 국민카드 등이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휴대폰에 저장된 ISP 인증서를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ISP 휴대폰 저장 서비스’다. 매월 550원(부가세 포함)이 부과되는 서비스임에도 유료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용자가 많다. 하단에 깨알 같은 글씨로 표시된 ‘이용요금’ 문구를 보지 못해 그저 결제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가입하는 사용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트위터에는 연일 피해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용요금 문구가 매우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사용자가 인터넷 결제 시 무심코 ‘확인’ 버튼을 누르는 점을 악용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브이피 측은 “유료 서비스임을 표기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브이피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피해자들의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브이피는 모바일 ISP를 채택하고 있는 비씨카드(50.9%)와 국민카드(10.8%)가 결제대행사 이니시스(20.7%)와 합작으로 세운 회사다. 지난해 서비스를 해지했다는 김모씨는 “비씨카드와 국민카드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사 회원들의 돈을 뜯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대폰 부가서비스로 분류된 요금 부과 방식에 대해 이통사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바일 ISP의 수익은 이통사가 20%, 운영사인 브이피가 80%를 가져간다. 이통사는 가만히 앉아서 공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매일같이 걸려오는 항의 전화에도 이통사가 서비스 해지만 해줄 뿐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유다.


박병종/김재후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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