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스마트폰, 슈퍼컴 된다

IT이야기 2014. 3. 25. 22:03

직장인 조준하 씨(28)는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의 ‘파워슬립(power sleep)’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켜둔다. 조씨가 자는 동안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CPU)의 연산 능력은 인터넷을 타고 토마스 라타이 오스트리아 빈대 생명정보학부 교수 연구팀의 클라우드 슈퍼컴퓨터를 가동하는 데 쓰인다. 이 컴퓨터는 암, 알츠하이머 질환과 관련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치료제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앱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 앱이다. 


클라우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리드 컴퓨팅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리드 컴퓨팅은 인터넷에 연결된 다양한 컴퓨터의 유휴 연산 능력을 하나로 통합해 가상 슈퍼컴퓨터를 구성하는 기술이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시카고대 교수인 이안 포스터와 칼 키셀만의 이론에서 유래했다.


그리드 컴퓨팅이 본격 시작된 것은 RC5 암호기술로 유명한 보안기업 RSA시큐리티가 “암호문을 해독하는 사람에게 1만달러의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이에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하나씩 넣어 보는 무차별 대입 방식으로 암호를 풀자는 공감대가 인터넷상에서 형성됐고 1997년 디스트리뷰티드넷이라는 그리드 컴퓨팅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수만명의 네티즌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첫 번째 암호가 그해 풀렸다. 암호문은 “이제 더 긴 암호문에 도전할 때”였다. 이후 2007년 두 번째 암호가 풀렸고 현재는 세 번째 암호 해독이 시도되고 있다. 


이후 그리드 컴퓨팅은 주로 과학 연구 분야에서 많이 사용됐다. 2013년 ‘힉스 입자’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역시 그리드 컴퓨팅의 도움을 받았다. 힉스 입자는 우주에 있는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물질로 세계 물리학계는 수십년 동안 그 존재 규명에 매달렸다. 세계 34개 국가에서 20만대의 컴퓨터를 연구작업에 동원한 결과 결국 그 존재를 입증했다. 심지어 외계인을 찾는 데도 그리드 컴퓨팅이 이용된다. 1999년 시작된 세티(SETI@home) 프로젝트는 참여자 컴퓨터에서 화면보호기가 작동되는 동안 푸에르토리코 전산소로부터 외계 전파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분석자료를 재전송한다. IBM도 ‘월드커뮤니티그리드’로 고영양쌀·청정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드 컴퓨팅 기술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생태계 구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Korbit) 이사는 “비트코인은 거래시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화폐의 위조 여부를 검증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리드 컴퓨팅 기술이 이용된다”며 “검증 과정에 참여한 컴퓨터는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데 이를 ‘채굴’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리드 컴퓨팅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CPU의 연산 능력을 훔쳐 사익을 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도 넘쳐나고 있다. 최근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비트코인 채굴에 동원하는 악성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디도스(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역시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 연산 능력을 훔쳐 동시에 특정 컴퓨터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일부 국내 웹하드 업체는 자신의 서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객의 컴퓨터를 일종의 서버로 이용하는 프로그램을 강제 설치하기도 한다. 다른 웹하드 이용자가 같은 파일을 찾으면 웹하드 서버 대신 이용자 PC를 통해 파일을 전송해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컴퓨터가 느려지며 먹통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 업체들도 그리드 컴퓨팅을 이용한 적이 있다. 다음은 동영상 서비스 ‘티비팟’에, 네이버는 웹툰 서비스에 적용했다가 사용자들의 불만으로 기술 적용을 중단했다.


■ 그리드 컴퓨팅


인터넷으로 연결된 수많은 컴퓨팅 기기의 유휴 연산 능력을 묶어 가상의 슈퍼컴퓨터를 구성하는 기술.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가 평균적으로 50% 미만의 연산 능력만 사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모인 연산 능력은 암 에이즈 등의 질병 치료제 연구나 DNA 분석 등에 이용된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4. 3.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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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아이슬란드 경제, 비트코인 기술로 회생 실험

비트코인 2014. 3. 24. 16:58



아이슬란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가상화폐 공중 투하 작전이 시작됐다.


1990년대부터 금융산업을 키워 6%대 경제성장률과 4만달러가 넘는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하던 아이슬란드 경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한순간에 몰락했다. 이후 아이슬란드 정부는 국부 유출을 우려해 폐쇄적인 외환정책을 펴왔는데 이에 불만을 가진 개발자들이 직접 만든 가상화폐 오로라코인을 앞세워 경제 회생 실험에 나섰다.


아이슬란드 기업가이자 개발자인 발데르 오딘슨이 이끄는 개발자팀은 25일부터 33만 아이슬란드 국민에게 오로라코인을 무료로 배포한다. 국민들의 자발적 사용을 유도해 독자적인 화폐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오로라코인은 비트코인 리플 라이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약 1300억원) 기준 4위의 가상화폐로 비트코인과 유사한 기술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국민 1인당 지급되는 오로라코인은 31.8개로 약 38만원의 가치를 지닌다.


아이슬란드 정부의 외환 규제는 국제무역과 해외투자는 물론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위축시켰다. 오딘슨은 “지난 5년간 정부는 모든 외환을 중앙은행에 적립하도록 강제했다”며 “수익금을 환급받지 못할 위험성 때문에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 규제가 국민의 복리를 저해한다”며 “돈을 찍고 관리하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발권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점은 비트코인류 가상화폐의 특징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송금할 수 있는 오로라코인을 이용하면 굳이 외환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국제무역과 외국인 투자를 늘려 아이슬란드 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최종 발행량이 미리 정해져 있어 물가 상승에 의한 화폐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50여년간 아이슬란드 크로나화는 물가상승으로 99.5%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4. 3.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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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 영토전쟁

IT이야기 2014. 3. 24. 00:34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영토 전쟁이 불붙고 있다. 가벼운 무게와 화사한 디자인으로 봄나들이객들을 공략하는 미러리스 카메라 진영과 막강한 성능은 지키면서도 몸집은 줄인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DSLR) 진영의 점유율 싸움이 뜨겁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손쉬운 사진공유를 내세운 스마트 카메라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미러리스, 작년 점유율 51%


미러리스 카메라는 내부에 빛을 반사시키는 거울과 프리즘을 제거해 크기와 무게는 줄였지만 DSLR처럼 렌즈 교환이 가능한 카메라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보급으로 기존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3년여 만에 반토막이 나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미러리스 카메라만 유일하게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미러리스 카메라는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중 5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DSLR을 앞질렀다.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과 DSLR의 고화질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킨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러리스 카메라와 관련 업계의 전략은 대비를 보이고 있다. 소니 삼성 등은 DSLR 사업을 접고 미러리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반면 전통의 강자 니콘과 캐논은 DSLR을 고수하며 시장 수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DSLR의 고성능을 강조하면서도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방식으로 미러리스의 공격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미러리스 강자, 소니와 삼성


시장 패러다임 변화 중심에는 소니가 있다. 소니는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5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DSLR의 성능에 맞먹는 제품을 내놓으며 렌즈교환 카메라 시장 점령의 고삐를 죄고 있다. 


소니가 최근 내놓은 A6000은 2430만화소의 DSLR과 동일한 대형 CMOS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선명한 사진과 풀 고화질(HD)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초고속 듀얼 자동초점(AF) 기능을 갖춰 뛰어 노는 아이, 애완동물의 빠른 움직임까지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NX30’은 겉으로 봐선 DSLR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러리스 카메라다. 미러리스보다 DSLR 카메라가 성능이 좋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고려한 전략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NX30의 성능이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NX30은 자동초점과 콘트라스트 AF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AF’를 채택했다. 자동초점 기능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태그 앤드 고(Tag&Go)’ 기능이 탑재돼 근접무선통신(NFC)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 기기와 한 번의 터치만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간단히 전송할 수 있다.





니콘· 캐논, 작고 가벼운 DSLR로 맞대응


미러리스 카메라에 맞서 니콘과 캐논은 작고 가벼워진 DSLR 카메라를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러리스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북미와 중국에서는 아직도 DSLR이 대세라는 점을 고려한 시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니콘은 작고 가벼워 여성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DSLR 카메라 ‘D3300’을 내놨다. D3300의 무게는 본체 410g, 번들 줌 렌즈 포함 460g이다. 전작인 D3200보다 본체 기준 45g 줄어든 무게다. 니콘 DSLR 중 휴대성이 뛰어난 제품군에 속한다. 


새롭게 단장한 카메라 인터페이스와 가이드 모드를 통한 안내로 초보자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가이드 모드 외에도 메인 다이얼에서 아이들 스냅, 야경 인물 등 여섯 가지 장면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어떤 순간도 손쉽게 담아낼 수 있다.


캐논도 미니 DSLR로 승부수를 던졌다. 캐논의 EOS 100D 화이트는 세계 최소·최경량 DSLR 카메라다. 출시 3개월 만에 국내 DSLR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EOS 100D의 새로운 버전이다. 기존의 작고 가벼운 보디에 화이트 색상을 더했다.





○삼성의 실험-안드로이드 OS와 SNS 특화


삼성전자는 미러리스 외에도 제3지대를 개척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사진으로 공유하는 문화에 주목했다. ‘갤럭시 카메라 2’는 무선랜(WiFi) 기능을 통해 사진을 찍는 동시에 SNS로 바로 공유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4.3(젤리빈) 플랫폼을 적용해 최신 스마트폰과 같은 편리한 사용성을 갖췄다.


1.6기가헤르츠(㎓)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2기가바이트(GB) 램, 2000mAh 배터리를 탑재해 처리 속도가 빠르고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 1630만화소 BSI CMOS 이미지 센서와 광학 21배 줌 렌즈를 적용해 넓은 화각과 고감도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 4.8인치 대화면 터치 스크린을 통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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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시어지 망한 것도 통신사 보조금 때문?

IT이야기 2014. 3. 23. 18:10




애플 제품의 국내 최대 판매점인 ‘컨시어지’가 문을 닫는 것은 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 보조금 관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SK텔레콤의 직원은 13일 “컨시어지가 망한 것은 애플 제품의 점유율이 줄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컨시어지는 SK텔레콤의 형제회사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사업체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는 운영체제(OS)를 공유하기 때문에 한 부문의 타격이 다른 쪽으로 전염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점유율 하락이 아이패드 등 관련 제품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이 직원은 “아이폰 점유율 하락의 원인이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판매 장려금 지급 때문”이라며 “제조사가 장려금으로 지급한 돈이 통신사의 보조금에 얹어져 소비자들에게 지급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보조금 관행이 고착화된 한국 시장이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외산폰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이번 컨시어지의 사업철수에서 보듯 보조금 관행이 단지 이동통신 3사의 밥그릇 싸움에서 그치지 않고 유관산업에도 영향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보조금이 스마트폰, 태블릿PC는 물론 충전기, 케이스, 이어폰 등 관련기기 산업도 좌우하게 된 것입니다.


보조금의 또 다른 문제는 혁신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제품을 혁신하기보다는 보조금을 늘려 당장 물건을 팔겠다는 전략은 해외 기업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과거 아이폰이 등장해 해외시장을 평정했을 때, 폐쇄적인 국내 시장에서 삼성은 악명높은 옴니아를 팔고 있었죠.


보조금 관행에 익숙치 않고 국내업체에 비해 협상력도 낮아 보조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외산폰이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면, 소비자의 선택 폭도 좁아집니다. 결국 소수 국내 업체들이 판을 치는 시장은 담합이 횡행하는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제품 혁신의 인센티브도 사라지게 됩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경+ 201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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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미국 우체국을 살릴 수 있을까?

비트코인 2014. 3. 23. 18:08



지난 8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 우체국(USPS)이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통해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만국 우편연합(UPU)과 세계은행 관계자 등은 USPS가 마련한 비트코인 포럼에서 ‘전 세계 우체국의 비트코인 거래 업무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이 포럼에는 시카고 미국중앙은행(Fed)과 컨설팅 업체 부즈앨런해밀턴, 조지메이슨대, 비트코인 재단 등에서도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논의의 초점은 ‘우체국이 보증인 역할을 한다면 비트코인 확산과 가치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가’와 ‘우체국이 기존의 인프라를 이용해 비트코인 거래의 허브가 될 경우 얻을 이익’에 맞춰졌습니다.


스위스이코노믹스의 크리스티앙 자그 컨설턴트는 “우편 수입이 날로 줄어가는 상황에서도 우체국은 기존의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며 “우체국 네트워크를 가상화폐와 실물화폐 간의 환전이나 송금 허브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체국이 보유하고 있는 송금 라이센스를 이용하면 신뢰할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이 가능하다”며 “우체국이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제 앤슨 UPU 이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송금 체계를 훨씬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비트코인은 저비용 고효율의 장점을 발휘해 전 세계의 전자상거래 과정을 통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만약 USPS가 비트코인 사업을 시작한다면 ‘비트코인 제도권 편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11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금융 수단”이라고 발언한 뒤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개연성도 큽니다.


USPS는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손잡고 ‘일요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전통적 우편 매출의 하락을 만회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경+ 201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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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경계하는 이유

비트코인 2014. 3. 23. 18:04



[ 지난해 한경+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시의성은 떨어지지만 시사점은 여전합니다. ]


최근 중국 정부의 규제로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중국 인민은행이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취급을 금지한 데 이어 17일에는 온라인 결제 사이트들에게도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를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BTC차이나 등 중국내 거래소들은 은행을 통한 입출금이 금지된 데 이어 온라인 결제 서비스도 중단되면서 사실상 비트코인 거래가 어려워졌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18일 BTC차이나에서 비트코인가격은 장중 한때 2560위안(약 44만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11월 7588위안(약 131만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해 무려 65%나 하락했습니다. 비트코인의 ‘몰락’이 아니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중국이 비트코인을 규제하는 것은돈세탁이나 급격한 버블 붕괴 가능성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처럼 적극나선 것은위안화 가치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위안화가 시장가치보다 저평가 돼 있다며 절상 압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1% 수준으로 유지하며 가치상승 압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위안화를 달러로 교환할 경우 중국 금융당국의 환율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을 매개로 한 자유로운 외환시장이 열리는 셈이죠. 자유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절상될 것이고, 비트코인 거래소로의 위안화 유입이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트코인 거래가 활성화 될수록 중국 정부의 위안화 통제력은 약화하고, 위안화를 달러에 맞먹는 기축통화로 키우려는 중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미미한 비트코인 거래량이 어떻게 대국의 환율정책을 흔들 수 있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2008년 중국의 인터넷 포털 텐센트가 발행하는 가상화폐 QQ코인이 중국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자 중국 정부가 이를 금지한 전례가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위안화를 위협한다는 것이 결코 소설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지난 5일 인민은행이 규제책을 내놓자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가 비트코인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중국에서 비트코인 열풍을 일으켰던 진앙지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후 가격은 급락했고 현재까지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열풍의 불씨를 되살릴만한 소식도 나왔습니다. 미국의 대형 전자 상거래 업체인 ‘오버스톡(Overstock)’이 내년 2분기 말부터 비트코인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힌 것입니다.오버스톡은 아마존처럼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생태계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란전망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철학 박사 출신인 번 오버스톡 최고경영자(CEO)는 “건전한 통화 제도는 정부 관료의 변덕에 기초하는 모델이 아니라, 관료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무언가에 뿌리를 둬야 한다”며 “비트코인과 관련된 파생상품이 나오면 해당 상품을 통해 비트코인 가치 급변 리스크에 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경+ 201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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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월드와이드웹의 5가지 진실

한국경제 2014. 3. 23. 17:55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냉전 종식의 원년이 된 1989년, 세계를 하나로 묶어줄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났다. 인터넷 대중화의 결정적 역할을 한 월드와이드웹(WWW)의 탄생이다.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입력하는 WWW가 12일로 탄생 25주년을 맞았다. WWW란 인터넷상에 흩어져 있는 온갖 종류의 정보를 동일한 표준으로 서로 연결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줄여서 ‘웹(web)’이라고 부른다. 세계 네티즌들은 거의 매일 웹을 이용하지만 웹에 대해선 모르는 사실이 많다. 25살 생일을 맞은 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진실 다섯 가지를 추렸다. 


첫째, 웹의 탄생지는 통신기술업체가 아니라 물리학 연구소다. 1989년 스위스 제네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신참 프로그래머 팀 버너스리(사진)가 노트에 끄적여 놓은 개념도가 시초가 됐다. 당시 노트를 본 그의 상사 마이크 센달은 “말도 안 되지만 재미있다”며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컴퓨터 넥스트(NeXT)를 내줬다. 얼마 뒤인 1989년 3월12일 버너스리는 WWW의 기본개념을 공식 제안하며 웹을 탄생시켰다. 이듬해인 1990년, 그는 최초의 WWW 웹브라우저를 만들었고 이때 사용된 넥스트 컴퓨터는 최초의 웹서버가 됐다. 


둘째,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는 CERN의 연구내용을 소개하는 사이트(www.info.cern.ch)로 1991년 만들어졌다. 애초에 웹을 만든 목적이 고에너지 물리학계의 국제적인 정보와 자료를 교환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이후 1993년 CERN이 저작권이나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고 WWW 기술을 세계에 무료로 배포하면서 인터넷 대중화의 전환점이 됐다. 이 기술 이전의 인터넷은 사용법이 복잡하고 어려워 대부분 연구소나 정부기관에서만 사용됐다.


셋째, 웹에 처음 올라간 사진은 CERN 소속 여비서로 구성된 아마추어 보컬 밴드 ‘레 오라블 세레네테’ 멤버 네 명의 모습이다. 버너스리는 새로 개발한 인터넷 이미지 업로드 시스템을 시험해보기 위해 급하게 테스트용 사진을 찾다가 우연히 이 사진을 발견하고 업로드했다. 그 덕에 프랑스어로 ‘무서운 CERN의 소녀들’이란 뜻의 이 밴드는 인터넷에 데뷔한 세계 최초의 보컬 밴드가 됐다. 


넷째, 웹에서 처음으로 팔린 물건은 버섯과 치즈를 넣은 피자헛의 페퍼로니 피자였다. 신기술에 발빠르게 대응한 피자헛은 1994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피자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995년 아마존과 이베이 등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웹에 둥지를 틀면서 전자상거래 시대가 열렸다. 


다섯째, 국내에 웹을 처음 소개한 사람은 국내 벤처 1세대로 꼽히는 허진호 크레이지피쉬 대표다. 1995년 ‘아이네트’라는 인터넷망서비스기업(ISP)을 통해 국내 최초로 웹을 상용화했다.


앞서 국내에 인터넷을 처음 소개한 사람은 허 대표의 스승인 전길남 KAIST 명예교수다. 그는 1982년 5월15일 경북 구미시 전자기술연구소(KIET·현 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서울대 전자계산기공학과(현 컴퓨터공학과) 연구소 간 인터넷 연결을 성공시켰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이 개통된 순간이었다. 미국 UCLA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근대화에 뒤처진 고국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이 들어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내에 들어와 3년간의 노력 끝에 인터넷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4.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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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보드 - 신문은 이제 큐레이션 시대

스타트업 2014. 3. 23. 17:51




2010년 초 애플의 전성기를 이끌던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출시한 직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로앨토의 한 신생 벤처기업 사무실을 찾았다. 회사의 이름은 ‘플립보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에서 뉴스나 블로그 등을 잡지처럼 보여주는 모바일 기반의 소셜 매거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업체였다. 플립보드 직원들은 당시 서비스가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잡스가 혹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플립보드를 몇 분간 사용해본 잡스는 예상을 깨고 “내가 사용해본 소프트웨어 중 최고다. 기존 오프라인 콘텐츠 업체를 돕는 게 이 회사의 역할”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해 플립보드는 애플이 선정한 ‘올해의 아이패드 앱’으로 꼽혔다.


○신문은 이제 ‘큐레이션’ 시대


벤처 사업가였던 마이크 매큐 플립보드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에번 돌과 함께 2009년 플립보드를 설립했다. 시장에 콘텐츠는 넘쳐 흐르지만 막상 소비자가 관심있는 콘텐츠를 찾기는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기존 뉴스 콘텐츠는 각 언론사의 웹사이트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그날 생산된 뉴스를 한데 모아 뿌리는 유통 방식을 취했다. 오프라인 신문, 잡지를 단순히 웹으로 옮겨왔을 뿐 콘텐츠 대량 방출 방식을 버리지 못했다. 신문 기업들은 기사를 생산하는 데는 익숙했으나 이를 적절히 가공해 온라인으로 전달하는 법에 대해서는 미숙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매큐와 돌이 선택한 방식은 ‘큐레이션’이었다. 큐레이션은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작품을 수집하고 기획·전시하듯, 수많은 정보 중에서 가치 있는 것만을 골라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플립보드는 뉴스, 잡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수많은 온라인 콘텐츠 중 자기가 관심있는 것만 골라 구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용자가 정보를 찾기 위해 들이는 수고를 줄였다. 동영상 큐레이션 서비스 매그니파이닷넷의 창립자 스티븐 로젠바움은 큐레이션을 “인간이 수집·구성하는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게이트 키핑’을 큐레이션을 통해 구현한다는 것이다. 


현재 수많은 언론사가 플립보드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뉴욕타임스가 플립보드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는 등 플립보드는 2000개가 넘는 콘텐츠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플립보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현재 세계적으로 1억명이 플립보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하루 25만명의 신규 사용자가 유입되고 있다. 투자도 잇따른다. 2010년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등이 605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5000만달러를 추가로 유치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과정에서 플립보드의 기업가치가 2년 전보다 두 배 늘어난 8억달러(약 8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광고마저 아름다운 앱


플립보드의 또 다른 특징은 유독 ‘아름다움’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잡스가 이 앱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앱’이라고 치켜세웠던 이유다. 매큐 CEO가 서비스의 심미성을 위해 갤러리로 사용하던 건물을 사무실로 임대했을 정도다. 플립보드는 마치 잡지를 넘기는 것처럼 물 흐르듯 구현되는 사용자환경(UI)을 갖추고 있어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의 ‘맛’을 살렸다. 콘텐츠의 편집 방식도 오프라인 잡지와 유사한 방식으로 보기 편하고 아름답다. 신문 기사는 물론 페이스북, 링크트인 등 SNS의 글까지 잡지처럼 멋지게 보여준다.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은 “잘나가는 잡지나 신문도 웹사이트나 스마트폰에서 보면 그저 줄글의 나열 같았다”며 “신문 기사를 신문보다 예쁘게 보여주는 것이 플립보드의 존재 목적”이라고 말했다. 


플립보드의 아름다움 추구는 콘텐츠에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광고까지 아름답게 만든다. 알렉산더 부사장은 “사람들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인터넷 광고에 짜증을 내는 반면 패션잡지 광고는 보고 싶어한다”며 “광고도 콘텐츠의 일부로 여기고 볼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플립보드가 다른 유사 서비스와 다른 점은 기사를 읽기 위해 스크롤하는 방식이 아닌 잡지나 신문처럼 한장 한장 넘기며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같은 특징은 완결된 형태의 전면광고를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보여준다. 기존의 배너광고가 기사 중간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어 읽기를 방해했다면, 플립보드는 기사와 광고를 아예 분리시키는 방법으로 독자가 기사와 광고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자체적인 광고 사업부를 가지고 있는 플립보드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와 나눈다.


‘디자인의 벽’ 통해 아이디어 교환


플립보드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은 창의성을 북돋는 업무환경 때문이다. 플립보드는 창의적인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직급과 상황,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소통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사내에 카페를 설치해 직원 간 대화를 유도한다. 또 격의 없는 ‘산책회의’ ‘맥주회의’ 등을 열어 인턴사원부터 사장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무실 한쪽에 생긴 ‘디자인의 벽’도 소통을 늘리기 위한 방책이다. 한쪽 벽면에 차기 플립보드 앱에 적용할 각종 디자인 가안을 붙여놓으면 직원들은 벽에 붙어 있는 디자인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전달한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플립보드지만 최근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큐레이션 서비스의 미래를 밝게 본 페이스북이 플립보드와 유사한 서비스인 ‘페이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페이퍼에 대항하기 위해 플립보드가 선택한 전략은 ‘몸집 불리기’다. 플립보드는 지난 5일 CNN이 가지고 있던 라이벌 업체 ‘자이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가격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6000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4.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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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두뇌, 에버노트

스타트업 2014. 3. 23. 17:44




직장인 A씨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나 잠들기 직전 등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저장해 둔다. 노트북과도 연동될 수 있어 스마트폰으로 저장해둔 메모들을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다. 


A씨가 활용하는 것은 ‘에버노트’라는 스마트폰 앱. 비슷한 종류의 앱이 많이 있지만, 에버노트는 업무에 가장 효율적인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에버노트는 한마디로 노트 정리를 위한 메모 앱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가 서로 동기화가 되는 점, 손으로 글씨를 쓴 뒤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자동으로 글씨를 인식해 검색이 가능한 점 등 기존 메모 앱에 없는 편리한 기능 덕에 2~3년 전부터 학생, 비즈니스맨 등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개발한 회사의 이름도 에버노트다. 에버노트의 현재 사용자 수는 8000만명에 달하며 2012년 책정된 기업가치는 이미 1조원이 넘었다. 에버노트 측이 정확한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 내에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위터 이후 에버노트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기대되는 회사로 주목받는 이유다.


○‘두 번째 뇌’ 에버노트


에버노트를 설립한 필 리빈 최고경영자(CEO·40)는 러시아 출신으로 부모님은 둘 다 음악가였다. 아버지는 레닌그라드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리빈은 음악적 재능이 별로 없었고, 부모님은 그에게 음악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8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뉴욕에서 자랐으며 12세 때 처음 접한 컴퓨터에 푹 빠져 지냈다. 이때 그는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보스턴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지만, 비싼 등록금 탓에 중퇴한 뒤 1997년 보스턴에서 통신 서버 운용 프로그램 회사를 차렸다. 여기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면서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창업 3년째였다. 그는 좋은 조건에 회사를 판 뒤 두 번째로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보안 소프트웨어에 이내 흥미를 잃고 두 번째 회사도 팔아버렸다. 


리빈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2006년 세 번째로 에버노트를 창업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꾸 무언가를 잊어버린다는 것에 주목했다. 인간의 뇌는 한계가 있고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감퇴한다.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면 불완전한 인간의 뇌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겠다’는 어릴 적 꿈이 인간의 ‘두 번째 뇌’로 불리는 에버노트 탄생으로 실현된 셈이다. 에버노트는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고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와 스마트폰을 정말로 스마트하게 이용하게 해준다.


○스스로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라


에버노트는 다른 회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고집한다. 대신 ‘스스로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 것’을 강조한다. 리빈은 “직접 창업한 회사를 포함해 여러 회사에서 일하면서 ‘우리의 적이 누군가’에 집중했으나 이 전략은 거의 매번 실패했다”며 “성공한 이유도 실패한 이유도 적과는 별 상관없는 제품 자체나 시장의 변화였다”고 강조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에버노트는 광고도 붙이지 않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돈 버는 일도 하지 않는다. 리빈에게 이런 것들은 제품을 쓰기 싫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에버노트의 또 다른 강점은 대부분의 기능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에 60MB의 저장공간을 공짜로 준다. 그 이상 사용하려면 5달러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웬만한 사람은 60MB를 다 채우지 못한다. 


이 같은 운영전략 때문에 사업 초기 에버노트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자들로부터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그러나 리빈은 “처음에는 무료로 사용하더라도 소중한 기억과 자료들이 차곡차곡 쌓인 이후에 에버노트는 5달러를 넘어 수천달러의 가치를 갖게 된다”며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투자를 받지 못한 에버노트는 2008년 말 끝내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다음날 직원들에게 회사가 부도날 것이라고 말할 생각을 하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이루지 못하던 리빈에게 새벽 3시 무렵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스웨덴의 한 사용자가 “에버노트를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투자를 해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가뭄에 단비를 만난 리빈은 스카이프를 통해 불과 20분 만에 투자 계약을 맺고 50만달러를 투자받아 부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후 에버노트는 빠르게 성장해 여러 벤처캐피털로부터 수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오프라인으로 나온 에버노트


에버노트의 영역은 온라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에버노트는 지난해 9월부터 온라인 서비스와 연동되는 각종 오프라인 제품을 ‘에버노트 마켓’이라는 자사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3M, 몰스킨 등 오프라인 기업과 제휴를 맺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버노트 마켓에서 판매하는 공책에 필기하고 전용 스티커를 붙여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저장하면 스티커별로 필기 내용이 자동으로 분류·저장된다. 다양한 색상의 포스트잇에 메모하고 그 내용을 촬영하면 색깔별로 자동 분류되고, 회사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촬영된 필기 내용은 에버노트의 필기 인식 기능에 따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기사들도 버튼 하나로 깔끔하게 스크랩했다가 나중에 태블릿으로 검색해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백팩과 스캐너, 터치펜 등 에버노트와 연계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리빈은 “우리의 목표는 종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사람들이 더 스마트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에버노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통합하고 연계하는 라이프스타일 회사”라고 강조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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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문화 바꾸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2014. 3. 23. 17:37


비트코인 등 신개념 가상화폐가 기부 문화도 바꾸고 있다. 가상화폐의 국제성과 익명성이 온라인 기부 문화를 촉진하고 있다.


도기코인 재단은 ‘세계 물의 날’(3월22일)을 맞아 급수 위기를 겪고 있는 케냐에 우물을 설치하기 위해 도기코인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 도기코인은 비트코인, 리플 등에 이어 자산총액

 기준 6위의 가상화폐다. 도기코인 재단은 이 가상화폐의 사용자 모임이다.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모금된 금액이 당초 목표였던 4000만 도기코인(약 5400만원)을 넘어섰다. 비트코인류의 가상화폐는 국경이 없고 송금이 간편해 세계를 대상으로 편리하게 모금할 수 있다.


도기코인을 이용한 모금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치 동계 올림픽을 앞둔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올림픽 예산 부족으로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연을 전해들은 세계 각지의 도기코인 사용자들이 2600만도기코인(약 3200만원)을 기부했고, 그 덕에 썰매도 갖추지 못했던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송금한 사람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상화폐의 익명성도 기부를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온라인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비트코인 기부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등 권력기관의 잘못을 폭로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위키리크스를 대놓고 지지하거나 후원하기는 쉽지 않다. 이 사이트를 이끄는 줄리언 어산지가 비트코인 기부를 도입한 이유다. 도입 한달만에 위키리크스는 3855비트코인(약 25억원)을 모았다.


가상화폐의 익명성은 기부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선의의 기부자들에게도 유용하다. 지난 1월에는 다국적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비트코인 기부를 받기 시작했으며 미국 인공지능연구소(MIRI) 등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가상화폐 후원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난민구호단체인 ‘사단법인 피난처’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을 통한 온라인 모금을 시작한 데 이어 인터넷 표현의 자유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오픈넷’도 비트코인 기부를 받고 있다.


가상화폐를 통한 모금활동은 정치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 1월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는 비트코인을 통한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맞서 무기 소유의 자유를 주장하는 스티브 스톡먼(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이 비트코인을 통한 정치자금 모금에 가장 적극적이다. 가상화폐를 통한 기부가 긍정적인 면만 가진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가 테러자금 모금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러시아는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4.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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