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트코인' 받는 가게 첫 등장

비트코인 2013. 12. 7. 00:04


국내에서 현금 대신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받는 가맹점(사진)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국 중국 키프로스 등 외국에서는 이미 비트코인을 받는 업체가 수만곳에 달하지만 한국에서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사용할 뿐 현물 거래에서는 쓰이지 않았다. 이번 가맹점 등장으로 한국에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은 지난 1일부터 현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물건값을 낼 수 있게 했다. 매장에는 ‘비트코인 사용처’라는 표지를 붙이고 자체적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돕는 전용 태블릿PC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도 제작했다.


비트코인 결제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찾은 제과점에서 1000원짜리 치즈케이크 하나를 샀다. 매장에서 운영하는 결제 보조 앱에 원화 가격 1000원을 입력하니 세계 최대 비트코인 시장인 일본 마운틴곡스 거래소의 실시간 환율이 적용돼 0.0008BTC(비트코인 단위)가 표시됐다. 코인베이스라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앞서 다른 사용자로부터 구입한 0.0008BTC를 점장 이종수 씨(55)의 스마트폰으로 이체했다. 비트코인은 한국 거래소인 코빗(Korbit)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결제가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초. 택시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시간 정도였다.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낸다는 것 외에는 포인트 적립이나 영수증 발행 등 모든 것이 같았다. 이씨는 “받은 비트코인의 원화 가치만큼 포스(POS) 단말기에 입력하고 현금 영수증을 발행하면 세금도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가게에서 비트코인을 받기로 결심한 것은 두 아들의 영향이 컸다. 미국 뉴욕대에서 금융학을 공부하던 아들 찬우씨(25)는 지난 4월 가격 폭등으로 비트코인이 미국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7월 개당 86달러에 17BTC를 구매한 뒤 한국에 돌아와 형 진우씨(29)에게 소개했다.


대학 재학 시절 벤처기업을 운영했던 프로그램 개발자 진우씨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매장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도와주는 앱을 직접 개발했다. 금융학도와 프로그램 개발자인 형제의 조합이 국내 최초 비트코인 가맹점 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씨는 “외국에서는 다들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며 “현재 영문판인 비트코인 거래 앱을 앞으로 한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려는 곳은 또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하는 인터넷 표현의 자유 시민단체 오픈넷은 “향후 후원자들로부터 비트코인으로 기부를 받으려 한다”며 “관련 준비는 모두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세계적으로 133억달러어치가 유통되고 있으며, 한국 거래소인 코빗에서도 하루 3억원어치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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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비결은 '플렉시큐리티'

한국경제 2013. 12. 6. 23:58



덴마크 소도시 베어링브로의 펌프업체에서 근무하는 댄 로리슨(32). 6개월 전에 입사한 그는 원래 중소 해운회사의 사무직원이었다. 전 직장의 경영 사정이 나빠지면서 지난해 말 구조조정 차원에서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은 것. 지난달 현지에서 만난 그는 뜻밖에도 “해고 당시 미련은 조금 남았지만 실직이 두렵지는 않았다”며 “덴마크는 노동자를 해고하기 가장 쉬운 나라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그는 망설임 없이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 덕분이라고 답했다.


○갑자기 해고당해도 두렵지 않은 나라


플렉시큐리티는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전성(security)을 합친 말로 기업의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우면서도 사회안전망을 통해 실직의 충격을 완화하는 덴마크의 독특한 노동시장 모델이다. ‘안전한 해고’쯤으로 이해된다.


실제 덴마크 기업들은 다른 국가에 비해 근로자 해고가 자유롭다. 근속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해고 한두 달 전에 통보만 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해고 근로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일은 없다. 직장을 잃더라도 국가가 최대 2년간 이전 직장 임금의 80%를 실업수당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로리슨도 해고와 동시에 정부로부터 실업수당 지급 대상자로 지정돼 수당을 받으며 기술을 익혀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다.


덴마크 행복연구소는 올해 출간한 보고서에서 플렉시큐리티를 덴마크가 행복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행복을 위협하는 근본 요인인 고용 불안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실제 유엔의 행복도 조사에서 덴마크는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뽑혔다. 


○시장 자율성 높여 일자리 창출


플렉시큐리티는 1994~1996년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해 덴마크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으로 도입한 제도다. ‘자유로운 해고’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오히려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 때문에 기업은 부담 없이 채용을 늘릴 수 있었다. 통계상으로도 1993년 9.53%였던 실업률은 꾸준히 낮아져 2008년 경제위기 직전에는 3.47%까지 떨어졌다.


코펜하겐에서 만난 덴마크 정부 관계자는 플렉시큐리티의 성공 비결을 ‘호박벌’에 비유했다. 그는 “호박벌은 날개에 비해 몸집이 너무 커 과학적으로 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전통적 경제이론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의 안전성이 양립하는 것은 모순이지만 덴마크는 호박벌처럼 통념을 깨고 ‘노동 유연성=고용 불안’이라는 등식을 뒤집었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영미식 시장경제의 유연성과 유럽의 엄격한 고용 보호를 절충하는 제3의 모델을 개척했다는 것이다.


플렉시큐리티는 △유연한 노동시장 △관대한 실업급여 △적극적인 취업 지원 등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노동자 해고가 쉬운 대신 정부가 충분한 실업급여로 생활 안정을 보장한다. 실업수당 지급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는 국가의 적극적인 취업 지원을 통해 해결한다. 


해고당한 노동자는 자동으로 정부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편입된다. 교육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갖춘 노동자가 새 직장을 찾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한 직장에서 1년을 못 채우고 퇴사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관대한 실업급여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다.


○기업 경쟁력도 강화돼


피터 뤼스홀트 한센 주한 덴마크 대사는 “변화무쌍한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유연한 노동시장 덕에 기업의 경쟁력은 강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를 비롯해 첨단 풍력터빈 업체 베스타스, 세계 시장 점유율 50%의 인슐린 제조회사 노보노르디스크, 유명 완구업체 레고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세계 14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기업 환경 분석에서 덴마크를 뉴질랜드에 이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 2위로 선정했다. 결과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덴마크를 1인당 평균소득 5만8000달러의 부국으로 만든 셈이다.


노동시장의 탄력성 외에도 기업에 대한 낮은 규제 수준, 외국 기업에 대한 높은 개방성, 높은 기술력도 덴마크 기업 환경의 이점으로 꼽힌다.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때문에 소득세율(34.81%)은 높지만 법인세율(25%)은 미국(39.1%), 프랑스(34.4%), 독일(30.2%)보다 낮은 편이다.


○세계 경제 위기에 도전받는 행복국가


물론 플렉시큐리티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잘 나가던 덴마크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덴마크의 경제성장률은 -0.38%를 기록하며 뒷걸음질친 데 이어 올해도 0.1%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급감해서다. 2008년 이전 3%대를 기록하던 덴마크의 실업률은 올해 다시 7.1%까지 치솟았다.


자연 플렉시큐리티가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실업수당 지급이 늘어나 정부의 재정 부담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GDP 대비 27% 수준이던 덴마크의 정부 부채 비율은 2012년 45%로 늘어났다. 한센 대사는 “만약 플렉시큐리티가 없었다면 불황에 수많은 사람이 길거리에 나앉았을 것”이라며 “플렉시큐리티가 불황에는 사회안전망으로 실업자를 보호하고 경기 회복시 빠르게 고용을 늘려 노동시장의 스펀지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2011년 들어선 사민당 정부는 플렉시큐리티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기존 4년이던 실업수당 지급 연수를 지난해 2년으로 줄였으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는 “우리가 선택한 길이 비록 인기는 없을지라도 반드시 가야 할 옳은 길이라고 믿는다”며 “기존 노동시장 정책의 장점은 유지하면서도 긴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 플렉시큐리티


flexicurity.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전성(security)의 합성어로 사회안전망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덴마크의 고용복지 제도. 정부는 기업에 ‘해고의 자유’를 줌으로써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노동자에게는 실업급여와 직업교육을 통해 생활 안정과 재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코펜하겐·베어링브로=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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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프리카 투자 늦으면 후회"

한국경제 2013. 10. 14. 10:18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사진)가 11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아프리카 개발을 서두르는 동안 한국만 뒤처진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아프리카 새시대 포럼’ 초청 강연에서 “아프리카는 자원이 풍부하고 인프라 수요도 많은 반면 한국은 교통 통신 건설 등 인프라 기술이 뛰어나고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호보완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눈부신 경제발전 경험을 가진 한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인프라 개발 참여 등을 늘려야 한다”며 “특히 한국의 연기금이 아프리카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한국은 물론 미국조차 빈곤 탈출의 초기 단계에서는 해외 원조를 받았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의 리더로 부상한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지고 아프리카 원조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극도로 빈곤한 마을이 어떻게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이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었다”며 “새마을 운동을 응용해 아프리카의 마을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삭스 교수는 폴 크루그먼, 로렌스 서머스와 함께 세계 경제학계의 3대 천재로 꼽힌다. 하버드대 수석 졸업 및 최연소(29세) 정교수 임용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으로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MDG는 가난·기아 퇴치, 교육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유엔의 개발원조 프로그램이다.


삭스 교수는 최근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과 디폴트 우려에 대해 “미국 정부 셧다운이 만약 디폴트로 넘어간다면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겠지만 디폴트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과거에도 몇 차례 발생했고 마치 몇 년 전 방송한 TV 쇼가 재방송되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이 워싱턴 드라마를 박진감있게 지켜보고 있어서 협상이 바로 타결되지는 않겠지만 마지막까지 싸우다 결국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의회는 2011년 8월에도 부채 한도 증액 협상에서 디폴트 시한을 하루 앞두고 막판 극적인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삭스 교수는 라이벌인 서머스가 탈락하고 재닛 옐런이 Fed 의장에 지명받은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옐런은 40년 전 내게 거시경제학을 가르쳐준 스승”이라며 “정직함과 시민을 섬겨야 한다는 신념을 갖춘 동시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Fed 부의장을 지내는 등 이렇게 준비된 Fed 의장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제프리 삭스의 재미있는 인맥



폴 크루그먼, 로렌스 서머스와 함께 세계 경제학계의 3대 천재로 불리는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지난 11일 국회에서 만났습니다. 삭스 교수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가진 ‘아프리카 새시대 포럼’ 강연에서 한국이 아프리카 개발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재밌는 것은 삭스 교수의 흥미로운 인맥입니다.


하버드대 수석 졸업 및 최연소(29세) 정교수 임용 기록을 보유한 삭스 교수는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으로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개발원조 프로그램인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깊습니다.


이날 강연에 앞서 사회를 맡은 이재영 의원(새누리당)은 지난해 세계은행(WB) 총재 후보였던 삭스 교수가 김용 전 다트머스대 총장에게 밀린 것에 대한 위로로 강연의 시작을 알렸는데요, 삭스 교수는 이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물론 내가 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월스트리트 출신이 아닌 경제 개발 전문가가 총재가 돼서 개인적으로 기뻤다”고 털어놨습니다.


삭스 교수의 한국과의 인연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1980년 하버드대 교수가 됐을 당시 ‘한덕수’라는 한국인이 내 첫 학생이었다”며 새내기 교수 시절을 회상했는데요, 그 학생이 바로 나중에 주미대사를 거쳐 국무총리가 된 한덕수 전 총리입니다. 삭스 교수는 “내가 가르친 학생이 커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랑스러웠다”고 말해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강연 말미의 질문시간에 저는 삭스 교수에게 조금은 짖꿎은 질문을 했습니다. 바로 미국중앙은행(Fed)의 차기 의장 자리에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낙마하고 재닛 옐런 Fed 부의장이 지명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었죠. 삭스 교수와 서머스 전 장관이 세기의 라이벌로 꼽힐 뿐 아니라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루머가 오랫동안 있어왔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실제로 하버드대 정교수였던 삭스가 2002년 컬럼비아대로 이직할 당시 동료교수였던 서머스와의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삭스 교수는 제 질문에 한참 동안 웃더니 “옐런은 40년 전 내가 하버드대 학부생일 때 내게 거시경제학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이라며 옐런과의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옐런은 “정직함과 시민을 섬겨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춘 동시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와 Fed 부의장을 지내는 등 경험도 풍부하다”며 “이렇게 준비된 Fed 의장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서머스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옐런에 대한 찬사를 쏟아냄으로써 우회적으로 속내를 비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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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코르크 회사 포르투갈의 '아모림'

한국경제 2013. 10. 4. 09:53




와인의 주요 생산국은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칠레, 호주 등이 꼽히지만,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는 포르투갈산을 제일로 친다. 코르크 나무 생산지가 주로 지중해 지역인데, 그 중에서도 포르투갈이 코르크 마개의 최대 생산국이다. 포르투갈은 세계 코르크 생산량의 55%를 맡고 있으며,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포르투갈 수출 품목 가운데 코르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3%에 이른다. 세계 1위 코르크 마개 생산업체도 포르투갈에 있다. 코르티세이라 아모림(이하 아모림)이라는 회사다.


아모림은 세계 코르크 마개 시장의 25%를 점유하는 회사다. 코르크 제품과 그 파생품의 생산과 판매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이렇게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은 포르투갈에서 아모림이 유일하다. 아모림은 1870년 포르투갈 산타마리아 페이라에서 와인저장고로 시작했다. 창업주 안토니우 알베스 아모림 이래로 현재 회장인 안토니우 리오스 데 아모림까지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회사명도 창업주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아모림은 코르크 마개, 절연 코르크, 복합 코르크 등을 생산하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코르크 마개는 미국, 스페인, 러시아 등 세계 82개국 1만5000여개 와인제조업체에 납품한다. 아모림은 지난해 기준 5억유로(약 731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800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친환경 경영’의 대표 주자


아모림 경쟁력의 원천은 세계 최대인 포르투갈 코르크 나무 숲이다. 아모림의 코르크 숲에만 8000여만 그루의 코르크 나무가 자생한다. 코르크 나무는 참나무과의 교목으로 높이는 15~30m에 달한다. 평균수령은 200년 정도이며, 지중해 지역과 북아프리카에 걸쳐 분포한다. 코르크 마개의 원료가 되는 코르크 나무의 껍질은 최대 25㎝까지 두꺼운 층을 형성한다. 추위와 더위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코르크 나무 한 그루에서 4000개의 코르크 마개를 만들 수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포르투갈 코르크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은 포르투갈 연간 배출량의 5%인 480만에 달한다. 아모림의 코르크 나무 숲은 연간 2만5000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아모림은 코르크 마개를 만들고 남은 재료로 건물의 바닥소재, 벽지, 신발 등을 만들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항공기 부품 제작에도 사용한다. 코르크는 단열이 뛰어나고 방음이 잘 돼 건축용 자재로 안성맞춤이다. 무게가 가볍고 불에 잘 타지 않아 자동차와 항공기의 내·외장재를 만드는 데도 제격이다. 미생물에 의해 무해물질로 쉽게 분해되기도 한다.


제품으로 만들 수 없는 폐기물은 공장에서 연료로 사용한다. 아모림의 에너지 수요 중 45% 이상이 재활용 원료로 충당된다. 아모림의 재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와인 소비자들로부터 회수한 코르크 마개를 재활용해 다양한 파생품을 만든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해 부(富)를 창출하는 아모림은 지속가능 경영의 대표적인 예다.


환경을 고려한 아모르 껍질 채취 기준도 눈여겨볼 만하다. 껍질은 25년 이상 된 나무에서 9년마다 한 번씩 벗겨낸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껍질을 벗길 때마다 나무에 그해의 연도를 표시해 과도하게 껍질을 벗기지 않도록 유의한다. 껍질이 다 자라는 데 9년이 걸리는 특성을 배려한 조치다. 마누엘 상투스 아모림 홍보실장은 “껍질을 벗겨도 나무의 생장에는 지장이 없다”며 “다시 코르크 층이 생겨 주기적으로 껍질을 벗겨주는 것이 오히려 나무의 생장에 좋다”고 설명한다. 나무를 벌목할 필요 없이 껍질만 벗겨내면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오랜 세월을 견디게 한 혁신의 힘


기업의 역사가 140년이 넘는다는 것은 세월의 변화에 적응해 끊임없이 혁신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모림은 혁신을 위해 매년 5만유로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뿐만 아니라 3800명의 직원들에게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살아남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투자는 아모림을 세계 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기술혁신의 예는 TCA라는 화학성분의 제거 시스템이다. 와인을 보관할 때면 코르크에서 TCA가 생성돼 와인의 풍미를 저해하는 ‘코르키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이 현상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와인에 코르크 마개 대신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뚜껑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모림은 코르크 마개 생산과정에 자체 개발한 TCA 제거 시스템을 도입해 이 같은 우려를 씻어냈다. 혁신을 위한 기술투자가 아모림의 코르크 마개를 명품으로 만든 것이다. 


와인 마개를 따는 번거로움을 없애버린 혁신적인 마개도 개발했다. 아모림이 최근 선보인 코르크 마개 ‘헬릭스’는 오프너 없이 머리 부분을 잡고 돌려 열면 된다.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에 파인 나선형 홈을 통해 나사를 풀 듯 쉽게 열 수 있다. 와인을 마시고 남을 경우 마개를 반대로 돌려 밀봉할 수도 있다. 다른 코르크 마개가 한번 열면 다시 사용할 수 없고, 남은 와인을 보관하기 어려웠던 것과 대조적이다.


헬릭스는 이런 장점들을 갖추고서도 와인이 가진 특유의 품위와 멋진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외신들은 “코르크 마개의 불편함 때문에 그동안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뚜껑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헬릭스 출시로 그런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고 전했다.


아모림 회장은 “헬릭스는 재사용이 가능하고 편하게 열 수 있다”며 “품위와 편리성을 모두 바라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설명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 한국경제신문 - 2013. 7.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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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저스와 로컬모터스

스타트업 2013. 10. 4. 09:43




2011년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청(DARPA)은 이례적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차세대 전투차량의 시제품 디자인을 공모했다. 전통적으로 군용차를 설계하는 것은 DARPA의 업무였지만, 민간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해 2월부터 한 달간 진행된 공모전에는 총 160개의 디자인 시안이 경합을 벌였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건 ‘로컬모터스’라는 무명의 작은 회사였다. 2008년 설립한 로컬모터스는 기존의 대량생산 체제 위주의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취향이 다양한 구매자들의 구미에 맞는 맞춤형 자동차 생산업체다.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존 로저스는 ‘XC2V’라는 전투차량 설계안을 출품해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전장에서 신속한 병력 수송과 부상자 구출에 사용되는 차세대 전투차량인 XC2V는 혁신적이고 탁월한 기능 설계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얻었다. 부상자의 손쉬운 후송을 위해 뒷좌석을 탈착식으로 만든 것이나, 앞·뒷자리 높이를 달리 만들어 뒷자리에서도 창문을 전후좌우의 경계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XC2V 시제품을 지켜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부가 세금 쓰는 방식을 바꿀 탁월한 군용차”라고 치켜세웠다. 로저스는 이때부터 개성을 중시하는 자동차 마니아층 사이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유년기부터 시작된 자동차 개발의 꿈


로저스는 유명 모터사이클업체 인디언모터사이클의 CEO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계와 엔진 등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특히 장난감 자동차 모델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 그는 프린스턴대 재학 중 실제 자동차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1995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뒤 중국의 의료 벤처기업을 거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다 해병대에 입대했다. 저격소대 지휘관으로 7년간 복무한 그는 이라크 파병 당시 동료 병사가 차량 사고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다시 자동차 제작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안전한 군용 차량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이때의 경험은 DARPA 공모전 우승작인 XC2V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로저스가 창업을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는 전역 후 하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밟던 무렵이다. 로저스는 섬유업계의 전설적인 성공모델로 인정받는 티셔츠 회사 ‘스레드리스’에 대한 강의를 듣다 미래의 사업모델을 구상하게 됐다. 스레드리스는 온라인 상에서 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을 연 뒤 공모전에서 수상한 디자이너에게 상금을 주고 이를 상품화하는 ‘크라우드소싱(대중을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 방식이다.


MBA를 수료하고 맥킨지 등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며 경영 감각을 익힌 그는 2008년 자동차 업체 로컬모터스를 창립했다. 대중이 기업의 제품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기존의 고루한 자동차 생산방식을 변혁해보자는 발상에 착안한 것이다. 


○온라인 마니아들이 공동으로 디자인


로저스의 경영철학은 ‘집단지성으로부터의 혁신’이다. 그가 만든 ‘로컬모터스 커뮤니티’ 웹사이트는 수많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아이디어 집합소다. 세계 각지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온라인 상에서 3차원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해 협업하면서 최적화된 디자인을 만든다. 로컬 모터스에 ‘세계 최초의 크라우드소싱 자동차 회사’라는 별명이 붙은 까닭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에서는 디자이너가 자동차를 디자인하면 설계도를 바탕으로 엔지니어들이 시제품을 만들고, 다시 디자인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로저스는 이런 절차를 간소화해 개발속도를 대폭 높였다. 스레드리스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자동차산업에 응용한 것이다.


로저스는 또 자동차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100% 능력이 발휘된다”며 “고용계약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일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바탕으로 그들의 재능을 살릴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신념으로 웹사이트에서 무급으로 일하는 수많은 인재들을 모을 수 있었고, 개발비용 또한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는 커뮤니티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참여 동기에 대해 “돈이 아니더라도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참여하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중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분야에서 여러모로 잔뼈가 굵은 경험자다. 로저스는 그중에서도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주목했고, 그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성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현재 로컬모터스 커뮤니티에는 2만50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로컬모터스는 이를 통해 6만개 이상의 자동차 디자인 시안을 보유하고 있다.


○성공비결은 ‘소규모 고효율’


로저스는 자동차 제작공정에서 ‘소규모 고효율’을 추구한다. 로컬모터스의 공장에는 컨베이어 벨트도, 조립로봇도 없다. 그저 조금 큰 차고 규모의 공장에서 12명의 직원이 수작업으로 차량을 조립한다. ‘마이크로 공장’이다. 자동차 제작은 수작업으로 이뤄지지만, 애초에 대량생산이 아닌 마니아들을 위한 맞춤형 소량생산에 집중하기 때문에 업무효율이 높은 편이다. 이마저도 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직접 공장에 들러 회사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자동차를 조립하는 형태다.


로저스는 수(手)작업으로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차를 만들고 싶어하는 마니아들의 수요를 노렸다. 부품도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의 제품을 다른 공장에서 조달하는 등 비용을 최소화했다.


 로저스가 로컬모터스에서 내놓은 첫 번째 모델은 사막 경주용 자동차 ‘랠리파이터’였다. 2009년 공개된 랠리파이터는 유명 자동차 프로그램 ‘탑기어’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며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로저스는 랠리파이터에 대해 “18개월 미만의 기간 동안 전 세계에 흩어진 500여명의 인원이 온·오프라인에서 협업해 만들었다”며 “제작기간이 일반 자동차업체의 25% 수준이며, 중량은 기존 차량의 40%에 불과하고 자본집약도는 100배 더 나은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랠리파이터 개발에는 한국인 디자이너 김상호 씨도 참여했다.


로저스는 “로컬모터스의 성공은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을 바탕으로 개발비용을 줄이고 상품을 시장에 빠르게 유통했기 때문”이라며 “미래 자동차 산업은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에 따라 물리적인 생산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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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항공모함 대전

한국경제 2013. 9. 2. 14:47




누가 아시아의 무적함대를 갖게 될 것인가. 지난 12일 인도 남부 케랄라주 코치항에서 인도가 자체 기술로 제작한 첫 항공모함 비크란트호를 진수하면서 아시아에서 해양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앞서 나간다’는 뜻을 가진 비크란트호의 건조로 인도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5번째로 항공모함을 자체기술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비크란트호는 길이 260m, 폭 60m, 배수량 3만7500t 규모로 축구장 2개 크기다. 인도 해군은 미그29K 등 전투기 25~36대를 탑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보유한 10만톤급 항공모함들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지만 오랫동안 자체 항모 제작을 꿈꿔온 인도 입장에선 숙원사업이 이뤄진 셈이다. 인도는 이 배를 만드는 데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를 쏟아부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를 비롯 중국, 태국이 항모를 1척씩 보유하고 있으나 자체 제작에 성공한 것은 인도 뿐이다.


인도의 비트란트호 진수소식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진수식 소식을 전하며 “인도의 해군력이 증강됐다“며 “인도양을 지배하겠다는 야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트란트호를 계기로 아시아 국가들의 항모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로부터 옛 소련제 항모인 바랴크함을 사들인 뒤 개조해 만든 랴오닝호를 지난해 취역시켰다. 1998년 바랴크호를 사들일 때 카지노로 개조할 것이라며 주변국들을 안심시켰으나 15년 뒤 첨단 무기를 장착한 항공모함으로 등장한 것이다. 


랴오닝호는 만재배수량(최대 적재시 배수량) 6만5000t에 갑판길이만 300m를 넘는다. 중국이 개발한 함재기(항공모함 탑재용 전투기) 선양 J-15 26대와 헬기 24대를 탑재할 수 있으며 탑승인원은 2600여명에 달한다. 아직 자체 기술로 제작된 항모는 없다. 최근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디펜스위클리는 인터넷에 유출된 중국 상하이 부근 창싱다오 조선소 선박 건조 사진을 분석해 “중국이 만들고 있는 자체 제작 항모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자체 기술로 항공모함을 만들어 태평양에 본격적으로 배치할 경우 미국과의 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현재 11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6척을 태평양 함대에 배치하고 있다. 특히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된 조지워싱턴호와는 정면으로 부딪히게 된다. 조지워싱턴호는 만재배수량 11만6700t에 5600여명의 승조원을 탑승시킬 수 있는 대형 핵추진 항공모함이다.


대형 항공모함은 적에게 공포의 존재인 동시에 탐스러운 먹잇감이기도 하다. 한공모함을 한척 잃으면 미군은 해군 공군력의 약 10%와 수천명의 승무원들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은 자체적인 방어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많은 군함과 전투기의 호위를 받아야 한다. 조지워싱턴호는 이지스함, 구축함, 순양함, 핵잠수함 등 함정 20여척의 호위를 받는다. 여기에 FA-18 전폭기, 조기 경보기 등 89대의 전투기와 정찰기가 상공을 지배한다. 어지간한 중소국가는 초토화할 수 있는 정도의 전력이다.


더욱이 미군은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항공모함용 무인항공기(드론) 착륙실험을 성공시켰다. 해외 드론기지를 이용할 경우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한데 반해 항모를 이용할 경우 드론의 활동범위가 거의 무한대로 늘어나기 때문에 경쟁국에는 큰 위협이다. 게다가 미국은 아시아 중시전략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10만t급 항공모함을 추가배치할 방침이어서 중국을 더 자극하고 있는 실정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20척의 항모를 보유한 전력이 있는 일본도 항공모함 보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호가 진수했다. 14대의 헬기가 뜨고내릴 수 있는 평갑판에 기준배수량 1만9500t급인 이 배를 놓고 일본은 “헬기용 호위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기준배수량 2만t 이상을 정규항공모함으로 보기 때문에 기준에 약간 미달하는 배수량을 내세웠다. 하지만 F-35B 등 수직이착륙기용 엘리베이터까지 갖추고 있어 향후 일본이 F-35B를 도입하면 충분히 항공모함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중국 언론은 “사실상의 항공모함”이라며 “군국주의로의 회귀”라고 비난했다. 일본이 사실상 항공모함을 만들어놓고, 항모 보유를 금지한 자국 평화헌법의 제한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이즈모는 일본이 1930년 중국을 포격했던 순양함의 이름과 같아 중국을 더욱 격앙시켰다. 이에 이즈모호 진수식 다음날인 7일 중국은 4척의 해경선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 보내 27시간가량 무력시위를 벌였다.


주변국들이 항모경쟁에 뛰어들면서 국내에서도 항공모함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군은 초대형 상륙함인 독도함을 보유하고 있다. 독도함은 배수량 1만4500t에 길이 199m의 갑판을 갖췄으며 6대의 헬기가 동시에 뜨고 내릴 수 있다. 태국이 보유하고 있는 수직이착륙기 탑재 경항공모함 ‘샤크리 나루벳’보다 규모가 커 일각에서는 사실상 경항공모함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독도함이 경항공모함으로 활용되려면 함수에 스키점프대처럼 생긴 갑판을 설치하고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경항공모함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단순한 상륙작전 지원 외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상륙함이 정확한 표현이라는 평가다.


진짜 항공모함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대체로 항모 건조비용은 9만톤급 이상의 대형은 5~8조원, 3~4만톤 급 중형은 2~3조원정도, 그 이하도 조단위의 돈이 든다. 지난 2006년 진수된 미국의 조지부시호는 약 7조원을 들여 건조됐다. 연간 유지비만 3천억원에 달한다. 항모를 호위할 전함들과 항모에 탑재될 함재기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간다. “시퀘스터 등 재정압박으로 2~3척의 항공모함을 줄일 수도 있다”는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말이 괜한게 아니다. 


주변국들이 경쟁적으로 항공모함을 취역시키는 상황에서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2018년 취역을 목표로 독도함에 이은 두번째 상륙함을 도입할 예정이다. 후속 함정의 만재배수량은 2만t이 넘어 독도함보다 크며 스키점프대 갑판을 만들어 유사시 경항공모함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항공모함을 도입할 수 없다면 새로 건조되는 대형 상륙함에 F-35B와 같은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은 이미 항공모함을 사들인 적이 있다. ‘영유통’이라는 민간 무역회사가 1994년 러시아 극동함대에서 퇴역한 기준배수량 3만7000t의 핵추진 항공모함 2척을 러시아 콤파스사(社)로부터 매입했다.


영유통이 사들인 노보로시스크호와 민스크호는 지난 79년과 84년 각각 러시아 극동함대에 배치됐던 최신형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미 태평양함대의 엔터프라이즈호와 미드웨이호등과 대치했다. 소련 해체 후 경제사정이 극도로 나빠지자 러시아는 연간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유지비를 댈 수 없다는 이유로 1992년 이 항공모함들을 러시아 해군에서 퇴역시킨 후 국제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최신형 항공모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가격은 각각 37억원, 34억원에 불과했다. 이유는 러시아가 이 항공모함의 주요 무기와 전자장비 등을 제거하고 t당 170달러의 고철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당초 러시아는 군사용으로 매각하려 했지만 중국, 일본 등의 반대 때문에 고철용으로 판 것이다. 영유통은 이 항공모함들을 부산의 해체조선소에서 4~5개월 동안 대형크레인과 해체장비를 동원해 200t급 이하의 작은 덩어리로 분리해 국내 철강업체에 판매하고 남는 양은 해외로 수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 환경단체들이 “항모의 원자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며 한국에서 해체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이에 영유통은 진해에서 비밀리에 노보로시스크호만 해체하고 민스크호는 중국에 매각했다. 중국에 팔려간 민스크호는 이후 광둥성 선전시에서 해상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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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양산... 오바마케어의 역설

한국경제 2013. 9. 2. 14:39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미국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이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오히려 이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3월 승인된 오바마케어 법안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주당 30시간 이상 근로)를 5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는 의무적으로 이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근로자 한 명당 2000~3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기업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릴 태세다. 당초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이 의무 조항은 기업들의 반대로 1년 미뤄져 2015년 1월 시행될 예정이지만 기업들은 벌써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인 동포가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은 최근 재고관리, 판매, 매장 유지 근무자 등의 근무시간을 29.5시간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근로자별 노동 시간을 오바마케어 기준선인 30시간 아래로 조정해 건강보험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3만명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패스트푸드 업체 등 외식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21개의 서브웨이 샌드위치 지점을 운영하는 로런 굿리지는 “오바마케어의 비용 부담 때문에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 29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루크 퍼팩트는 “노동 시간이 줄어들면 소득도 줄어들 것”이라며 걱정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제이슨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 위원장은 “일시적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법안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비슷한 현상이 기업뿐 아니라 학교와 지방정부에서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공립대학인 세인트 피츠버그대와 조지아주의 조지아 군사학교 등은 청소부나 경비원은 물론 시간제 강사들의 근무시간까지 30시간 아래로 조정했다.

지방정부들도 노동 시간 감축에 동조하고 있다. 코네티컷주 미들타운 카운티와 플로리다주 브리바드 카운티는 건강보험료 부담 때문에 이미 상당수 직원들의 노동 시간을 30시간 아래로 조정했다. 위스콘신주 치페와 카운티의 프랭크 파스카렐라 행정관은 “16만3000달러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75%의 직원들을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립 노프트싱어 CBIZ 고용서비스부문 회장은 “기업들이 건강보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의 노동 시간을 하향 조정하면서 지난 7월 미국 평균 노동 시간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2014년 시행 예정이었던 고용주의 건강보험 부담 때문에 2013년 비정규직 고용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하이디 시어홀즈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도 같이 줄어 주당 40시간 노동을 기초로 하는 중산층의 소득 수준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오바마케어 법안


미국의 건강보험개혁법으로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현재 4500만명에 달하는 건강보험 미가입자 수를 줄이고 턱없이 높은 의료비를 낮추기 위한 오바마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정규직 근로자 50명 이상 고용 기업은 종업원의 보험료 대부분을 지원해야 한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3.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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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그림자' 中 스모그…기대수명 5.5년 단축

한국경제 2013. 8. 7. 16:43




중국의 고사 중 ‘귤화위지(橘化爲枳),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말이 있다. 귤이 화이허강(중국 동부 화북지방과 화동지방을 가르는 강) 남쪽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화이허강 이북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는 말로 화이허강 남북의 토양과 기후 차가 크다는 의미다. 그런 화이허강이 사람의 수명마저 좌우할지 모르겠다. 화이허강 북쪽의 스모그가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중국의 스모그가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을 5.5년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중국 칭화대·베이징대, 이스라엘 헤브루대 연구팀의 공동연구 결과 중국 동북부지역에 만연한 유독성 스모그가 기대수명을 단축시킬 뿐 아니라 폐암과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발생 빈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의 화이허강을 기준으로 북부와 남부지방 거주민들을 분석한 것이다. 겨울철 추위가 심한 화이허강 북부의 경우 난방 연료인 석탄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대기오염 정도가 남부보다 훨씬 심하다.


연구진은 1981~2000년의 대기오염 데이터와 1991~2000년의 주민 건강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대기중 부유물질이 ㎥당 100㎍ 증가하면 평균 기대수명이 3년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이허강 북부와 남부 지방의 대기중 부유물질 농도 차이는 ㎥당 185㎍가량으로 이를 환산하면 5.5년의 기대수명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기대수명 감소는 이 지역 노동인구의 8분의 1가량이 줄어드는 여파를 가져온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마이클 그린스톤 MIT 교수는 “이는 정부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온 대표적 사례”라며 “정부 정책으로 보건비용이 급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갈수록 악화되는 유독성 스모그는 지난 1월 베이징의 대기오염 농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가 이슈로 떠올랐고, 시민들이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사태를 야기했다.


리홍빈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기오염이 인간의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며 “정부가 경제성장을 희생하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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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3D 프린터로 만든 총기'

한국경제 2013. 8. 7. 16:40





국내에서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한 사실상의 총기(사진)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4일 미국 텍사스의 비영리단체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가 ‘해방자’라는 이름의 3D 프린터용 권총 설계도를 공개한 지 열흘 만이다. 프린터와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나 총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입증돼 파장이 예상된다. 

3D 프린터 생산업체인 오브젝트빌드는 15일 국내 최초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총기를 만드는 과정을 공개했다. ‘해방자’의 설계도 파일을 이용해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설계도는 미국 정부의 삭제 명령에 따라 홈페이지에서 내려진 상태지만 이미 10만명 이상이 내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총 제작은 경기 안양시 오브젝트빌드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3D 프린터 ‘윌리봇’과 연결된 노트북에서 권총 설계도 파일을 실행해 인쇄 버튼을 누르자 윌리봇이 윙윙 소리를 내며 작동했다. 플라스틱 원료가 분사되는 3D 프린터의 노즐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유리판 위에 플라스틱 구조물을 층층이 쌓아 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 가는 플라스틱 덩어리는 차츰 총기 부품의 형태를 갖춰갔다. 10분 만에 완성된 부품은 권총 내부에 장착하는 용수철의 일종이었다. 작은 부품은 10분, 부피가 큰 총열은 3시간, 총기 몸체는 9시간 정도 걸렸다. 

인터넷에 게재된 ‘해방자’ 사진을 참고해 완성된 부품들을 조립했다. 모두 16개 부품 중 15개가 3D 프린터로 만들어졌다. 전체적으로 걸린 시간은 하루 정도였다. 격발장치인 공이는 유일하게 금속으로 설계됐으나 총기 제작을 금지하는 국내법 때문에 제작하지 않았다. 공이는 철물점 등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이만 달면 총을 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발사실험에 성공했다. 

권도혁 오브젝트빌드 디자이너는 “예전에 설계됐던 3D 프린터용 총기는 강선이나 용수철 등 많은 부품이 금속으로 제작됐지만 이번 제품은 공이를 제외한 모든 부품이 플라스틱”이라며 “누구나 총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D 프린터는 현재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10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3D 프린터로 만든 총기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쉽게 만들 수 있고 총알을 넣어 발사하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금속탐지기로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양=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3.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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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모바일머니 유통국 '케냐'

IT이야기 2013. 3. 30. 00:03
 
열마리가 넘는 염소를 몰아 마을과 마을을 떠돌며 장사하는 염소장수 시롱가는 케냐 초원 한복판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저번 주에 산 염소값을 지금 당장 달라는 20Km 떨어진 마르가디 마을 농부의 전화다. 걸어서 이동하는 그가 지금 당장 가기에는 너무나 먼거리. 시롱가는 “지금 당장 줄테니 걱정 말라”며 전화를 끊고 농부에게 문자메시지 한통을 보낸다. 얼마 안있어 답장으로 ‘돈 잘 받았다’는 메세지가 온다. 케냐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엠페사(M-Pesa) 서비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엠페사는 아프리카 통신사 사파리콤이 제공하는 휴대폰뱅킹 서비스다. 처음 엠페사가 시작된 것은 서민 대상 소액 대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대출을 받고 이를 갚는 것을 휴대폰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가 시작되자 소액대출이 아닌 휴대폰 뱅킹의 수단으로서 급격히 확산됐다. 작년 3월 엠페사 가입자 수는 146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엠페사를 이용해 요금이나 월급을 지불하거나, 저축을 하거나 계좌이체를 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엠페사는 지점이 필요 없는 은행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케냐에서 모바일뱅킹의 의미는 남다르다. 케냐는 전체 인구의 5% 정도만이 은행 계좌를 갖고 있고 인프라와 은행 영업망 미비 등으로 인구의 30%는 금융서비스를 전혀 접하지 못한다. 따라서 경제활동으로 번 돈을 땅에 묻거나 집안 어딘가에 숨기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금융서비스 미비로 현금을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어 이를 노리는 도둑들도 많다. 이런 상황이기에 엠페사는 현금보다 안전한 거래수단으로서 커다란 사회적 가치를 가진다.

엠페사는 고급기술이 아닌 휴대폰 문자메세지(SMS)를 이용한다. 스마트폰이 아닌 피쳐폰으로도 문자메세지는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소득수준이 낮은 케냐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엠페사 대중화의 결정적인 이유다. 케냐에서만 하루 200만건 이상이 이용되고 있으며 이들이 한 해 엠페사로 거래하는 돈은 케냐 국내총생산(GDP)의 11%에 육박한다. 세계 모바일머니 이용자의 50%가 케냐인인 셈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엠페사는 케냐의 경제성장에도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케냐의 경제성장률은 3.7%를 기록했는데, 이 중 통신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2.8%에 그친다. 엠페사의 대중화가 휴대전화 보급률을 높이고 관련산업을 발달시켜 전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금융서비스가 발달해 굳이 엠페사가 필요 없겠지만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적소에 배치하는 영민함은 배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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