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석 코빗 대표 "비트코인, 화폐논쟁보다 새 산업으로 봐야"

비트코인 2014. 3. 26. 11:00


“비트코인이 화폐인가 아닌가에만 논의의 초점을 맞춰서는 안됩니다.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산업적 측면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한국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Korbit)의 유영석 대표(사진)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논의가 다소 왜곡돼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섣불리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최근 정부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악용 가능성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비트코인이 화폐의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한다고 해서 정부가 바로 화폐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비트코인을 성장 잠재력을 가진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대표는 “비트코인은 단순한 가상화폐가 아니라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일종의 금융 운영체제(OS)로 볼 수 있다”며 “스마트폰 OS에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쓰듯, 비트코인 플랫폼 안에서도 다양한 응용 서비스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결제할 때 문서 파일을 암호화해 함께 보낼 수 있고, 이 내역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고스란히 저장·공유돼 추후 증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일종의 디지털 공증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트코인은 특정 조건이 충족됐을 때 거래가 자동으로 발생하도록 할 수 있다”며 “이를 이용해 비트코인으로 유산을 남기면 어린 자녀가 특정 연령이 되는 해에 비트코인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의 지수나 환율 등 금융 데이터에 조건을 걸면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도 스스로 작동하는 선물이나 옵션, 보험 상품 등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일종의 스마트 금융 OS라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비싼 수수료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한 소액결제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강점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소수점 8자리까지 분할이 가능한 비트코인의 특성을 이용하면 인터넷상의 문화상품 소액결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한류 콘텐츠에 100원이 안되는 돈도 쉽게 결제할 수 있어 한류문화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적인 접근이 미국의 닷컴버블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버블이 꺼진 뒤에도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가치는 변하지 않아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나온 것처럼,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라는 기술 위에 새로운 산업이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나오기 힘들었던 이유는 언어 장벽 때문이었고, 글로벌 금융기업이 없었던 것도 원화라는 화폐를 기반으로 해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비트코인이라는 세계 공통의 ‘금융언어’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IT와 결합하면 이런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미국에서 전기공학과 금융학을 전공한 뒤 유엔 우주사무국에서 일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교육을 받고 한국에 들어와 올해 코빗을 세웠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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