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와 탐스의 공존 = 시장 효율화와 빈부격차 교정

IT이야기 2015. 1. 29. 13:56


< '기호가치' 지렛대로 자본주의 교정하기 >

유사 콜택시 '우버'는 놀고 있던 자동차를 공유한다기보다 운전자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김국현 미디어오늘 칼럼니스트는 이를 '일자리의 클라우드화'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다만 이 문제를 '저주'라고 표현했다.

반대로 나는 일자리의 클라우드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아야 한다. 그게 공평하다. 우버는 '공유경제'라는 명목 아래 노동력의 분배와 교환을 극단적으로 효율화한다. 비효율이 없어지고 나면 노동의 단위당 가치가 올라간다. 하향평준화 돼있던 것이 상향평준화한다. 이 과정에서 고용된 사람과 고용되지 않은 사람 간의 빈부격차는 늘어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선 사람들이 스스로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는 직능을 개발해야만 한다. 문제는 교육이다. 개인별 맞춤교육을 통해서만 비교우위를 개발할 수 있다. 현재의 대규모 매스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또한 교육의 클라우드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낙오한 사람들은 생기고 빈부격차도 심해질 것이다. 이 문제는 물리적인 생산력의 분배로 해결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정신적인 가치와 물질적인 가치의 교환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명예의 분배 방식을 화폐와 연동하는 것이다. 돈으로 계량화된 명예를 사고 그 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재단이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명예는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가치있다는 반론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돈과 명예를 교환하고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 명예를 위한 직업과 돈 많이 버는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이미 두 가치 중 선택하지 않은 가치를 기회비용으로 지불하고 내가 원하는 가치를 사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명품잡화를 사는 일이다. 고급 외제차를 사는 일이다. 돈을 써서 공천을 받는 것이다.

명예와 돈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가치를 보드리야르는 '기호가치'라고 했다. 남보다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가치다. 명품 가격의 대부분이 물리적 사용가치가 아닌 기호가치로 이뤄져 있다. 기호가치는 화려한 광고와 마케팅, 브랜딩 전략 등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저 럭셔리한 이미지가 아닌 돈많은 멋진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까지 배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쥬'의 이미지를 만들면 어떨까. 단순히 모델을 써서 화려하게 패션쇼를 하기보다 재단을 만들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행위로 멋진 이미지를 만들고 기호가치를 생성하면 어떨까.


기호가치가 물질적 사용가치와 다른 점은 재화와 사람의 일대일 관계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호가치는 나와 비교할 다른 사람이 있을 때 발생한다. 즉 사람들 간의 관계에 재화가 끼어들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명예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발생한다. 기호가치와 명예가 결합하기 쉬운 이유다. 단, 여기서의 명예는 명예 전반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자이면서도 가난한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친절함' '노블리스 오블리쥬'와 같은 명예다. 새로운 형태의 명예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관리해야 한다.

돈으로 산 명예가 기호가치가 되려면 1. 다른 사람들이 해당 명예의 존재를 인지하고 2.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구입한 명예를 인지하기 위해선 일단 눈에 잘 띄어야 한다. 기호가치 덩어리인 명품이 눈에 잘 띄는 패션잡화나 자동차에 집중돼 있는 이유다. 명예를 교환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이를 패션잡화에 주입하는 것이다.

구입한 명예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부자와 빈자의 가치교환이 실제로 일어나야 한다. 즉 명예를 판매하는 명품업체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수혜를 입은 가난한 사람들은 해당 명품을 걸치고 다니는 사람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별다른 보상 없이, 힘들게 모은 재산의 상당량을 뺏어가는 세금제도는 부자를 반발하게 만든다. 하지만 재분배에 대한 대가를 명예로 보상한다면 부자들도 재분배에 참여할 동기가 생긴다.

모든 재화에는 한계효용 체감이 발생한다. 전재산이 10만원인 사람에게 1만원은 매우 소중하지만 10조원의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하찮다. 가진게 돈 밖에 없는 사람은 돈 외의 다른 것을 추가로 갖기 원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원한다. 지금껏 시장에서 유통되는 재화나 서비스는 대부분 물질적인 것이었기에, 아무리 부자라도 명예와 같은 정신적인 가치를 사기는 어려웠다. 만약 명예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내고 명예를 살 것이다. 자신에게 돈을 주는 친절한 부자를 존경하는 것만으로도 생계에 도움이 된다면 빈자는 기꺼이 그럴 유인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를 위해 넘어야 할 몇가지 문화적 장벽이 있다.)

두 재화의 소비량 비율을 결정하는 상황에선 누구나 자신의 편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돈이 많은 사람은 명예를 늘리길 바라고, 돈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자신을 낮추는 정신적 행위를 통해 돈을 얻길 원한다. 모든 가치의 한계효용은 체감하기 때문이다.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시장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인 물질적 가치의 빈부격차 심화를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그 거래소 매커니즘에 가장 가까운 모델이 '탐스슈즈'다. 세계가 합심해 명품 재화에 매우 높은 세율의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제도적인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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