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중임제 개헌

논술작문 2012. 8. 18. 18:25

대통령 못 해먹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한 말이다. 전체 유권자의 30.5% 득표로 당선된 정권의 낮은 신임도는 이 같은 대통령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언행 때문에 더 낮아졌다. 그 이면에는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 따라 정부정책이 전면적으로 무력화 된 상황이 있었다. 정부정책이 표류하면서 대통령의 지지도는 떨어졌고 답답한 마음에 내뱉은 말들은 기존에 대통령이 갖던 카리스마적 권위를 상실시켰다. 이후 이어진 탄핵정국은 탈권위주의를 기치로 삼은 참여정부에 혼란을 가중시켰고 불신임정국을 일상화시켰다. 이러한 문제를 몸소 체험한 노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4년 중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는 현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가 담겨 있다. 87년 체제가 장기독재를 막기 위해 마련한 5년 단임제는 4년 임기의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엇갈리면서 끊임없이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 왔다. 이런 현상은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권력분립과 견제를 실현한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미국처럼 여야 간 활발한 정책협조 분위기가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첨예한 대립은 국정마비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성숙한 타협문화가 없는 현재 한국정치를 고려했을 때 이는 득보다 실이 큰 제도이다. 이러한 이유로 4년 중임제 시행과 대선-총선 시기를 맞춰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요구된다. 동시에 정부와 여권의 독선을 막기 위한 상설 견제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항상 보장되는 것도 아닌 여소야대 정국을 통해 정부를 견제한다는 것은 항시적으로 필요한 권력 견제의 공백을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대선, 총선의 시행시기가 다른 현재의 선거제도는 국정운영의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결점도 있다. 혹자는 대통령 임기 중 시행되는 총선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가 되기에 긍정적 견제수단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에 의해 파행하는 국정운영의 책임을 물어 총선에서 대통령당을 심판하는 것도 정치적 책임소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국회의 독립성을 훼손한다. 4년 단임제와 양대 선거 시기를 맞추는 방안은 정부와 국회 간의 분할정부 출현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5년 단임제의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5년 임기보장은 무능하고 독선적인 대통령을 둔 국민들에겐 너무 긴 시간이다. 심판이나 재신임 기회가 없기 때문에 단발성 정책집행이나 조직적 부패 등의 무책임한 국정운영이 초래될 수 있다. 또 집권기회가 한번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에 의해 조기 레임덕 현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임기 내에 치적을 남기려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정권재창출 노력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갖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4년 중임제는 4년 임기 후 중간평가가 가능하기에 정부의 책임감을 높이고 여론수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만든다. 또 재선의 가능성은 초선 4년의 레임덕 가능성을 차단하고 재선 2년 정도까지는 권력누수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5년 단임제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갖는다.

 

군사독재 시대는 막을 내렸고 민주정치가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은 없기에 굳이 단임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불신임 정국 일상화를 타개하기 위해 과거 3김과 같은 카리스마적 인물의 등장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문제해결을 위해선 상대 당을 진정한 협상의 대상으로 여기는 성숙한 정치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정착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가 당면한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라도 4년 중임제 개헌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논술작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제적 약자를 위한 시장개입은 정당한가  (0) 2012.08.25
잊혀질 권리  (0) 2012.08.21
죽음이 사라진 사회  (0) 2012.08.14
죽음 - One of sleeping style  (0) 2012.08.14
공기업 민영화  (0) 2012.08.11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