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 One of sleeping style

논술작문 2012. 8. 14. 12:42

고등학교 시절 하루는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고 너무 피곤해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잠든 적이 있다. 나중에 잠에서 깨어보니 이미 3시간이 흘러 집에 갈 시간이 되어 있었다. 반 친구들이 과학실습 하러 실험실에 가는 중에 내가 빠진 것을 몰랐단다. 너무나 곤한 잠이었기에 몸은 가뿐했지만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이 자리에서 영원히 잠들었다면 어땠을까. 죽음이 잠깐 동안 나를 방문했다 돌아간 느낌이었다. 3시간이 아니라 30년을 잔다면 그것을 살아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삶과 죽음의 구분이 잠든 시간의 길이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삶과 죽음은 명확히 나누어 생각하지만 삶과 잠은 구분하지 않는다그러나 잠자고 있는 상태의 의식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라는 단어에서 받는 느낌과 다르다. 그것은 잠이 감각의 세계에서 벗어난 죽음의 상태와 가까워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잠이란 삶보다는 죽음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어쩌면 잠이 죽음의 예행연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닿는다. 여기서 혹자는 잠은 다시 깨어날 수 있는 임시적인 상태이고 죽음은 다시 깨어날 수 없는 영원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죽어보지 않고서야 자기가 다시 깨어날지 안 깨어날지는 모르는 것이다. 우리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타인의 죽음으로부터 나도 그럴 것이라고 막연히 유추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죽음과 잠의 또 다른 유사성은 자연스러움이다. 현대인들은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밤새도록 필사적으로 일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잠은 우리를 쉽게 다시 점령한다. 책상머리에 앉아서도 꾸벅꾸벅 조는 것이 자연스럽다. 마찬가지로 때가 되면 찾아 오는 죽음도 자연스러운 인생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은 삶을 존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죽음 또한 존중하는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고통 속에 신음하는 사람을, 이미 뇌사한 사람을 산소 마스크 씌워놓고 붙들고 있는 것은 진정 생명을 소중히 하는 태도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떠나는 사람에 대한 살아있는 자의 이기적 미련일 뿐이다. 죽음을 자연스런 생명의 과정으로 본다면 죽음도 여러가지 잠자는 스타일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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