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지도, 스터디할 카페 찾다 고대 기숙사서 창업

스타트업 2014. 3. 31. 23:55


2004년 스무 살의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친구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모아 놓은 조잡했던 사이트는 현재 12억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고려대 기숙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문주 대표(27)가 기숙사에서 창업한 대학생 스타트업 ‘모두의 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 지도 서비스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만 정작 내가 필요한 정보를 찾기는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콘센트를 제공하는 카페’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죠. 이처럼 ‘조건 중심 검색’이 저희 서비스의 차별점입니다.” 지난 28일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의 표정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조건 검색되는 이용자 참여 지도


지난해 4월 이 대표는 창업 관련 교양 수업을 들었다. 담당교수는 수강생끼리 팀을 짜고 다음 시간까지 창업 아이디어를 가져오라고 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소집된 팀은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기로 했다. 


문제는 마땅한 회의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 △밤 12시까지 문을 열고 △무선인터넷과 콘센트를 갖추고 있으며 △흡연이 가능한 △학교 주변의 △카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전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던 그는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다음날로 예정됐던 SK텔레콤 공채 최종 면접도 포기했다. 이후 컴퓨터공학과 김재용 씨(공동대표·26)와 함께 모두의 지도를 창업했다. 


모두의 지도는 카페 식당 술집 등을 중심으로 내가 원하는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를 찾아주는 앱이다. 이를 두고 이씨는 ‘맞춤형 지도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의 니즈를 살피기 위해 고려대생 150명을 조사해 조건을 추렸다. 이후 필요한 조건은 붙이고 잘 안 쓰는 조건은 빼면서 필터링 기능을 강화했다. ‘한식’ ‘양식’ ‘중식’ ‘맛있는’ ‘저렴한’ ‘양 많은’ ‘친절한’ ‘혼자 가기 좋은’ 등 제시된 36가지 조건 중 원하는 항목을 조합해 지정하면 적당한 장소를 찾아준다. 


정보의 신뢰성을 위해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는 필수다. 서비스 이용자가 특정 상점이 어느 조건에 해당하는지 분류하면 이 정보가 다시 다른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상점에 대한 후기를 남길 수 있고, 해당 장소의 사진을 찍어 올릴 수도 있다. 


○소비자 성향 분석 가능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 대표는 학내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소개글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한 달 만에 가입자가 3000명이 됐다. 


방학 동안 뜸하던 가입자 증가세는 3월 개강과 함께 회복되면서 하루에 100명꼴로 늘고 있다. 현재 가입자는 6000명 정도다. 고려대 주변 상권 정보로 시작했던 서비스는 인기를 얻으며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신촌으로 확대된 데 이어 4월 초에는 홍익대와 이태원, 가로수길로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하버드대를 기반으로 이웃 대학들로 영역을 넓힌 페이스북과 마케팅 방식이 비슷하다. 


모두의 지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왜'에 대한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조건으로 검색하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떤 상점을 왜 방문하는가'에 대한 답을 준다. 이씨는 "지도 위에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이 쌓이면 소비자들이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고, 이 정보를 사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잠재력을 눈여겨본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모두의 지도에 5000만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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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두뇌, 에버노트

스타트업 2014. 3. 23. 17:44




직장인 A씨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나 잠들기 직전 등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저장해 둔다. 노트북과도 연동될 수 있어 스마트폰으로 저장해둔 메모들을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다. 


A씨가 활용하는 것은 ‘에버노트’라는 스마트폰 앱. 비슷한 종류의 앱이 많이 있지만, 에버노트는 업무에 가장 효율적인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에버노트는 한마디로 노트 정리를 위한 메모 앱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가 서로 동기화가 되는 점, 손으로 글씨를 쓴 뒤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자동으로 글씨를 인식해 검색이 가능한 점 등 기존 메모 앱에 없는 편리한 기능 덕에 2~3년 전부터 학생, 비즈니스맨 등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개발한 회사의 이름도 에버노트다. 에버노트의 현재 사용자 수는 8000만명에 달하며 2012년 책정된 기업가치는 이미 1조원이 넘었다. 에버노트 측이 정확한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 내에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위터 이후 에버노트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기대되는 회사로 주목받는 이유다.


○‘두 번째 뇌’ 에버노트


에버노트를 설립한 필 리빈 최고경영자(CEO·40)는 러시아 출신으로 부모님은 둘 다 음악가였다. 아버지는 레닌그라드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리빈은 음악적 재능이 별로 없었고, 부모님은 그에게 음악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8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뉴욕에서 자랐으며 12세 때 처음 접한 컴퓨터에 푹 빠져 지냈다. 이때 그는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보스턴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지만, 비싼 등록금 탓에 중퇴한 뒤 1997년 보스턴에서 통신 서버 운용 프로그램 회사를 차렸다. 여기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면서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창업 3년째였다. 그는 좋은 조건에 회사를 판 뒤 두 번째로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보안 소프트웨어에 이내 흥미를 잃고 두 번째 회사도 팔아버렸다. 


리빈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2006년 세 번째로 에버노트를 창업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꾸 무언가를 잊어버린다는 것에 주목했다. 인간의 뇌는 한계가 있고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감퇴한다.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면 불완전한 인간의 뇌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겠다’는 어릴 적 꿈이 인간의 ‘두 번째 뇌’로 불리는 에버노트 탄생으로 실현된 셈이다. 에버노트는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고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와 스마트폰을 정말로 스마트하게 이용하게 해준다.


○스스로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라


에버노트는 다른 회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고집한다. 대신 ‘스스로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 것’을 강조한다. 리빈은 “직접 창업한 회사를 포함해 여러 회사에서 일하면서 ‘우리의 적이 누군가’에 집중했으나 이 전략은 거의 매번 실패했다”며 “성공한 이유도 실패한 이유도 적과는 별 상관없는 제품 자체나 시장의 변화였다”고 강조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에버노트는 광고도 붙이지 않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돈 버는 일도 하지 않는다. 리빈에게 이런 것들은 제품을 쓰기 싫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에버노트의 또 다른 강점은 대부분의 기능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에 60MB의 저장공간을 공짜로 준다. 그 이상 사용하려면 5달러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웬만한 사람은 60MB를 다 채우지 못한다. 


이 같은 운영전략 때문에 사업 초기 에버노트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자들로부터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그러나 리빈은 “처음에는 무료로 사용하더라도 소중한 기억과 자료들이 차곡차곡 쌓인 이후에 에버노트는 5달러를 넘어 수천달러의 가치를 갖게 된다”며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투자를 받지 못한 에버노트는 2008년 말 끝내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다음날 직원들에게 회사가 부도날 것이라고 말할 생각을 하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이루지 못하던 리빈에게 새벽 3시 무렵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스웨덴의 한 사용자가 “에버노트를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투자를 해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가뭄에 단비를 만난 리빈은 스카이프를 통해 불과 20분 만에 투자 계약을 맺고 50만달러를 투자받아 부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후 에버노트는 빠르게 성장해 여러 벤처캐피털로부터 수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오프라인으로 나온 에버노트


에버노트의 영역은 온라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에버노트는 지난해 9월부터 온라인 서비스와 연동되는 각종 오프라인 제품을 ‘에버노트 마켓’이라는 자사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3M, 몰스킨 등 오프라인 기업과 제휴를 맺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버노트 마켓에서 판매하는 공책에 필기하고 전용 스티커를 붙여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저장하면 스티커별로 필기 내용이 자동으로 분류·저장된다. 다양한 색상의 포스트잇에 메모하고 그 내용을 촬영하면 색깔별로 자동 분류되고, 회사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촬영된 필기 내용은 에버노트의 필기 인식 기능에 따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기사들도 버튼 하나로 깔끔하게 스크랩했다가 나중에 태블릿으로 검색해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백팩과 스캐너, 터치펜 등 에버노트와 연계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리빈은 “우리의 목표는 종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사람들이 더 스마트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에버노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통합하고 연계하는 라이프스타일 회사”라고 강조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 201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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