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머니 유통국 '케냐'

IT이야기 2013. 3. 30. 00:03
 
열마리가 넘는 염소를 몰아 마을과 마을을 떠돌며 장사하는 염소장수 시롱가는 케냐 초원 한복판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저번 주에 산 염소값을 지금 당장 달라는 20Km 떨어진 마르가디 마을 농부의 전화다. 걸어서 이동하는 그가 지금 당장 가기에는 너무나 먼거리. 시롱가는 “지금 당장 줄테니 걱정 말라”며 전화를 끊고 농부에게 문자메시지 한통을 보낸다. 얼마 안있어 답장으로 ‘돈 잘 받았다’는 메세지가 온다. 케냐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엠페사(M-Pesa) 서비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엠페사는 아프리카 통신사 사파리콤이 제공하는 휴대폰뱅킹 서비스다. 처음 엠페사가 시작된 것은 서민 대상 소액 대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대출을 받고 이를 갚는 것을 휴대폰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가 시작되자 소액대출이 아닌 휴대폰 뱅킹의 수단으로서 급격히 확산됐다. 작년 3월 엠페사 가입자 수는 146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엠페사를 이용해 요금이나 월급을 지불하거나, 저축을 하거나 계좌이체를 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엠페사는 지점이 필요 없는 은행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케냐에서 모바일뱅킹의 의미는 남다르다. 케냐는 전체 인구의 5% 정도만이 은행 계좌를 갖고 있고 인프라와 은행 영업망 미비 등으로 인구의 30%는 금융서비스를 전혀 접하지 못한다. 따라서 경제활동으로 번 돈을 땅에 묻거나 집안 어딘가에 숨기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금융서비스 미비로 현금을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어 이를 노리는 도둑들도 많다. 이런 상황이기에 엠페사는 현금보다 안전한 거래수단으로서 커다란 사회적 가치를 가진다.

엠페사는 고급기술이 아닌 휴대폰 문자메세지(SMS)를 이용한다. 스마트폰이 아닌 피쳐폰으로도 문자메세지는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소득수준이 낮은 케냐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엠페사 대중화의 결정적인 이유다. 케냐에서만 하루 200만건 이상이 이용되고 있으며 이들이 한 해 엠페사로 거래하는 돈은 케냐 국내총생산(GDP)의 11%에 육박한다. 세계 모바일머니 이용자의 50%가 케냐인인 셈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엠페사는 케냐의 경제성장에도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케냐의 경제성장률은 3.7%를 기록했는데, 이 중 통신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2.8%에 그친다. 엠페사의 대중화가 휴대전화 보급률을 높이고 관련산업을 발달시켜 전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금융서비스가 발달해 굳이 엠페사가 필요 없겠지만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적소에 배치하는 영민함은 배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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