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같은 e북 만드는'북잼'

스타트업 2014. 4. 7. 09:20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꼽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뇌’ 등의 작품으로 인기를 얻은 그가 지난해 11월 신작 ‘제3인류’를 들고 한국을 방문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신작을 소개하던 그는 갑자기 태블릿PC를 들어 보이더니 “이 아름다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내 작품집”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책 디자인에 대해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가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자책 스타트업 ‘북잼’ 덕분이었다. 애초에 전자책 출판은 하지 않으려던 베르베르도 북잼이 만든 전자책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는 후문이다. 


무엇이 그의 생각을 바꿔 놓았을까. 조한열 북잼 대표(39)는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전자책 출판 방식이 대부분 글자의 나열에 불과했던 반면, 북잼의 전자책 포맷(BXP)은 종이책의 편집 디자인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에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책의 내용을 소비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책 자체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출판 시장이 미국 유럽과 달리 유독 책 디자인에 비중을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능도 탁월하다. 기존 전자책에서 보기 힘든 지도 배경음악 동영상 사진 등을 맥락에 맞게 제공하고 메모하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유하기도 지원한다. 


조 대표가 창업을 시작한 것은 2008년 인터큐비트라는 ‘온라인 콘텐츠 큐레이션(블로그 등의 온라인 콘텐츠를 선별해 보여주는 서비스)’ 업체를 세우면서다. 10년 경력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것은 시나리오 작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창업을 했으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여러가지 용역을 맡았는데 그중 하나가 전자책이었다. 그는 “작은 출판사에서 전자책 용역을 의뢰해 용역비로 2000만원을 불렀는데 깜짝 놀라더라”며 “나름 금액을 낮춰 불렀다고 생각했으나 출판업계는 생각보다 더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결국 조 대표는 전자책을 공짜로 만들어 주고 판매수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제’ 방식을 제안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한 달 만에 만든 ‘청춘을 뒤흔든 한 줄의 공감’이라는 전자책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2위에 올랐다. 조 대표는 “불법 복제에 익숙하던 소비자들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전자책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2011년 회사 이름을 아예 ‘북잼’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와 만화책 ‘열혈강호’ 등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2012년 내놓은 ‘세계문학전집’은 앱스토어에서 1위에 오르며 한 달 만에 매출 10억원을 달성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18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북잼의 성공에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기존 전자책이 서점 형식의 플랫폼 앱을 먼저 내놓고 그 안에 콘텐츠를 채워넣는 방식이었다면 북잼은 아예 단권의 책을 앱으로 만들어 파는 전략을 택했다. 조 대표는 “엄선된 콘텐츠를 완결된 형태의 앱으로 만들어 소장 가치를 높인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전자책 플랫폼은 출판사보다 플랫폼 자체의 브랜드가 강조된 반면 북잼 전자책에는 출판사 로고만 들어간다”며 “70여개의 출판사가 북잼을 선택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단권 앱으로 기반을 다진 북잼은 이제 플랫폼 업체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일단 그동안 출시했던 전자책을 테마별로 모아 전자책 마켓인 ‘클라우드 서재’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책갈피기능 등을 동기화시켜 여러 단말기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설정

트랙백

댓글

모두의 지도, 스터디할 카페 찾다 고대 기숙사서 창업

스타트업 2014. 3. 31. 23:55


2004년 스무 살의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친구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모아 놓은 조잡했던 사이트는 현재 12억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고려대 기숙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문주 대표(27)가 기숙사에서 창업한 대학생 스타트업 ‘모두의 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 지도 서비스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만 정작 내가 필요한 정보를 찾기는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콘센트를 제공하는 카페’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죠. 이처럼 ‘조건 중심 검색’이 저희 서비스의 차별점입니다.” 지난 28일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의 표정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조건 검색되는 이용자 참여 지도


지난해 4월 이 대표는 창업 관련 교양 수업을 들었다. 담당교수는 수강생끼리 팀을 짜고 다음 시간까지 창업 아이디어를 가져오라고 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소집된 팀은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기로 했다. 


문제는 마땅한 회의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 △밤 12시까지 문을 열고 △무선인터넷과 콘센트를 갖추고 있으며 △흡연이 가능한 △학교 주변의 △카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전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던 그는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다음날로 예정됐던 SK텔레콤 공채 최종 면접도 포기했다. 이후 컴퓨터공학과 김재용 씨(공동대표·26)와 함께 모두의 지도를 창업했다. 


모두의 지도는 카페 식당 술집 등을 중심으로 내가 원하는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를 찾아주는 앱이다. 이를 두고 이씨는 ‘맞춤형 지도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의 니즈를 살피기 위해 고려대생 150명을 조사해 조건을 추렸다. 이후 필요한 조건은 붙이고 잘 안 쓰는 조건은 빼면서 필터링 기능을 강화했다. ‘한식’ ‘양식’ ‘중식’ ‘맛있는’ ‘저렴한’ ‘양 많은’ ‘친절한’ ‘혼자 가기 좋은’ 등 제시된 36가지 조건 중 원하는 항목을 조합해 지정하면 적당한 장소를 찾아준다. 


정보의 신뢰성을 위해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는 필수다. 서비스 이용자가 특정 상점이 어느 조건에 해당하는지 분류하면 이 정보가 다시 다른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상점에 대한 후기를 남길 수 있고, 해당 장소의 사진을 찍어 올릴 수도 있다. 


○소비자 성향 분석 가능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 대표는 학내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소개글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한 달 만에 가입자가 3000명이 됐다. 


방학 동안 뜸하던 가입자 증가세는 3월 개강과 함께 회복되면서 하루에 100명꼴로 늘고 있다. 현재 가입자는 6000명 정도다. 고려대 주변 상권 정보로 시작했던 서비스는 인기를 얻으며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신촌으로 확대된 데 이어 4월 초에는 홍익대와 이태원, 가로수길로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하버드대를 기반으로 이웃 대학들로 영역을 넓힌 페이스북과 마케팅 방식이 비슷하다. 


모두의 지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왜'에 대한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조건으로 검색하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떤 상점을 왜 방문하는가'에 대한 답을 준다. 이씨는 "지도 위에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이 쌓이면 소비자들이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고, 이 정보를 사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잠재력을 눈여겨본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모두의 지도에 5000만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4. 3. 31]

설정

트랙백

댓글

유영석 코빗 대표 "비트코인, 화폐논쟁보다 새 산업으로 봐야"

비트코인 2014. 3. 26. 11:00


“비트코인이 화폐인가 아닌가에만 논의의 초점을 맞춰서는 안됩니다.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산업적 측면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한국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Korbit)의 유영석 대표(사진)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논의가 다소 왜곡돼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섣불리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최근 정부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악용 가능성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비트코인이 화폐의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한다고 해서 정부가 바로 화폐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비트코인을 성장 잠재력을 가진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대표는 “비트코인은 단순한 가상화폐가 아니라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일종의 금융 운영체제(OS)로 볼 수 있다”며 “스마트폰 OS에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쓰듯, 비트코인 플랫폼 안에서도 다양한 응용 서비스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결제할 때 문서 파일을 암호화해 함께 보낼 수 있고, 이 내역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고스란히 저장·공유돼 추후 증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일종의 디지털 공증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트코인은 특정 조건이 충족됐을 때 거래가 자동으로 발생하도록 할 수 있다”며 “이를 이용해 비트코인으로 유산을 남기면 어린 자녀가 특정 연령이 되는 해에 비트코인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의 지수나 환율 등 금융 데이터에 조건을 걸면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도 스스로 작동하는 선물이나 옵션, 보험 상품 등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일종의 스마트 금융 OS라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비싼 수수료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한 소액결제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강점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소수점 8자리까지 분할이 가능한 비트코인의 특성을 이용하면 인터넷상의 문화상품 소액결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한류 콘텐츠에 100원이 안되는 돈도 쉽게 결제할 수 있어 한류문화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적인 접근이 미국의 닷컴버블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버블이 꺼진 뒤에도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가치는 변하지 않아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나온 것처럼,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라는 기술 위에 새로운 산업이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나오기 힘들었던 이유는 언어 장벽 때문이었고, 글로벌 금융기업이 없었던 것도 원화라는 화폐를 기반으로 해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비트코인이라는 세계 공통의 ‘금융언어’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IT와 결합하면 이런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미국에서 전기공학과 금융학을 전공한 뒤 유엔 우주사무국에서 일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교육을 받고 한국에 들어와 올해 코빗을 세웠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3. 12. 11]

설정

트랙백

댓글